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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gnes Sep 19. 2024

안양 최초의 서점 <대동문고>에 내 책이 등장했다

얼마 전 이웃 브런치 작가님 피드에 이런 글이 올랐다.


동네서점에 갔다가 영업을 했다 (brunch.co.kr)


자주 가는 동네서점에 작가님 본인의 책을 들고 가서 '적극적으로' 영업을 했다는 에피소드였다. 사진을 보니 놀랍게도 나도 아는 서점이었고(브런치에서 종종 뵈는 작가님은, 이제 알았는데 바로 옆동네 주민이셨다), 아주 옛날에 가 본 적이 있는 서점이었다. 글을 읽고 '나도 우리 동네 지역서점에 가 볼까?' 진지하게 고민을 하던 중, 아이 친구 엄마에게서 신기한 연락을 받았다. 아이가 동네서점에 갔는데 내 책이 베스트셀러에 있어서 사진을 찍었다면서, "도현이 엄마에게 내가 찍었다고 말하고 꼭 보여줘."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럴 리가. 우리 동네 사는 내 가족과 지인들이 싹 다 일부러 몰려가서 거기에서 책을 샀을 리도 없고, 설마 그럴 리가. 그리고 내 책이 베스트셀러가 아니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인데.


첩보를 들은 내 남편은 그 주말에 당장 서점에 달려갔다. 그리고 사실을 확인하고 "진짜더라"면서, 증거 사진을 내게 보내줬다. 세상에, '에세이 베스트 10'에 내 책이 무려 5권이나 있었다. 남편은 사진을 찍고 한 권 사 왔다면서, 나 보고도 가 보라고 했다(아니, 세 권쯤 샀어야 했는데).


증거 사진. 안양 동네서점 <대동문고>에서. 2024. 9월 추석 전 어느 날.

안양 <대동문고>는 나에게 매우 특별한 곳이다. 안양에서 나고 자란 나는, 어릴 때부터 <대동문고>를 문턱이 닳도록 다녔다. 그리고 <대동문고>의 흥망성쇠를 다 보았다고 해야 하나. 내 기억 속 서점은 건물 하나가 통째로 서점이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에는 건물 두 개, 또 어느 순간에는 건물 세 개가 되었다. 하지만 안양에 대형서점이 들어서고 온라인 서점이 늘어가면서, 다시 세 개에서 두 개로, 두 개에서 한 개로, 한 건물에서 두 개의 층으로 줄어들었다. 옛날에는 모두 <대동문고>에서 만나고, 거기서 참고서도 사고, 거기서 볼펜도 사고, 거기서 노트도 샀는데. 하지만 아직도 안양에서 제일 큰 서점은 (프랜차이즈 서점을 제외하고는) 대동문고다(대동문고가 안양 최초의 서점이라는 것은, 이 글을 쓰려고 검색하다 알게 된 사실이다).


어릴 적 광화문 교보문고에 처음 갔을 때, 나는 아빠에게 말했다. "아빠, 나는 나중에 교보문고 사장이 될 거야. 안양에 교보문고를 차릴 거야." 나는 정말 큰 농담을 했다고 생각했고, 내 말을 들은 어른들도 같은 반응이었다. 마치 '내가 나중에 달나라에 여행 갈 때는 말이야' 같은 농담을 한 분위기였다. 그런데 어느 날 안양에 교보문고가 들어온다는 플래카드가 붙었다. 나는 진심으로 충격을 받았다. 저게 가능한 일이었구나. 내가 한 발 늦었는데?


아무튼 나도 현장을 보아야겠길래, 추석 연휴에 언니와 함께 갔다. 가서 사장님이 계시다면 사장님께, 매니저님이 계시다면 매니저님께, '제가 이 책 저자예요.'라고 말하고 감사의 인사도 전하고, 어쩌다가 내 책이 베스트셀러에 놓이게 되었는지 연유도 묻고 그래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는데. 가서 보니 며칠 전 MD가 싹 바뀐 분위기였고 내 책은 평대 아래로 내려가 있었다. 그래도 어떻게든 감사의 뜻을 전해야겠다 싶어서 서점 SNS도 열심히 찾아봤는데, 활성화된 SNS가 없어서 그 계획도 실패했다. 참, 뜻대로 되지 않는다.


책을 출간한 지 6개월이 넘어가니, 마음이 조급해졌다. 이렇게 잊히는구나. 남은 (팔지 못한) 내 책들은 '나무야 미안해'라고 평생 말하면서 계속 내 마음의 짐이 되어야 하는 운명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내 고민을 말하면서 대책을 강구하라고 남편에게 말했다. 남편은 고민하는 척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음, 우리가 사자." 어처구니가 없는 대책이다 정말.


그래도 저자인 나는 대책을 강구해야 하니, 얼마 전에는 정말 기발한 생각을 하기에 이른다. 오마이뉴스의 <책이 나왔습니다> 코너에 내 책 소식을 어야겠다고. 그래서 이런 일이 생겼다.


https://omn.kr/2a4il


사실은 얼마 전 이경 작가님의 <난생처음 내 책>에서 놀라운 책 홍보팁을 발견했다. 바로 오마이뉴스의 <책이 나왔습니다> 코너에 기사를 보내는 것이다. 저자 본인도 홍보할 수 있는 코너여서, 이경 작가님도 몇 번 기사를 송고했고 게재되었다고. 그래서 나도 기사 쓰기를 시도해 보았고,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이런 기사가 게재된 것이다(감사합니다, 이경 작가님).


10월의 마지막 주에, 원주 바름책방에서 세 번째 북토크가 예정되어 있다. 그전까지 또, 열심히 팔아봐야겠다. 내겐 너무 소중한, 내 첫 책 <연애 緣愛 - 아흔 살 내 늙은 어머니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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