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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규린종희 May 23. 2024

옛 시인에 기대어


에쎄를 읽는다
한 사람이 먼저 읽고 지나간 길
먼저 지나간 사람이 남긴 말들을 기억하여
내가 읽으며 지나가는 길에 심는다
긴 이랑에 고구마 순을 꽂으며
주전자에 담은 물을 주었듯
나는 내 문장에
앞선 사람의  말로 물을 준다
어떤 것은 뿌리가 되고
어떤 것은 고랑으로 빠져나간 말을
다시 추슬러
옛 문장을 꿴 새 종이에 긴 골을 탄다
한 사람이 그때 한 말과
쩌귀가 되지 못해 삐걱거리는 그 말이
나온 곳을 다시 메운다
옛것은 새것으로 덮고
새것은 옛것으로 열면서
에쎄를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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