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스타벅스 일기 : 권남희
일본인 지인에게
"요즘 저 스타벅스에서 일해요."하고 자랑했다.
그랬더니 지인이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권상, 컵이나 접시 깨뜨려서 다치지 않게 조심하세요."
아... 그 일이 아닙니다만...
권남희 <스타벅스 일기> 2024, 한겨레출판
와상 환자인 엄마는 치매가 심해져서 화장실 간다고 내려오려고 하고 92세 할머니는 연신 언니(나)를 불러댄다. 두 할머니 보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는데 엄마는 나한테 "저 사람이 아줌마 엄마라요?"하고 묻는다.
이 무슨 족보 브레이커인가. (67쪽)
몸도 정신도 피폐해져서 집으로 오는 길에 스타벅스에 갔다.
그리고 불쌍한 내 마음을 달래기 위해 초콜릿 크림 프라푸치노를 주문했다.
당 따위, 나트륨 따위, 마음 힘들 때 쉴 수 있는 곳이 있어서 안도할 따름. (67쪽)
신메뉴 음료 설명 쓰시는 분은 나노 단위로 촘촘하고 섬세한 절대 미각을 가졌거나,
시인이 되고 싶었던 사기꾼(?)이지 않을까 싶다. 나는 어떤 음료나 음식을 먹어도 '맛있다' '맛없다' 이상은 표현하지 못하겠던데 어쩜 이렇게 근사한 묘사를 하실까. (7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