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 최선

by 김성훈


나는 아이와 함께 지내는 동안

많은 것들을 느꼈지만

그 대부분을 말하지 않았다.


기쁨은 굳이 설명하지 않았고,

불안은 더더욱 꺼내지 않았다.


내 안에서만 끝내기로 한 감정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생겼다 사라졌다.


여름에는

지나간 기억들이 자주 고개를 들었고,


가을에는

정산되지 않은 말들이 남아 있었다.


겨울에는

설명할 수 없는 감각이

몸 안으로 들어와 오래 머물렀다.


그리고 봄이 되었을 때,

나는 말을 고르기 시작했다.


아이 앞에서

나는 여전히 서툴렀고

종종 흔들렸다.


그래도

아이에게 건네는 말만큼은

조금 더 늦게,

조금 더 조심스럽게

꺼내려했다.


아이에게 닿지 않아도 되는 것들이

있다고 믿고 싶었다.


내가 견뎠던 것들,

내가 감당해야 했던 감정들,

굳이 물려주지 않아도 되는 몫들.


아이는

아무것도 모른 채 자랐다.


그리고 나는

그 사실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이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미미한 변화(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