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re you?” 다음이 어렵다

by 제이

초등학교에 들어갈 때부터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아들은 축구를 했다.
평일에는 연습이 있었고
주말에는 경기가 있었다.
나는 부지런히 운전을 하며 아이를 데려다주곤 했다.


경기장에 가면 늘 같은 팀 부모들을 만나게 되고
경기가 있는 날이면
매번 다른 상대 팀 부모들도 만나게 된다.
그리고 거의 항상 같은 말로
대화가 시작된다.

“How are you?”
“Good. How are you?”

나는 이 스몰 토크의 시작이 늘 조금 불편했다.


그 질문 다음으로
어색함을 없애기 위해
날씨 이야기를 하거나
주말 계획을 묻거나
아이 학교 이야기를 꺼낸다.


사실 그렇게 궁금한 건 아닌데
물어봐야 할 것 같고
너무 솔직하게 대답하기도 애매하다.


상대방도 비슷한 마음일 것 같아
대답을 하는 나도 괜히 어색해진다.


가끔은
내가 사교성이 없는 사람인가
생각해 보기도 했다.


하지만 친한 친구들과는
몇 시간이고 이야기할 수 있다.


한국에 있을 때는
이미 친해진 고등학교 친구들, 대학 친구들,
그리고 회사 동료들과 시간을 보냈다.
그래서 굳이 스몰 토크를 할 필요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미국에 살면서는
이런 상황들이 자주 생긴다.


특히 아이 친구들의 부모들과는
괜히 더 신경을 쓰게 된다.
아이들 사이의 관계도 있으니
대화를 잘 이어가야 할 것 같은
보이지 않는 의무감 같은 것이 생긴다.


유독 말하기 싫은 날도 있다.
그런 날에도 스몰 토크는 해야 한다.
그것도 영어로.


어떤 날은
괜히 더 피곤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어쩌면 나는
관계의 깊이가 생기기 전까지
말을 꺼내는 것이 서툰 사람인지도 모른다.


처음에는 어색했던 아들의 친구 부모들과도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며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어느 순간
부모라는 관계를 넘어
친구처럼 편하게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스몰 토크는
대화를 위한 내용이라기보다
서로에게 보내는 신호 같은 것이 아닐까.

“나는 당신과 같은 공간에 있고
당신을 불편하게 만들고 싶지 않습니다.”

그런 조용한 인사 같은 것.


여전히 스몰 토크는 어렵다.

새로 간 운동 모임에서
혹은 슈퍼에서
누군가 갑자기 말을 걸어오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잠깐 고민하게 된다.


그래도 이제는 그 몇 마디의 말이

사람 사이의 거리를
조금 덜 어색하게 만들어 준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오늘도
완벽한 말을 하지는 못하지만
나만의 방식으로
작은 신호 하나를
건네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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