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의 서울시각장애인복지관 낭독 봉사를 마치며

by 에밀리


안녕하십니까.
8108번 서울시각장애인복지관 사서함 담당 유이정 봉사자입니다.

2025년 12월 5주 차
식단 안내입니다
(중략)

아울러 안내 말씀 드립니다.
2025년 12월 5주 차를 마지막으로 8108번 사서함을 통한 식단 낭독 서비스가 종료됩니다. 그동안 사서함을 이용해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서비스 종료로 불편을 드리게 된 점에 대해 너그러운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앞으로 식단 정보는 서울시각장애인복지관 1층과 엘리베이터 게시판, 7층 게시판,
그리고 복지관 홈페이지와 카카오톡 채널을 통해 계속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항상 복지관에 보내주신 관심과 이용에 감사드립니다.

(시, 에세이 낭독))

추운 날씨에 건강 유의하시고, 남은 연말도 따뜻하고 편안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8108번 서울시각장애인복지관 사서함 담당 유이정 봉사자였습니다.
감사합니다.


2년 동안 매주 월요일, 이른 아침에 목소리를 가다듬고 한 주를 시작하였다. 서울시각장애인복지관(이하 서시복) 식단과 시 낭독은 늘 진지했고, 그만큼 긴장 속에서 이루어졌다. 목소리 하나, 호흡 하나에도 책임이 실리는 시간이었다. 한 주를 시작하는 첫날을 눈뜨면서부터 낭독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했다.

서시복에 낭독 봉사를 신청하고, 만 4년 만인 2024년 1월 첫 주에 연락을 받았을 때, 그날의 기쁨과 설렘을 잊을 수 없다. 감사한 마음으로 매 회차에 정성을 다했다. 파일변환, 업로드 등의 기술적인 문제로 헤맬 때마다 손을 내밀어 준 김민지 복지사 덕분에 끝까지 순조롭게 이어질 수 있었다.

낭독은 목소리의 전달만이 아니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대신 건네는 일이었고, 말 사이의 여백까지 함께 건네는 일이었다. 식단의 정확한 전달이 생활의 안정이 되기를 바랐고, 시 한 편이 하루를 밝히는 불빛이 되기를 바랐다. 그렇게 낭독은 누군가의 하루 속으로 조심스레 들어갔다.

작년 상반기에는 희망과 용기를 주는, 알려지지 않은 시를 낭독했다. 자작시를 낭독하게 되면서부터 나의 글쓰기는 더 활기를 띠었고, 낭독으로 생명력을 얻게 되었다. 나는 시기에 맞는 시와 에세이 구절을 수십 번도 더 녹음하고 듣기를 반복했다. 거북스럽고 간질거리던 말투가 서서히 정돈되었다. 빠르게 말하고 쌀쌀하게 들릴 수 있는 목소리를 다듬어 다시 녹음하여 선별하였다. 그리고 녹음분을 컴퓨터에 MP3로 파일 전환 후 서시복 사서함에 업로드하였다.

일반인이 자신의 목소리를 정기적으로 녹음하고, 그 소리에 귀 기울이며 ‘내 소리’를 온전히 마주하는 경험은 흔치 않을 것이다. 매주 낭독을 준비하며 나는 조금씩 달라졌고, 그 변화는 소리의 높낮이나 발음 너머에서 스스로를 돌아보게 했다. 그렇게 숨을 고르듯 차곡차곡 쌓아 올리며 함께 성장하고 나누는 시간이었다.

100주가 넘는 시간을 통해 시각장애인들에 대해서 조금씩 알게 되었다. 나는 <스몰 스파크>, <시민 옹호인>으로 함께 활동을 하였다. 서시복을 통해 한 주의 시작이 '봉사자'라는 역할보다, 함께 살아가는 이웃으로 성큼 다가갔다. 장애가 결핍이 아닌 다른 감각의 세계라는 사실을, 그들의 반응과 침묵을 통해 배웠다. 알아간다는 것은 결국, 경계를 허무는 일이었다.

오늘 아침, 마지막 낭독 봉사를 마치며, 아쉽고 서운한 마음이 밀려온다. 이제 월요일이 오면, 그 시간만큼은 허전함이 먼저 찾아올 것 같다. 매번 긴장과 충만한 보람으로 채워졌던 그 자리에, 그리움이 남을 것이다. 역할이 끝났다는 것보다는 '식구로서 함께' 했다는 기억이 더 오래오래 머물 것임을 안다.

돌아보면, 서울시각장애인복시관 봉사는 '나'를 알아가며 단련하는 시간이기도 했다. 말의 무게를 배우고, 침묵의 의미를 배우며, 관계의 깊이를 다시 생각하게 했다. 함께할 수 있어서 참 좋았고, 그 시간 속에 더불어 있었음에 자랑스럽게 여긴다.



-2025년 12월 29일 쓰다




꼬박 2년 동안 월요일마다 서울시각장애인복지관 사서함 낭독봉사! 내가 담당한 사서함이 지난 12월 29일 월요일을 끝으로, 서비스가 종료되어 역할이 사라졌다.

그 헛헛한 마음을 글로 담으면서 기록으로 남겼다. '시각장애인에 대한 관심과 인식개선, 같이 성장하는 자원활동'에 대해서 쓴 글이 2025년 12월 31일 오전에 오마이뉴스에 실렸다.


자정이 넘은 서리풀 악기거리 연습실, 티나는 대입 실기전형 앞두고 열첼하고 나는 글을 쓴다. 요즘 들어 부쩍 한석봉 어머니가 생각이 난다아))))))))


브런치에 답방 갔다가 회원가입하고 오마이뉴스에 지원했다. 오즈의 마법사 작가님의 글을 읽다가, 홀리듯 오마이뉴스를 찾아 초록창에 검색했다. 일련의 과정에 둔한 나는 버벅이디가 한참 만에야 회원 가입을 하고 글을 올렸다.



아침 11시 22분, 첼로 큰샘 레슨에서 노트북에 한참 받아쓰고 있었다. 갑자기 툭, 뜨는 카톡! 기사로 채택되었다는 반가운 메시지를 받았다. 룰루랄라, 모처럼 온종일 기분이 좋았다.



이웃님들에게도 나누고픈 이야기와 글로 소득으로 추천! 새로운 세상에 한 발짝 내딛을 수 있어서 기쁘다.


- 2025년 12월 31일 쓰다


https://omn.kr/2gj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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