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할지보다, 무엇으로 살지

by 제이

겨울 방학을 맞아 오래간만에 집에 온 아들과 여행을 다녀오고, 함께 시간을 보내다 보니 2026년이 어느새 코앞까지 와 있었다.
시간은 늘 그렇다. 예고 없이 앞질러 간다.


여행에서 돌아온 날 밤,
거실에 나란히 앉아 늦은 간식을 먹고 있었다.
각자 휴대폰을 보며 말없이 시간을 보내다가
아들이 갑자기 물었다.

“엄마는 지금도 계획 세워?”

나는 웃으면서 대답했다.
“그럼. 나 그거 잘하잖아.”

아들은 잠시 고개를 끄덕이다가,

조금 망설이더니 다시 물었다.

“근데… 왜 세워?”

그 질문 앞에서

나는 잠깐 말을 잃었다.

나는 늘 어떻게 더 잘 살지는 고민했지만,
왜 그렇게 살아야 하는지는

제대로 말해본 적이 없었다.





5년 전부터 나는 해마다 세 가지 새해 계획을 세운다.
‘열심히 살자’ 같은 막연한 다짐이 아니라,
조금만 노력하면 실천할 수 있는 아주 구체적인 계획들이다.
이미 하고 있던 습관의 강도를 조금 높이거나,
일상을 조금만 조정하면 이룰 수 있는 것들.

그 작은 성취들이
나를 다시 움직이게 한다는 걸
나는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그래서 올해도
무엇을 더 채우고, 무엇을 덜어내야 할지 고민하다가
친구들에게 질문을 하나 던졌다.

살아오면서 들은 최고의 조언은 무엇이었는지.


돌아온 대답들은 제각각이었다.

너보다 나은 사람들과 어울리라는 말,
멍청해 보여도 용기를 내어 묻으라는 말,
완벽하지 않아도 일단 시작하라는 말,
두려워서 안전지대에만 머물지 말라는 말,
고난이 없이는 배움도 없다는 말,
그리고 꾸준함은 결국 재능을 이긴다는 말까지.

그중에서도
유독 오래 마음에 남은 말이 하나 있었다.


“Clarify your core values, and live your life by them.”


나에게 중요한 가치를 먼저 정의하고,
그 기준에 맞게 살아가라는 말이었다.

그 친구는 말했다.
인간관계, 불안, 우울, 자존감의 흔들림,
좌절과 실패 같은 순간들을 마주할 때
내가 정해 둔 가치가
다시 방향을 잡아주고
나를 지탱해 주는 힘이 된다고.

그리고 그렇게 살아갈수록
삶에 대한 만족도 역시
조금씩 높아진다고 했다.


그 말을 들은 순간,
이번 새해 계획은
‘무엇을 더 할지’만이 아니라
‘무엇을 기준으로 살지’를
함께 고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돌이켜보면
나의 계획들은 늘 행동 중심이었다.

더 운동하기,
더 부지런해지기,
더 잘 해내기.

하지만 기준 없는 노력은
방향을 잃기 쉽다는 것도
이제야 조금 알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겨울 방학을 맞아 집으로 돌아온 아들과
각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에 대해
천천히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졌다.

아직 아들은 자신만의 기준을
모두 만들어가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래도 그걸 생각하며 살아간다는 것만으로도
수많은 선택의 순간이 조금은 단순해질 거라 믿는다.


내가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은 어른의 모습은
많은 목표를 이룬 사람이 아니다.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그 기준에 따라 선택하며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래서 2026년의 계획은
더 많은 것을 이루는 해가 아니라,
내가 정한 가치를
자주 배반하지 않는 해였으면 한다.


흔들리는 날이 오더라도
다시 돌아갈 기준이 있다는 것.

어쩌면 그것만으로도
새해 계획은 충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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