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그리고 모기다.
한국으로 유학 온 학생들은 대부분 원룸, 고시원, 오피스텔에 산다. 경제적 능력이 되는 학생들은 풀옵션의 오피스텔에 사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아주 작은 싱크대와 아주 작은 욕실이 딸린 아주 작은 방에서 사는 학생들도 많다. 좁은 곳에 사는 학생들은 짧은 기간이기 때문에, 혼자 사니까, 가성비가 좋다면 몇몇의 불편함은 감수한다. 서울 집값은 그 어느 나라 보다도 비싼 편이다. 그리고 요즘은 다 오피스텔형 고시원. 오피스텔형 원룸이기 때문에 기본적인 시설과 가구는 구비되어 있다. 그리고 IT 강국인 한국은, 어느 곳이건 일단 와이파이가 무료다. 그게 어딘가. 단, 시설의 상태가 나쁠 순 있다. 하지만 그것도 괜찮다. 2,3년 살아야 한다면 고민되는 것이 많겠지만 6개월, 1년 산다고 생각하면 여행지의 낭만 또는 임시적 곤란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잠깐 살 건데 뭐', '대부분 집 밖에 있을 건데 뭐', '그래도 값이 싸잖아', 등등의 생각을 할 테다.
나이가 어릴수록 혼자 사는 것이 처음인 학생들이 많은데, 그들은 비슷한 즐거움과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다. 필요한 모든 생필품은 다이소 또는 올리브영에서 살 수 있다. 그리고 한국은 쿠팡 로켓배송이 있으므로, 뭐든지 집으로 배달이 된다. 한국어 실력이 부족한 학생들은, 약국에 가서 "파스 있어요?"라고 묻기보다, 쿠팡에서 파스 5개를 사는 선택을 한다. 말하지 않아도 되니까. 하지만 학생들이 너 나 할 것 없이 힘들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있는데, 그건 바로 쓰레기와 모기다.
1. 쓰레기 분리수거.
일단, 태어나서 쓰레기를 분리해서 버려 본 경험이 없는 학생이 대다수다. 한국인 누군가가 마음 잡고 가르쳐주지 않는 이상, 그 어려운 기준을 이해하기란 매우 어렵다. 뭐가 종이고 뭐가 플라스틱인지도 구분이 안 가고, 배달 음식을 시켜 먹으면 용기를 세척해서 버려야 하는 것도 못 마땅하다. 쓰레기 분리수거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스무 살 학생들을 보면, 한국에 와서 참 고생한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어느 날 한 학생이 나에게 물었다.
"한국 사람은 정말 쓰레기 분리수거가 안 어려워요?"
"전혀요. 귀찮을 순 있지만 어렵진 않아요."
바나나 껍질이 음식물 쓰레기인지 일반 쓰레기인지, 생선뼈는 어떤지, 그런 디테일한 부분은 우리도 어렵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종이는 종이고 페트는 페튼데, 뭐가 어렵단 말인가. 다만 귀찮고 힘들 뿐. 학생들이 그런 이야기를 하면 나는 반대의 경우를 이야기해 준다. 작년에 아이와 태국에 놀러 갔을 때, 시내 복합쇼핑몰 내에 있는 카페에 들어갔는데, 남은 음료를 종이컵째로 버려야 하는 것에 아이가 큰 충격을 받았다고. 그럼 태국 학생들은 말한다. 우리는 항상 모든 것을 한꺼번에 같이 버리기 때문에, 이상하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고.
우리의 시각에서 그것은 '문제'이지만, 한국어 교실에서 우리는 이런 것들을 '다름'으로 접근한다. 모든 것이 문제인 나라가 없고, 모든 것이 최고인 나라가 없다는 것을 우리는 아니까. 이곳에서는 이런 차이를 열린 마음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 물론, 한국어 중급 이상의 경우다.
2. 모기, 모기, 모기
요즘 가을 모기가 기승이다. 다행히 날씨가 추워서 힘이 없어진 모기는 천천히 느릿느릿 날고, 도망도 천천히 간다. 그래서 가끔 손으로도 손쉽게 잡힌다. 아이는 이런 모기에 승부욕이 돋는지, 벽지 곳곳에 흔적을 남겨가며 사냥을 한다. 그럼 나는 말한다. "그거 니 피 아니고 남의 핀데, 그렇게까지 손바닥으로 잡는 건 좀..."
학생들은 모기와 벌레 때문에 아주 곤란해한다. 피곤한 얼굴의 학생에게 왜 피곤하냐고 물으면, 모기 때문에 잠을 못 잤다고 말한다. 그리고 "모기가 먹어서요"라고 말한다. 그럼 나는 모기가 우리를 먹는 게 아니라, 모기는 '물다'라는 동사를 사용한다고 가르쳐 준다. 강아지가 사람을 물다, 모기가 사람을 물다, 이런 식으로 사용한다고도. 그럼 학생들은 말한다. 어디에 가면 모기를 죽이는 약을 살 수 있냐고. 그럼 또 장황한 설명이 이어진다. 모기약, 모기향, 벌레 물린 데 바르는 약 등. 왜냐하면 모기약은 모기가 먹고 좋아지는 약이 아니라 모기가 먹고 죽는 약이고, 모기향은 모기 향수가 아니라 모기가 냄새를 맡고 도망가는 것이고, 모기가 문 다음에 사람이 발라야 하는 약은 딱히 이름이 없어서다. 학생들의 반응이 가장 좋은 단어는 뭐니 뭐니 해도 모기약이다. 세상에, 모기가 먹고 죽는 것을 모기약이라고 부른다니.
나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모기채를 가르쳐 주기로 한다. 전기 파리채. 그것만 있으면 캠핑장에서도 문제없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물었다. 모기가 방에 있을 때 어떻게 해요? 책을 사용하나? 아니면 손으로? 선생님 집에는~이라고 시작하면 학생들이 말한다. "밖에 나가요." 이런, 그들에게 모기는 잡아야 하는 대상이 아닌가 보다. 모기와 밤새 씨름하는 것도 한국 사람 특인가.
가끔은 옥탑방에 사는 학생이 옥탑이 너무 춥다고, 지하에 사는 학생이 바퀴벌레가 창문으로 들어온다고, 빨래가 안 마른다고, 그런 불편함을 말한다. 하지만 유학생들은 잘 버틴다. 힘들다고 말하지만 잘 지내고, 대안이 없다면 그저 받아들인다. 사실 모기와 쓰레기는 아주 소소한 불편함이다. 난방이 안 되는 옥탑이라거나, 창문이 없는 방에 비한다면야 아주 사소하다. 하지만 괴로운 건 맞다. 그러므로 소소한 괴로움이라 말하면 딱 적당하겠다.
그런데 도대체, 가을 모기는 언제쯤 없어질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