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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슴이 뛴다

by 에밀리


"다른 삶은 어떤 모습일까?"

하루를 쪼개어 처리하는 일더미 속에서 내 기분이나 생각은 뒷전이었다. 해야만 하는 일이 줄줄이 이어져 강박이 따라다녔다. 깨달음은 한 박자씩 늦었고, 나는 그것을 붙잡기보다 정리하고 분류하는 것에 더 익숙해져 있었다.


수없이 많은 일감을 처리하며 하루를 지나는 동안, 삶은 마치 창문 밖 풍경처럼 흘러갔다. 분명 있었지만 손에 닿지 않았고, 소모되고 있었다. 시간이 갈수록 점점 선명해져, 결국 ‘살고 있다’기보다는 ‘소비되고 있다’는 자각에 이르렀다.


삶을 관리하는 태도를 내려놓고, 그 안으로 직접 들어가 행동하고 싶었다. 아이들 이름으로 불리며 무대 뒤에서 가슴 졸이기보다는, 에밀리로 서고 싶었다. 그것은 나를 찾기 위한 갈망이 부른 선택이었다.


희미했던 관념이 걷히고 감각이 깨어났다. 낯설었으나 마음이 가는 방향을 향해 걸어갔다. 어딘가에 맞추기 위해 나 자신을 바꾸지 않아도, 세상은 충분히 넓었고 내가 설 수 있는 자리는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


조금씩 느낀 것은 자유였고 일치에 가까웠다. 안과 밖이 어긋나지 않는 상태, 설명하려 애쓰지 않아도 되는 단순함. 증명하지 않아도 되는 관계 속에서 조화의 균형을 바라볼 수 있는 여유를 찾았다. 근원에 대한 감각으로, 가슴이 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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