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비은혜
분명히 어제와 다름없는 봄날이다.
내 마음은 그저께의 슬픔에 머물러 있었다.
찬란한 봄 앞에서 아파 무너졌다.
밤새 비가 내렸다.
오늘 아침의 나는 전혀 다른 감각을 깨운다.
흩날리던 흙은 단비에 젖어 단단해졌고, 그 단단함 속에 생명이 깃든다.
대지에게 비가 단비이듯,
내게 내린 눈물도 나를 다지는 시간이었을까.
이제 굳건해진 마음의 토양 위로 새로운 씨앗들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주님을 의지하되
내 삶을 책임지겠다는 다짐
내 안에도 나를 지탱할 스스로의 힘이 차오른다.
강풍에 흔들려도 결코 뽑히지 않는 코스모스와 같은 끈기와 견뎌냄으로
어떤 상황에서도 부러지지 않을 견고함
움츠러들지 않을 용기를 얻는다.
이제 내 안엔 불안 대신 안정감이,
위태로움 대신 평온함이 깃든다.
나를 바라보는 이들에게 에너지를 전할 수 있는 사람.
단비가 다져놓은 이 단단한 마음의 토양 위에서
나는 비로소 당당히 내일을 향해 걸어갈 동력을 얻었다.
여전히 옅은 바람은 벚꽃나무 사이를 지나지만.
조금의 흐트러짐 없이 나무는 꼿꼿하기만 하다.
"흔들어봐라. 내가 흔들릴까!"
이제 나는 찬란한 봄날을 피하지 않으며
가장 폼나는 선글라스를 쓰고
이 찬란함을 당당히 마주하며 걸어갈 것이다.
너와의 약속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