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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Apr 04. 2022

행복은지금부터

우리도 그녀들처럼

난 정말 가슴이 벅차다. 오늘 너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 정말 네가 말한 대로 잘 살고 있었던 것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게끔 내가 어려움에 부딪혔던 상황들도 너무 이쁘게 포장을 해 놓으니 정말 그럴싸하네, 나의 기억력이 문제인 것인가? 나보다 어째 나를 더 잘 알고 있지? 네가 쓴 글을 읽으면서 생각이 드네. 내가 한 그냥 행동들 사연들이 다른 이가 봤을 때는 이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지금 막 머릿속에 ‘땡’ 다들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그렇지만  나보다 더 나를 잘 알고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만으로 난 참 행복한 것 같다.

잘 굽는다는 그 부침개 오늘 같은 날에 딱 먹고 싶네. 날씨도 도와주는 날인 것 같은데     

예전에 네가 나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어.  “난 지금 너무 행복하다고” 그때의 네가 행복하다고 했던 말을 솔직히 이해 못 했었어. 나의 시선으로 보는 건 넌 너무 힘들다고 해야 하는 것이 맞는데 “난 행복해 난 지금도 충분해”라고 말하는 네가 반대로 말하고 있는 것 같아서 나 다중이처럼 화도 나고 안타깝다가 아 몰라 몰라했다가 암튼 그랬었어

그러다가 내린 결론이 뭐 본인이 행복하다니 행복하다 생각해줘야겠다 했는데 넌 그때도 지금도 네가 할 수 있는 최대로 행복을 찾고 있었던 거야.

행복의 기준은 본인의 기준에 맞혀 행복이 정해지는 것이라는 것을 늦게 알았어

난 지금이 행복해.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내가 행복하다고 느낀 순간이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게 되고선 그렇게 된 것 같아.

40년을 사는 동안 남들의 시선에 맞혀서 살고 있었더라고. 그러니 행복하지 않았던 거야.

그걸 이제야 알았지 뭐야. 그렇게 내 안을 바라보며 생활하니 행복하지 않은 것이 없었어

아이들과 목욕탕 다녀오면서 먹는 바나나우유랑 포장마차 어묵도 행복이었고,

남편과 이런저런 이야기 하면서 맥주 한잔씩 하는 것도 행복이었고,

네 말처럼 내가 읽고 싶은 책을 읽을 수 있고 커피를 살 수 있는 것도 행복이었어

내 기준에 맞혀서 살아보니 다 행복이더라. 매일이 행복한 날 투성이야 이렇게 말하면  거짓말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예전보다 불행한 날 보다 행복한 날이 훨씬 많아졌으니

행복하다는 표현을 자신 있게 해도 될 것 같아     

어릴 땐 꿈이라는 것도 거창한 것이 꿈이라 생각했어. 세월이 지나면서 내가 생각하는 꿈은 말이야, 하고 싶은걸 하고 있다면 꿈이라는 건 이뤘다고 생각하는데..

넌 책을 읽었고 그래서 넌 예전보다 더 큰 마음을 가지게 되었고

넌 네가 보는 사람들이 다 열정이 넘치고 너 자신은 열정이 식었다고 생각하는지는 몰라도  다른 이들이 보는 너도 열정이 넘치는 사람이야.

그 사람들보다 네가 열정이 없다고 생각하는 건 어쩜 눈에 보이는 무언가가 없다고 느껴서 아닐까?

그럼 내가 질문하나 던져볼까? 넌 뭘 하면서 살고 싶니?라고 물으면 “난 그냥 책 읽고 지금처럼 이렇게 살 거야”라고 답할 것 같은데.

그럼 넌 벌써 그 꿈이라는 거 이루며 살고 있는 거 아닐까?

난 네가 시간관리 잘해서 짬짬이 책 읽는 네가 대단하고 일관성 있게 꾸준히 글을 올리는

것도 대단하고, 나도 잊고 살고 있었던 나의 생활 패턴들을 네가 더 잘 알고 있어서 놀랍고, 그래서 봄이 오는 걸 느끼면 주말에 자전거 타고 꽃시장 가야지 생각했어

작년 봄에 새벽에 자전거 끌고 가서 신문지에 꽃 한아름 사 온 거 기억하게 해 줘서 내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게 만들었잖아. 상대방을 기분이 좋고 안정되게 만들어 주는 능력 그것 만으로 넌 대단한 사람이야, 너 자신을 과소평가하지 말아 줘..     

10년 후 우리 55살이다. 너무 기대되지 않아?

눈앞에 잔잔한 파도가 일렁이는 바다가 보이고 그 바닷가 앞에 느긋하게 작은 서점 문을 열고 오늘도 고민 있는 아이들, 사랑하는 연인들, 때론 각자의 시련에 빠진 사람들, 여러 사람들에게 나의 열정과 따뜻한 마음을 나눠주고 그 마음이 전달되어서 다들 행복해하면 처음에 왔을 때 보다 행복해하며 돌아가는 모습을 보고 있는 내 모습이 자꾸 그려진다. 우와 이거 너무 행복하잖아.

이렇게 상상하는 게 꿈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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