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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gnes Nov 26. 2021

내가 시어머니에 대하여
쓰게 된 이유

호모 검색러인 나는 뭐든지 포털에 검색하는 버릇이 있다. 지도 찾기나 기기 사용 방법, 맛집 검색 등은 당연한 거고, 얼마 전부터는 온갖 것을 다 검색해 보고 있다.

최근 검색어는 '89세 시어머니'였다.

어떤 검색 결과여도 좋다.

나는 다만, 내 고민을 받아 주는 공간이 있어 참 다행이라 생각한다.


결혼할 때 내 시어머니는 75세였다.


결혼 전 상견례 때 처음 뵌 그분은 작지만 고집 있고 강단 있어 보였다.

예쁨 받고 싶었다.

아마 나도 수신지 작가의 만화처럼 며느라기를 겪은 듯하다.

만나는 횟수가 많아질수록, 해가 갈수록, 사람이니까. 물론 정이 들었고, 연세가 깊어질수록 측은지심이 더했고, 잘해리고 싶었다.


예쁨 받았다.

어머니가 볼 때 아주 나는 나이가 어렸으니까,

큰 손녀랑 별반 나이 차이가 없었으니까

기대하는 것도 없으셨고 아무것도 못 한다 생각하셨다.


하지만 어느 집안이나 그렇듯이 갈등이 생겼다. 하지만 어머니와 나는 싸워가며 화해해 가며 살 수 없었다.

그러기에 우리는 나이 차이가 너무 많이 났고, 어느 해인가 허리뼈가 부러져 병원에 누우신 후로 급격히 귀도 어두워지셨다.

그러고 있는 사이 십 년이 지났고 나에겐 원망이 쌓여 갔다.

물론 이번 생에는 어머니와 그 갈등을 풀 수 없으리란 걸 난 잘 안다. 원망은 나만 쌓았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도 말하기 어렵고

말하고 나면 시원하기는커녕 더 찝찝해지는 그런 에피소드와 감정들이 쌓여만 갔다.

나에게 그런 마음이 있다는 것에 절망했고,

더 현명하지 못한 나에게 실망했고

왜 나는 현명해야만 하는 가,

왜 나는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사랑받지 못할까 비관했다.


정혜신 님의「당신이 옳다」를 보던 어느 날이었다.

모든 것은 그냥 역할 놀이일 뿐이라고

많은 새댁들이, 시댁이라는 관계에서 처음 들여다보는 나의 지질함 때문에 너무 아파한다고

하지만 그냥 역할 놀이일 뿐이고 가장 소중한 것은 나 자신이라고, 그걸 잊지 말라고

그런 내용을 읽었다.


그리고 또 읽었다.

은유 작가님의 글을 읽다가

소설가가 아니더라도

반드시 직업으로 글을 쓰는 것이 아니더라도

무언가를 쓴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치유의 힘이 있다는 그런 내용이었다.


두 글 모두 내 기억에 의존한 것이니까, 문구가 정확하지는 않을 거다.


하지만 그래서 쓰기 시작했고

쓰다 보니까 나에게 어머니는 나쁜 기억도 있지만 좋은 기억도 있다는 게 새록새록 떠올랐다.

그리고 어딘가에 말로 부리는 것보다는

글로 부리는 것이 나의 성격에 더 잘 맞았기 때문에

그래서 이렇게 쓰기 시작했다.


나의, 늙은, 어머니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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