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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규린종희 Jun 18. 2024

사라의 노을이라고

그때 나는 

가난한 화가들이

이국에서 건너온 잡지를 넘기는  틈에 끼여 말라버린 물감냄새를 찾아 킁킁거렸다

어쩌면

김흥수의 붉은 상징을 길어 올리면서

감각과 감각 사이를 예리하게 찌르는

마광수의 문장을 기다렸는지도 모른다

아니

희고 긴 사라의  손가락이 파고든

3번과 4번 요추 이끼 낀 골짜기를

뽀드득뽀드득 걷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지금 나는
어제 접은 노을을 열어 어제에 갇힌 오늘을 풀며

붉은 그의 입술을 다녀간

사라의 노을 한가운데 있다


-그림. 설희. 종이 수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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