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BBS 라디오 불교방송
<노년을 읽습니다> 책 소개하러 BBS 라디오 불교방송에 다녀왔어요.
현실감이 많이 떨어지는 일들이 요즘 종종 일어나고 있기에, 기쁘긴 했지만 그리 많이 놀라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요즘 제가 하루에도 몇 번씩 하는 말 중 하나가 '비현실적이야.'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늙고 지쳤어.' 그리고 또 뭐가 있을까요.
라디오 작가님께서 3일 전쯤 질문지를 보내 줄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고, 마침 BBS 방송국이 신촌에서 가까운 마포에 있었고, TV도 아니고 라디오니까 덜 떨지 않을까?라는 안도감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또 일상을 바삐 살았어요. 요즘 비현실적으로 일이 많거든요. 아이는 쑥쑥 크고 있고 학교는 학교대로 일이 많고, 또 이런저런 일들이 물밀듯이 밀려오는 요즘입니다.
그런데 막상 질문지를 받고 보니...... 이틀 치 방송분이더라고요. 무려 2주에 걸쳐서 일요일 아침에 제가 나오는 거였어요. 그러니 제 직업에 대해서, 제 첫 번째 책 <연애>에 대한, 제 두 번째 책 <노년을 읽습니다>에 대한, 그러니까 지난 10년의 제 인생 서사가 차곡차곡 들어있는 질문지였습니다. 여기서 심쿵 한 번. 아주 소중한 무언가가 내게 왔구나.
그러고 나서 본격적으로 답변을 쓰기 전 질문을 하나하나 살펴보다가 다시 한번 심쿵.
(어머니께서) 안타깝게도 얼마 전 세상을 떠나셨다고요.
어떤 분이셨는지 소개 겸, 자랑을 해주신다면요.
첫 번째 책 <연애>로 세 번의 북토크를 했는데,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는 질문이었습니다. 어머니에 대한 자랑을 해 보라니요. 늦은 밤, 더운 여름밤, 눈물이 났습니다. 오늘 밤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겠구나, 싶었습니다. 눈물을 문지르며 뭐부터 할까, 무슨 얘기부터 쓸까, 대답해야 할 질문이 스무 개가 넘었지만 저는 거기서부터 쓰기 시작했습니다. 이 질문이 가장 소중하고 가장 중요한 질문이었습니다.
다른 질문들은 거침없이 쓸 수 있었어요. 한참을 쓰다가 잠이 들었는데 꿈에 어머니가 나왔어요. 아마 어머니 생각을 계속하다가 잠들어서 그랬나 싶습니다. 꿈속에서 저는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아침에 잠에서 깼을 때 기분이 좋았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처음 제 꿈에 나타나셨을 때도 저는 기분이 좋았어요. 어머니가 내 꿈에 제일 먼저 나오신 것 같아. 아이처럼 그런 생각을 하면서, 아주 흡족스러워하면서 아침을 맞이했던 기억이 납니다.
오늘 아침에 첫 회분 방송이 나갔어요. 제 직업인 한국어 교사에 대한 이야기, 제 읽고 쓰는 삶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가 아주 조금 나갔고요. 다음 주 일요일에 두 번째 방송이 나갑니다. 아무래도 책 이야기는 다음 주에 본격적으로 나올 것 같습니다. 책에 나오는 36권의 책 중 하나를 최은경 아나운서 님이 낭독해 주시고, 또 하나를 제가 낭독하기도 하고요. 책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뒷부분은 제가 좀 횡설수설한 것 같아요. 아나운서님이 길을 잃지 않게 잘 잡아주셨음에도 불구하고, 뒤로 갈수록 좀... 제가 엉성했다고 느낍니다.
두 번의 방송이 다 나간 후, 녹음 파일을 받으면 SNS에 업로드할 계획이었는데요. 제가 뭘 몰라도 정말 몰랐더라고요. 저작권 문제로 녹음 파일은 개인 소장용으로밖에 제공이 안 된다고 해요. 그래서 다음 방송이 나오기 전에, 혹시라도 제 목소리를 듣고 싶어 하실 독자분이 (혹시, 혹여라도, 설마)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렇게 글을 올려 봅니다.
프로그램 이름은 <인생은 아름다워>. 진행은 최은경 아나운서님이시고요.
저에게 심쿵한 질문지를 보내 주신 분은 백유빈 작가님.
만나자마자 마이크로 송출되기에 아주 적합한 목소리를 가졌다고 이야기해 주신, 그렇게 제 긴장을 풀어 주신 분은 유지원 PD님.
서울/경기는 주파수가 101/9 Mhz입니다.
7월 27일 일요일 오전 8시 두 번째 회차가 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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