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에 문질러 베물던 사과처럼
입추 지난 햇살 아삭아삭하고
여름날의 광휘는 파랗게 익었다
삼우 지난 한낮
아, 상처한 만보거사 앓아누운 지 이틀째란다
자존감 때문에 몰래 앓는다는 걸 나는 알아 용수철처럼 일어서 지남철처럼 갔다
빈 속에 술 건네며 두 손만 꼭 잡았다
빈 잔이 배추속살처럼 겹겹 쌓여
저마다의 망자이자 생자의 삶으로
지금 그렁그렁 걷고 있다
눈에 있으나 아득한 파랑의 몽환
비로자나불 손가락 닿는 곳이 피안일까
그늘에 드니 그늘의 뼈가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