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왜 그렇게 쉽게 다칠까」

by J u

마음은 생각보다 단단하지 않다.
괜찮은 척을 오래 해도,
아무렇지 않은 척 웃어도
한마디 말에 쉽게 금이 간다.


그 말이 꼭 날카롭지 않아도,
의도가 분명하지 않아도
마음은 먼저 반응해 버린다.


가끔은 내가 너무 예민한 건 아닐까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은 웃고 넘기는 말에
왜 나는 하루 종일 붙잡혀 있는지.
왜 이미 지나간 상황을
혼자서 계속 다시 재생하는지.


괜히 혼자 마음을 키워서
상처라고 이름 붙이고 있는 건 아닐지.

그런데 생각해 보면
마음이 쉽게 다친다는 건
그만큼 진지하게 받아들였다는 뜻이기도 하다.


아무에게나 상처받지는 않는다.
기대가 있었고,
조금은 가까웠고,
조금은 중요했던 사람에게서 나온 말일수록
마음은 더 크게 반응한다.


나는 종종
상처받은 이유를 상황에서 찾기보다
나 자신에게서 찾았다.


내가 너무 기대했나,
내가 과하게 받아들였나,
내가 부족해서 이런 말을 들은 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면
상처의 방향은 늘 안쪽으로 향했다.


그래서 마음이 다칠 때마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면서도
속에서는 나를 깎아내리고 있었다.
‘이 정도도 못 견디면 어떡해’
‘이런 말에 흔들리면 안 되지’
그 말들은 상처를 덮어주는 대신

더 깊이 눌러버렸다.


마음은 그래서 더 쉽게 다쳤는지도 모른다.
아프다고 말할 수 없어서,
괜찮지 않다고 인정받지 못해서.
상처를 느끼는 순간부터
이미 스스로를 설득해야 했으니까.


요즘은 조금 다르게 생각해 본다.
마음이 쉽게 다친다는 건
약하다는 증거가 아니라
아직 감정을 함부로 쓰지 않았다는 흔적일지도 모른다고.


무뎌지지 않았다는 것,
아직 사람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
그 사실 자체가
나쁜 건 아닐지도 모른다고.

물론 여전히 아프다.


사소한 말 한마디가
하루의 기분을 바꿔놓을 때도 있고,
괜히 혼자 상처를 키웠다는 생각에
스스로가 싫어질 때도 있다.


그래도 이제는
상처받은 나를 혼내지 않으려고 한다.

마음은 다칠 수 있다.
그건 실패가 아니라 반응이다.


문제는 다쳤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 다친 마음을
어떻게 대하느냐일 것이다.


나는 오늘도
상처받은 나를
조금 늦게라도 안아보려 한다.

마음은 왜 그렇게 쉽게 다칠까.


아마 아직
사람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마음이 다칠 때마다

나는 여전히 당황한다.


이제는 좀 덜 흔들릴 법도 한데,
여전히 어떤 말 앞에서는
순간적으로 숨이 막힌다.


아무렇지 않게 던져진 말이
나에게는 왜 이렇게 오래 남는지,
그 이유를 바로 설명하지 못한 채
시간만 지나간다.


상처는 대부분
그 순간보다 나중에 더 아프다.


집에 돌아와서,
혼자 조용해졌을 때,
괜히 그때의 표정과 말투를 떠올리며
‘그 말에 이런 뜻이 있었을까’


혼자 해석을 덧붙인다.

그 해석은 늘 나에게 불리한 쪽으로 흘러간다.

그래서 나는 자주
상처받은 사실보다
상처받은 나 자신이 더 부끄러웠다.


이 정도 일로 흔들리는 마음이
어딘가 모자라 보일까 봐,
괜히 예민한 사람으로 보일까 봐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혼자 삼켜버렸다.


그렇게 삼킨 감정들은

사라지지 않고 쌓였다.
말하지 않았을 뿐,
마음 한쪽에 그대로 남아서
비슷한 상황이 올 때마다
같이 아파왔다.


그래서 어떤 말은
지금의 상처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오래된 감정의 연장이었다.

요즘은 그걸 조금 인정하려고 한다.


지금의 아픔이
지금의 상황만 때문은 아닐 수 있다는 것.
예전에도 비슷하게 다쳤고,
그때 제대로 돌보지 못한 마음이
아직 남아 있다는 것.


그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상처는 조금 다른 얼굴로 다가왔다.

마음이 쉽게 다친다는 건
어쩌면 아직

나를 지키는 방법을 배우는 중이라는 뜻일지도 모른다.


어디까지 괜찮고,
어디서부터 아픈지
스스로에게 알려주는 신호처럼.


그래서 나는 요즘
아픔이 느껴질 때
그 감정을 바로 밀어내지 않으려고 한다.


대신 묻는다.
지금 이 말이 정말 아픈 건지,
아니면 오래된 마음을 건드린 건지.


그 질문은
상처를 없애주지는 않지만,
적어도 나를 함부로 몰아세우지 않게 해 준다.


마음은 여전히 쉽게 다친다.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다칠 때마다
나를 버리지 않는 연습을 하고 있다.
상처 앞에서

나를 적으로 만들지 않는 것,

그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솔직한 태도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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