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어진 게 아니라, 멈춰 있었던 관계

by 제이

외국 생활을 시작하고 처음으로 한국을 혼자 방문한다.
늘 아이와 남편과 함께 갔고, 그럴 때마다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느라
친구들을 따로 만날 여유는 좀처럼 없었다.
그마저도 코로나로 발걸음이 끊겼고,
이후에는 아이의 고등학교 일정에 맞춰 지내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다.
거의 십 년 만이다.


고등학교 친구, 대학 친구, 회사 친구.
한때는 자주 웃고, 자주 만나던 사람들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서로의 일상에서 조용히 멀어져 있었다.


보고 싶다는 생각은 가끔씩 했으면서도
왜 이렇게 오래 연락을 못 했을까 싶다.
오랜만에 연락하면 불편해하진 않을까,
괜히 어색해지면 어쩌지,
상대에게 부담이 되지는 않을까.
그렇게 메시지를 썼다 지우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다.


이상하게도 연락을 하지 않은 이유는 늘 비슷했다.
바빠서도 아니고, 잊어서도 아니었다.
그저, 시간이 너무 많이 흘렀다는 이유 하나였다.


“코로나로 한국도 못 가고, 애 키우다 보니 벌써 이렇게 시간이 흘렀네. 보고 싶어.”

조심스럽게 보낸 한 줄의 메시지.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것이 달라지지 않았다는 걸 금세 알게 됐다.

“야, 진짜 오랜만이다.”
“언제 와? 꼭 보자.”


답장은 예상보다 훨씬 따뜻했고,
그 순간 십 년이라는 시간이
그렇게까지 큰 벽은 아니었다는 걸 깨달았다.


우리는 멀어진 게 아니라,
그저 한동안 각자의 자리에서 살아가고 있었을 뿐이었다.


이제 곧 그 친구들을 만난다.
누군가는 아이의 엄마로,
누군가는 커리어를 이어가며,
또 누군가는 새로운 길을 찾고 있을 것이다.


그들 사이에서 나는
지난 시간만큼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


같은 시간을 살았지만,
같은 삶을 살지는 않았다.


그래서 더 궁금해진다.
그 시간들이 우리를 어떻게 바꿔 놓았는지,
그리고 무엇은 여전히 그대로 남아 있는지.


돌이켜보면,
우리를 가로막고 있던 건 시간이 아니라
망설이던 마음이었는지도 모른다.


혹시 어색해질까 봐,
괜히 불편해질까 봐,
그렇게 스스로 선을 그어버렸던 건 아닐까.


하지만 관계는 생각보다 단단해서,
한 번의 안부로도 다시 이어질 수 있는 것이었다.


이번 여행에서
나는 단지 친구들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그 시간을 함께 지나온 나를 다시 만날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이번 만남이 조금은 기대된다.

시간이 많이 흘렀다는 사실보다,
그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남아 있는 것들이 있다는 사실이
더 크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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