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쎄를 읽는다 한 사람이 먼저 읽고 지나간 길 먼저 지나간 사람이 남긴 말들을 기억하여 내가 읽으며 지나가는 길에 심는다 긴 이랑에 고구마 순을 꽂으며 주전자에 담은 물을 주었듯 나는 내 문장에 앞선 사람의 말로 물을 준다 어떤 것은 뿌리가 되고 어떤 것은 고랑으로 빠져나간 말을 다시 추슬러 옛 문장을 꿴 새 종이에 긴 골을 탄다 한 사람이 그때 한 말과 쩌귀가 되지 못해 삐걱거리는 그 말이 나온 곳을 다시 메운다 옛것은 새것으로 덮고 새것은 옛것으로 열면서 에쎄를 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