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두는 용기

붙잡지 않으니, 평화가 찾아왔다.

by 제이

미국 생활 10년 동안 많은 사람들이 내 곁을 스쳐 갔다.

집에서 둘째로 자라서인지 나는 사람들의 눈치를 잘 본다.

좋게 말하면 눈치가 빠른 편이다.

상대방의 기분을 읽는 데에는 자신 있었지만,

문제는 그걸로 끝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언제나 ‘그 사람의 기분을 풀어줘야 한다’는

이상한 사명감을 품고 살았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모두의 기분을 맞춰주려다 보니

점점 내가 지쳐갔다.

내 의견을 말하는 것도 어렵고,

어떤 사람은 나의 호의를 당연한 권리로 여기기까지 했다.


‘나를 갉아먹으며 베푸는 호의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감사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그런 호의를 베풀 이유가 있을까?’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던 때가 있었다.


어릴 때는 친구 관계가 영원해야 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중년이 된 지금은 안다.

새로운 사람은 늘 오고 가는 것이고,

머물 사람은 자연스럽게 머무는 것임을.

떠나는 사람이 나빠서가 아니라,

그저 인연이 거기까지였을 뿐이라는 것을.


이제 나는 어른의 우정이란,

각자의 선을 인정하면서 만들어가는 관계라는 걸 배워가는 중이다.


그리고 더 이상,

다른 사람의 기분에 내가 책임질 필요는 없다는 것도.

누군가 나에게 실망할 수도 있고,

오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그들의 감정이지,

내가 짊어져야 할 짐은 아니다.


멜 로빈스의 Let Them Theory처럼,

그들이 나를 좋아하지 않으면 그냥 두면 된다.

그들이 떠난다면 그냥 두면 된다.

그들이 나를 오해하더라도,

굳이 모든 걸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나는 이제 사람들을 통제하려 하지 않는다.

그들의 감정을 ‘고쳐주려는’ 대신,

그 감정이 그들의 몫임을 인정하고,

나는 내 마음을 지킨다.


그렇게 마음의 중심을 세우자

오히려 관계가 더 편안해졌다.

떠나는 사람을 붙잡느라 애쓰지 않고,

머무는 사람과의 시간을 진심으로 누리게 되었다.


이제는 안다.

진짜 평화는 모든 사람을 이해시키는 데서 오는 게 아니라,

그냥 두는 용기에서 온다.

이전 02화“나를 규정하는 건 나일까, 환경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