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를 크게 실패했던 기억보다,
이상하게도 하지 않았던 일들이 더 오래 남아 있을 때가 있다.
그때는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다.
바쁘다는 이유로 미뤘고, 굳이 지금 아니어도 된다고 여겼다.
실패한 것도 아닌데, 시간이 한참 지난 뒤에야
그 선택하지 않았던 순간이 문득 떠오른다.
이미 끝난 일인데도, 이상하게 그 장면만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것처럼.
기억해 보면,
20대와 30대의 나는 잘하지 못할 것 같은 일은 시작조차 하지 않았다.
언젠가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공부나 취미도
‘다음에 하면 되지.’
‘시간은 아직 많으니까.’
그렇게 미뤄두는 일이 더 많았다.
몇 년 전, 배우고 싶었던 취미가 하나 있었다.
집 근처 문화센터에서 신청 페이지까지 열어두고
수강 시간표를 몇 번이나 들여다봤다.
‘지금 시작하기엔 좀 애매한데.’
‘조금 덜 바쁠 때 하는 게 낫지 않을까.’
그렇게 창을 닫았고, 그다음 해에도 같은 생각을 했다.
결국 나는 그걸 한 번도 시작해보지 않았다.
하지 못한 게 아니라, 하지 않은 채로 시간을 보낸 셈이었다.
굳이 지금 아니어도 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50을 바라보는 지금은 조금 다른 이유로 망설인다.
휴대폰에 저장된 이름 하나를 한참 들여다보다가
결국 아무 메시지도 보내지 못한 날이 있었다.
“잘 지내?” 그 한마디면 될 일을,
괜히 어색해질까 봐, 너무 늦은 건 아닐까 싶어
다음에 연락해야지 하고 화면을 닫았다.
예전에는 바빠서 미뤘다면,
지금은 마음이 늦어서 미루게 된다.
대부분은 거창한 일이 아니다.
당장 하지 않아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 일들.
그래서 더 쉽게 ‘나중에’로 밀려나는 일들이다.
달라진 점이 있다면,
나이가 들수록 실패의 기억보다
후회의 감정이 더 오래 남는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실패는 시간이 지나면 하나의 경험으로 정리되지만,
하지 않았던 일들은 끝내 정리되지 않은 채 마음 한쪽에 남아,
가능했을지도 모르는 다른 장면으로 가끔 다시 떠오른다.
그래서일까.
요즘 나는 무엇을 선택할 때
잘될 가능성보다
나중에 덜 떠올리게 될 쪽이 어디인지 먼저 생각하게 된다.
우리는 실패를 두려워한다고 말하지만,
어쩌면 정말 두려운 건 실패가 아니라
끝내해보지 못한 채 남겨두는 일인지도 모른다.
실패는 지나간 일이 되지만,
후회는 지나가지 못한 가능성으로 남는다.
당신에게 더 자주 떠오르는 것은
실패했던 순간일까,
아니면 시작하지 않았던 순간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