제8화. 겨울 속에 핀 봄날, 다시 일상으로

안녕. 나의 봄날. 나의 사랑

by 본비 은혜

2월 5일, 입춘이 막 지난 겨울 한복판이었으나 날씨는 이상하리만큼 봄날 같았다.

장례를 치르는 내내 하늘은 맑았고, 당신을 보내주는 오늘은 그중에서도 가장 따뜻한 볕이 내리쬐었다.

우리는 당신의 흔적, 그 한 줌의 재를 여주 추모공원의 너른 잔디 아래 묻어주었다.


하얀 국화 꽃잎을 요 삼아 깔고, 다시 국화 잎을 이불 삼아 덮어주며 당신의 영원한 휴식을 빌었다.

내가 배운 꽃은 결국 당신에게 마지막 선물을 주고자 배웠던 것이 되었나 보다.

빈소 제단을 장식했던 꽃들을 정성껏 뽑아 만든 화려한 꽃다발 두 개를 당신 곁에 놓아두니 비로소 마음이 조금 놓였다. 힘들게 배웠던 꽃꽂이가 당신을 위해 빛을 발하는 순간, 당신의 응원만 있다면 무엇이든 참 잘 해낼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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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가요, 여보."


인사를 남기고 돌아 나오는 길, 발걸음이 무겁지만은 않았다.

이토록 화창한 날씨와 평온한 절차들 속에서 우리는 당신이 정말 천국에 무사히 도착했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당신의 장례식은 이별의 슬픔보다, 당신이 얼마나 사랑받던 사람이었는지 확인하는 증명의 시간이었다.


집으로 돌아온 우리 세 모녀는 더는 울지 않았다.

그저 각자의 몸에 남은 이별의 피로를 씻어내고, 아주 깊고 긴 잠에 빠져들었다.

아침 햇살이 창가를 두드릴 때까지 우리를 달게 재워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렸다.

짧지 않았던 긴 여정이 끝나고 다시 맞이한 아침, 나는 이제 다시 일상을 향해 조심스레 발을 내딛으려 한다.

내가 슬픔에 함몰되지 않고 씩씩하게 오늘을 살아내는 것. 그것이야말로 당신이 하늘에서 가장 간절히 바라고 있을 모습임을 알기에.


안녕, 나의 사랑. 나의 봄날 같았던 사람. 여전히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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