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뜻밖의 여행
<뜻밖의 여행> 책방과의 인연이 어느덧 3년째다.
3년여의 시간 동안 이제 갓 집 짓고 문 열었던 책방은 탄탄한 중견 책방(?)이 되었고, 글을 쓰면서 사는 게 꿈이었던 나는 책을 두 권(이나) 낸 작가가 되었다. 시간의 힘이란, 당최 짐작할 수가 없다.
팬데믹이 시작되었을 때 나는 나이 마흔을 막 넘긴 참이었다. 새로 들어간 직장에는 익숙해졌고 누구 엄마로서의 삶은 끝나가고 있었다. 교복을 입은 아이를 배웅하면서, 이제 나의 시간은 달라지겠구나 깨달았다. 낯선 이를 만날 기회가 급격히 줄고 있었고 그리고 팬데믹으로 인해 그것은 확실시되었다. 이제 새로운 관계를 맺기란 쉽지 않겠구나. 쓸쓸히,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중 <뜻밖의 여행>을 만났다. 공간의 힘은 놀라웠다. 공간을 매개체로 새로운 인연이 생겼고 따듯한 관계들이 이어졌다. 느슨했지만 능동적인 관계들이었다. 자발적으로 그 공간에 가야만 이어지는 관계들. 느슨하고 오래된 관계는 자연스럽게 서서히 특별한 존재가 되었다.
책을 읽는다. 같은 책을 읽고 같은 북토크에 참여한다. 함께 노래하고 이야기하고 함께 커피를 마신다. 시간이 쌓여가고 정이 붙는다. 동네 책방이란 마치 물성을 가진 관계 같다는 생각을 한다.
8월 16일 토요일 오후 4시, <뜻밖의 여행>에서 <노년을 읽습니다> 첫 북토크를 하기로 했어요. 책방지기님께서는 제 첫 라디오 방송을 모두 들으셨는지, 정말 다정한 소개글을 써 주셨더라고요. 북토크 소개글을 뒤늦게 보고 참 마음이 따뜻했습니다.
벌써 뜻여에서 두 번째 북토크예요. 살짝 선공개를 하자면, 세상의 모든 악기(를 멋지게 다루시는) 책방 지인님께서 플루트 연주를 해 주실 거고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목소리를 가지신) 신디 님께서 낭독도 해 주신다고 했어요. 다채로운 노년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다채로운 북토크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이런 공간을 만나 이런 인연들을 만나고, 이런 기회가 생겼습니다. 시작도 책이었고 완성도 책이네요. 이러니 제가 책을 좋아하지 않을 도리가 없지요.
서울에서 조금 떨어진 안양이지만, 4호선 범계역에서 걸어서 올 수 있는 거리예요. 설마, 혹시, 만약에 깜짝 방문해 주시는 브런치 독자님이 계시다면 제가.. 깜짝 선물드립니다. 꼭 말씀해 주세요. :)
그날 뵐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