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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gnes Dec 03. 2021

내가 엄마한테 큰 실수를 한 것 같아

1. 어떻게 죽을 것인가 :아툴 가완디

1. 어떻게 죽을 것인가 :아툴 가완디

갑자기 남편이 시간이 많아졌다.


물론 좋은 일은 아니다.

캠핑 갔다가 낙상 사고를 당해서...

시간이 필요한 외상을 조금 많이 입었다.

두문불출 어쩔 수 없이 하루 종일 집 안에 갇혀 있어야 하는 처지가 되어 버려서

이것저것 책을 읽게 추천해 주고 있다.


달리 생각한다면,

이렇게 공식적이고 정당한 휴가를 가진 게 대학 졸업 이후 처음일 테니까

나름 즐길 수 있으리라 믿고 있다.


처음 한 동안은 페이지 터너 격 소설만 추천해 줬다.

외상이지만 통증이 심하고

움직이기가 불편하니까

정말 시간 가는지 모를만한 이야기를 추천해 주는 게 최선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어느 정도 마음의 여유가 생긴 지금은

생각할 수 있는 책을 추천하려고 한다.

그동안 일머리를 쓰느라 바빴기 때문에

분명 일하지 않는 자기의 삶이 이상하고

지적 호기심이 자극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갈증을 느낄 테니까.


독서 팟캐스트에서 추천받았던 책,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추천해 줬다.


물론 나의 나이 많은 노모-즉 내 남편의 어머니-에 대한 고민을 던져 주고 싶었다.

본인의 어머니이니까,

어머니에 대한 생각이 나와는 견줄 수 없겠지만

시각의 변화는 분명 필요하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감정이 섞이지 않은 상태로 봐야

모든 것의 진실이 제대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다 읽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며칠 전 남편이 나에게 말했다.


"여보, 내가 엄마한테 큰 실수를 한 것 같아......"


나도 읽은 지 한참 시간이 지난 뒤라 세세한 부분까지 기억나지는 않지만

책의 톤 앤 매너는 이렇다.

죽음을 우리보다 적은 시간 남겨 둔 노인들의 관심사는

지금 앓고 있는 큰 병(이를테면 암이라던가)의 완치가 아니다.

중병의 완치에 에너지를 허비할 시간이 없다.

그냥 오늘 하루 편안히 지내는 것.

어떤 방법으로든 통증을 줄이는 것.

남아 있는 시간을 옆에 있는 가족과 최대한 자연스럽게 맑은 정신으로 보내는 것.

확실한 건

수술이 필요한 큰 병보다

지금 당장의 관절염 해소가 노인의 마음 관리에 더 도움이 된다는 것.

그런 것이었다.



내 어머니 86세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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