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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보 Dec 15. 2021

동선(일방통행)

<the thin ( ) line> 에서 다뤄졌던 키워드와 이슈 4

사람들이 자유를 느끼는 동선은 어떤 것일까? 정해진 동선이 없다면 자유로운 걸까? <the thin ( ) line>가 극장에 오르던 때는 코로나로 인한 거리두기 좌석제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객석을 사용하지 않은 대신 관객이 1미터의 거리를 두고 관람을 할 수 있도록 바닥에 테이핑으로 표기를 하였고 이동하며 관람할 수 있도록 공연 중 프로덕션 측이 관객에게 발송한 메시지와 무대감독의 안내 멘트 등으로 장려했다. 단 이동 중에도 1미터의 간격을 유지해야 했으며 관객이 모여 있지 않아야 했다. 그러다 보니 동선은 일방통행이 되었고 이를 통해서 그나마 관객이 일반적으로 입장해 보지 못했던 무대 뒤편과 옆 공간, 극장의 비상탈출구 등을 통과하고 경험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때의 경험이란, 공연을 객석이 아닌 극장의 낯선 공간에서 관람 혹은 공연의 시간 안에 속해 반은 결속되고 반은 자유로운 상태로 관객의 명분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적극적인 이머시브의 형식은 아니었을지언정 이를 경험하는 것은 관객의 참여도에 따라서도 달라지는 것이었다. 

<the thin ( ) line> 관객들을 위한 이동 동선 화살표. 사진: 채드 박

예를 들어 프로덕션 측에서는 무미건조하게 반복하는 실무자들의 리허설을 관객이 보며 어떤 감흥이나 메시지 전달, 무엇을 관찰해야 할지 어려운 상황이라고 보았을 때, 공연 중 문자 발송을 통해 관객이 사적인 사유를 할 수 있는 다리들을 놓아주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특정 공간에서 어떤 음악을 듣거나 누군가의 인터뷰 목소리를 듣는 식의 연결로 극장의 곳곳이 관객이 장소가 되기를 바랐다. 하지만 일방통행에 대한 불만을 가진 관객들도 있었다. 일방통행인 이머시브 공연이 어디 있냐는 것이었다. 단언컨대, 일방통행은 형식이었을 뿐 이머시브는 관객의 참여에서 이뤄졌어야 했으니까. 하지만 일방통행 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했던 것은 어떤 뜻이었을까, 그들은 그 길에서 어디로 탈선하고 싶었던 걸까. 궁금하다. 

<the thin ( ) line>   극장 모든 관계자들은 출입을 위해 코로나 자가진단을 실시해야 했다.  사진: 채드 박


이 정도의 지침과 제안은 작업을 설계한 그리고 공공극장을 대관한 사람으로서 당연히 고민해서 제안할 수 있는 형식이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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