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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규린종희
Aug 12. 2024
우뭇가사리 사랑
엄마는 딸 넷
이바지음식을 남의 손에 맡기지 않았지. 며느리 셋 첫 친정 갈 때도 그랬어. 약과에 뿌린 잣가루. 도미찜에 올린 실고추. 노란 인절미에 박은 붉은 대추.
바다와
땅이 만난 엄마의 음식은 아름다웠어.
우뭇가사리를 다듬었어. 보글거릴수록 멀건 바다냄새가
올라왔어. 나무주걱으로 저어가며 복숭아를
깍둑깍둑 썰었어. 우뭇가사리는 하얀 뼈를 드러내며 골수를 녹여냈어. 얕은 그릇에 복숭아를 담고 해초의 골수를 부어 냉장고에 넣었어. 뻣뻣해 갈수록 가뭇한 기억들이 찰랑찰랑 차오를 거야.
봄날은 갔어도 가슴이 뛰면 봄날이라고 엄마가 그랬지. 새벽이 오는 때를 기다려
신행 오던 길을
되
밟아
엄마는 갔지.
구십생
두렁두렁 감았던 산냄새를
모조리
앞산
걸고개에
내려놓고
말이야.
하얀 바다에 쌓인 붉은 복숭아를 깨물었어. 양수 터지듯 뜨거운 길 끝에 엄마의 붉은 볼이
아기
처럼 흘러나와. 강보에 싸인 기억이 쿵쿵거리는
지금은
백중 한낮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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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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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린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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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새벽 안개 낀 호수...밤을 건너온 물고기, 참았던 숨을 뱉어내듯...글자를 새깁니다 생각을 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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