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마지막 주 금요일에, 원주 바름책방에서 세 번째 북토크를 합니다.
원주 바름책방은 제 어머니 고향인 원주 무실로에 있어요. 어머니께서 요양병원 들어가시기 전까지 20년 넘게 사셨던 바로 그 동네입니다. 그동안 제 첫 책으로 서울에서 한 번, 안양에서 한 번 북토크를 했는데요, 이제 또 북토크 할 일이 있겠나 생각했지만, 원주에서는 꼭 한 번 하고 싶었어요. 다행히 바름책방 대표님께서 소중한 기회를 주셔서, 실현이 되었네요.
며칠 전 이렇게 산뜻한 웹자보를 보내오셨어요. 그동안 책 표지와 비슷한 톤의 분홍색 카드 뉴스들만 보다가, 버건디 색상을 입힌 시안을 보니 매우 신선하더라고요. 제 얼굴 사진을 여기저기 올리는 것이 매우 많이 쑥스럽지만, 뭐 제가 유명인도 아니고 괜찮지 않을까, 지금 뭐가 중요한가, 그런 생각을 해 봅니다.
첫 북토크 때 작가 프로필 사진을 요청받고, 동네 사진관에 가서 부랴부랴 사진을 찍었는데요. 수정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자니, 원 민망해서 앉아 있을 수가 없더라고요. 이건 거의 색칠공부 수준으로 샤샤샥 주름과 잡티는 없어지고 턱은 날렵해지고 눈은 커지고. 얼마나 어메이징 한 지 사기를 치는 기분이더라고요. 사진을 본 옛 직장 동료들이 말하기를 제 삼십 대 초반의 얼굴이 보인다네요(어느 정도인지 아시겠지요?).
바름책방은 지난여름에 제가 좋아하는 작가님들께서 북토크를 할 때 두 번 가 본 적이 있는데요, 아주 아담하고 단란한, 동네책방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곳이에요.
출간 6개월이 지나가는 시점이라서 '이대로 남은 책은 창고에 쌓여 있게 되면 어쩌나'. 요즘 제가 그런 걱정을 정말 많이 하고 있어요. 그랬더니 여태껏 남은 건 우리가 사면 된다고 얼토당토않는 말을 하던 남편이, 이제야 북토크 홍보를 열심히 하고 있는데요. 글쎄, 시댁 식구들에게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초보 작가는 지금, 첫 책 마지막 북토크가 가족들 출간 기념회가 되면 어쩌나 걱정 중입니다. 하지만, 그건 그것대로 또 얼마나 좋을까요. 이러나저러나 저에게는 아주 좋은 추억이 될 것 같습니다.
2024년이 이제 100일도 남지 않았다고 합니다. 저는 올해를 뜨거운 겨울로 시작해 찬란한 봄을, 그리고 치열한 여름을 보냈어요. 계절 계절마다 어찌나 벅차던지, 1년이 정말 길었어요. 힘들어서 벅차고 감격해서 벅차고 그랬던 것 같아요. 마지막 남은 가을과 겨울은 제발 안온했으면 합니다. 드디어 가을이 왔어요. 이런 가을을 주다니, 여름이 용서가 되네요.
모두 행복한 가을 보내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