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중국의 노예노동, 소금 이야기

by 김익규

뜨끈한 국밥에 뿌리는 약간의 소금은 음식의 풍미를 마법처럼 끌어올려 줍니다. 심지어 소금으로 염장하면 젓갈 같은 훌륭한 보존 식품도 만들 수 있죠.



​현대 음식에 소금이 빠지지 않듯, 과거에도 소금은 인류에게 매우 중요한 재료였습니다. 맛을 내고 식품을 보존하는 용도뿐만 아니라, 땀을 뻘뻘 흘리는 육체노동자들에게 부족한 이온을 공급해 주는 필수적인 약이기도 했습니다.


​때문에 고대 국가들은 종종 소금을 국가가 독점하여 사실상 세금을 걷는 수단으로 활용했습니다. 현대 국가가 조세 저항 때문에 직접세를 못 올려서 간접세를 건드리듯, 고대 국가들은 소금과 같은 필수재를 독점한 다음 비싸게 팔아 마치 간접세와 같은 막대한 수익을 올렸습니다.


​소금을 국가가 독점했다는 것은, 곧 국가가 국영 작업장을 운영하며 직접 소금을 생산했다는 의미입니다. 현대에도 '염전 노예' 사건이 종종 보도되는데, 인권의 개념조차 없던 고대에는 과연 어땠을까요? 고대 한나라 시대의 끔찍했던 소금 작업장으로 시간 여행을 떠나봅시다.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소금(출처: Salt and Sodium, Harvard T.H.CHAN)


한나라의 피 묻은 전쟁 경제



초기 한나라는 가혹했던 진나라 시대의 역풍을 교훈 삼아, 비교적 낮은 세금을 유지하고 무리한 팽창 전쟁을 자제했습니다. 비록 북쪽의 강력한 흉노족에게 굴욕적으로 조공을 바쳐야 했지만, 일반 백성들은 비교적 안정된 생활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기원전 141년경, '무제'라는 야심 찬 황제가 즉위하며 백성들의 평화로운 삶은 산산조각이 났습니다. 그는 북방의 흉노족을 토벌하고 서방을 개척해 국제 무역망을 장악하고자 했습니다.



그리하여 북방(흉노), 동방(고조선), 남방(베트남, 당시 남월), 서방(현재 신장 위구르)으로 사방에 군대를 파견하며 극도로 공격적인 영토 팽창을 시도합니다.

한나라의 영토(출처: Han dynasty, Wikipedia)


문제는 거대한 군대를 운용하는 데 상상을 초월하는 자본과 노동력이 든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이에 황제는 선대 황제의 징병제를 더욱 가혹하게 만들고 농민들을 마구잡이로 징용했습니다. 또한 법률을 엄격하게 고쳐, 아주 가벼운 죄만 지어도 범죄자로 전락시킨 뒤 그들을 강제 노동 현장으로 밀어 넣었습니다.



​경제적으로는 염철전매제(鹽鐵專賣制)를 시행해 농민들의 생존 필수재인 소금과 철제 농기구를 국가가 독점했습니다.



국가는 소금과 농기구를 강제로 비싸게 팔아서 명목상의 세율 인상 없이도 막대한 세금을 거두어들였습니다. 팽창 전쟁을 위해 백성들의 육체와 지갑을 쥐어짜고, 징병된 군인들을 끊임없이 사지로 내몬 것입니다.

한나라 시기 철제 유물(출처: Iron production and trading in Lingnan during the Qin and Han Dynasties)


고대의 소금 작업장, 지옥의 굴착



현대에도 많은 이가 염전 노동을 기피하듯, 과거에도 소금 생산은 뼈가 부서지는 고된 중노동이라 모두가 기피했습니다. 국가는 독점한 소금을 쉴 새 없이 생산하기 위해, 억울하게 범죄자로 낙인찍혀 노예화된 백성들을 소금 작업장으로 짐짝처럼 밀어 넣었습니다.


​고대 한나라의 소금 작업장은 우리가 아는 바닷가 염전이 아니라, 땅속 깊이 우물을 파는 방식이었습니다. 수백 명의 노예화된 백성들이 맨손과 조악한 도구로 땅을 파서 우물을 만들고, 짠맛이 나는 소금 지하수(함수)가 터져 나올 때까지 수십 미터를 파고 내려갔습니다.



​본격적인 지옥은 이때부터 시작됩니다. 작업자들은 깊은 우물에서 무거운 소금물을 길어 올린 다음, 근처의 거대한 가마솥에 붓고 밤낮없이 물을 끓여서 소금 결정을 얻어내야만 했습니다.

한나라 시기 소금작업장을 묘사한 그림(출처: Salt Manufacturing, Museum of the Institute of History and Philology)


불 뿜는 우물(火井)



고대의 소금 생산 이면에는 끔찍한 함정이 도사리고 있었습니다. 소금 작업장의 노동 자체도 극도로 고되었지만, 작업장을 부르던 별칭인 '화정(火井, 불을 뿜는 우물)'이라는 단어가 간접적으로 당시의 참상을 알려줍니다.


​소금 작업장이 밀집해 있던 쓰촨 성 일대의 지반 깊은 곳에는 엄청난 양의 천연가스(메탄가스)가 묻혀 있었습니다. 소금물을 찾기 위해 깊이 우물을 파 내려가면, 이 인화성 강한 메탄가스가 지하에서 맹렬하게 뿜어져 나왔죠.


메탄가스는 가마솥을 때는데 이용되기도 했지만 당시기술로 너무 불안정한 물질이었습니다. 우물 근처에서 ​불을 피우거나 바람이 불어 가마솥의 불꽃이 우물 쪽으로 날아가기라도 하면, 초대형 불기둥이 솟구치며 작업장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소금물을 끓이는 모습(출처: Oldest salt well harnesses 2,000-year-old method in SW China)


또, 지하 가스에 섞여 나오는 황화수소는 심각한 호흡기 질환과 뇌 손상을 일으키는 치명적인 맹독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깊은 지하 굴착 과정에서 암반이 붕괴되어 생매장당하는 사고가 끊이질 않았습니다. 첨단 장비가 동원되는 현대의 지하 굴착도 위험천만한데, 최소한의 안전장치조차 없던 노예들의 작업 환경은 상상을 초월하는 생지옥이었을 것입니다.



맺으며: 제국의 파산​



한나라는 백성의 뼈와 살을 쥐어짜며 화려한 팽창 전쟁을 벌였지만, 결국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전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파산해 버렸습니다.


가혹한 착취를 견디지 못한 백성들은 국가의 노예가 되는 것을 피해 스스로 거대 호족의 밑으로 들어갔고, 국가의 주요 세수원이었던 자영농 계층은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결국, 기원후 9년 외척인 왕망이 쿠데타로 집권해 기존의 왕실을 제거하고 새로운 국가를 세워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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