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빵집에 앉아 갈색문장으로 답장을 쓰는 그 사람 남해의 아침에 있다고 말린 무화과 같은 문장을 보냈다 저 아득한 파랑을 어쩜 좋대요 푸른 순간으로 흩어지는 하얀 이방인은 또 어쩐대요 모든 지나간 시간은 하얗게 센다고 한 오천 년 지나 눈 녹은 골짜기 말의 무덤으로 발견된 문장이 따박따박 이파리로 박혀있을 엄지손가락만한 나무 하나 심을 거라고 잊혀서 모른 게 아니라 몰라서 잊히는 것들을 생각하면서 물기 빠진 파도사이로 일어서는 모눈종이 같은 시간을 어머니 땅을 찾아 바다를 건너는 아이네아스처럼 뿌리내려야겠다고 시로 환생한 그의 언어가 씹을수록 싸륵싸륵 전생의 무화과로 피는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