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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gnes Dec 03. 2021

88세 어머니의 첫 수술(2)

"독약 좀 줘요"

인공 관절을 넣고 어깨를 끼우는 수술을 한 어머니는

일주일 만에 퇴원을 하셨다.


주치의 선생님께서 하시는 말씀이

고령이라 걱정이 많이 되었지만

근력도 좋으시고

그래서 경과도 좋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통원 치료를 하라고 했다.


혈당이 종종 떨어져서 때때로 포도당을 맞아야 하고

산소포화도가 종종 떨어져서 산소 흡입을 해야 하지만


사실 병원 입장에서는 중병이 아니니까

퇴원하라 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지 싶었다.

실제로 어머니가 머물렀던 5인실에서

부축을 받고라도 걸어서 화장실을 가는 건

우리 어머니뿐이었다.


통원 치료를 하러 두 번째 방문한 날 어머니께서는

시누이와 의사 앞에서 이런 말을 하셨다고 한다.


"독약 좀 줘요"


"구찮고 힘들어서, 살기 싫어"

"나만 말 안 하면 비밀 되잖어유"


의사는 시누이를 불러 신경정신과 협진을 제안했고


시누이는 어머니와 단 둘이 되자마자

의사와 딸을 범죄자 만들고 싶으면 다시 그런 소리를 해라

오늘부터 밥을 먹지 않으면 금방 죽을 수 있으니

약 달라 말고 밥을 먹지 말아라

라고.... 했다고 한다.


시누이는 직업이 요양보호사이기 때문에

환자를 케어할 줄 아시는 분이다.

신파에 빠지지 않고

시간이 답인 것에는 연연하지 않고, 고민하지 않는다.

어머니께서 이번 상실을 받아들이시는 데

3개월쯤 소요될 거라고 처음부터 생각하셨다.


그러면서

누군들 매일 살고 싶기만 한 사람이 있겠느냐며

몸이 저 지경이 되었는데

하루는 살고 프고

하루는 그냥저냥 그렇고

하루는 살기 싫지 않겠느냐고

오히려 젊은 자식이어서

본인의 마음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막내 동생 부부를 위로해 주셨다.


퇴근길에 운전대를 잡을 때

어머님에게 가 볼까

점심에 일이 끝나고 점심을 먹을 때

어머님께 전화를 드려 볼까

당분간 자주 가서 뵐까

싶다가도

이 모든 나의 염려와 마음들이

과연 어머니에게 위로가 되기는 할까

라는 생각을 반복하는 요즈음이다.


내 어머니 88세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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