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gnes Dec 05. 2021

어르신 한 분을 건강하게 지키는 데에도

2. 아픔이 마중하는 세계 :양창모

어르신 한 분을 건강하게 지키는 데도 온 마을은 필요하다.

아이 한 명을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지만

어르신 한 분을 건강하게 지키는 데도 온 마을은 필요하다.

한 사람의 삶을 하나의 이야기라고 할 때

우리 사회는 이야기의 시작에는 관심이 많으나

이야기의 마무리에는 별 관심이 없다.

하지만 아이는 시간이 흘러 노년이 된다.

그 이야기는 결국 나의 이야기가 된다.

<아픔이 마중하는 세계, 13쪽 中>  



      

요즘 이상하게 노인을 소재로 한 책이 눈에 많이 들어온다. 아버지에서 어머니로 그리고 할머니로 책의 글감이 옮겨가는 기분이다. 그간 책 속에서, 슬픈 할머니, 귀여운 할머니, 주체적인 삶을 사는 할머니 등을  만났다. 이번엔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노년을 바라보는 의사의 입장이다.


왕진(往診).


왕진의사 양창모 선생님이 말한다. 병원에 갈 수 없는 노년의 삶을 사회가 돌보아야 한다고.


의료 서비스에서 소외된 노년의 삶들은 글로 읽기에도 참 슬프고 목이 멘다. 중1이 된 아이에게 '왕진'이라는 단어를 아느냐고 물으니, 그게 무슨 단어냐며 왕이 전진하는 거냐고 묻는다. 왕진이라는 의료 서비스를 접한 적 없으니 당연히 모를 수밖에. 우연인지 몰라도 내 어머니가 살았던 원주 지역 이야기도 나온다. 내 어머니가 살았던 그 동네 이야기도 나온다.


내 어머니는 총 4종의 약을 드신다. 혈압, 당뇨, 비뇨기 관련, 척추 질환 관련... 한 달에 한번 병원에 가실 때에는 각 진료과 앞에서 평균 40분을 기다리시고 필요시 각종 검사를 하러 다니느라 걷기도 하고 휠체어를 타기도 하지만 평균 4시간을 병원 의자에서 대기하신다. 4시간의 진료를 겪고 나면 주차장까지 차를 타러 가는 것도 버겁기 때문에 병원 정문 앞에서 타는 택시가 가장 편하다고 하신다.


그 수발을 환갑 넘은 딸이 해야 한다. 아니면 조금 더 젊은 50줄의 아들이 하기도 한다.

그나마 평일 낮에 시간을 낼 수 있는 자식이 있고, 종합 병원 근처에 사는 자식이 있어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책 속에 나오는, 물 건너고 산 넘어야 읍내를 나올 수 있는 지역에 사는 노인분들은 어떡할까. 도대체 어떻게 병원 진료를 받으시고 계실까.


그분들의 이야기가 책 한 권을 채운다. 그중에 책 속 문구가 나온다.


아이 한 명을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지만
어르신 한 분을 건강하게 지키는 데도 온 마을은 필요하다.
맞다. 온 가족을 넘어서, 온 마을이 필요하다.


가족들이 정말 어르신 가시는 길에 극한의 정성과 극한의 최선을 다하지 않아도 된다는, 그러지 않을 자유도 있다는 말이 정녕 설득력을 갖는 시대가 올까? 싶다.

작가의 이전글 내가 엄마한테 큰 실수를 한 것 같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