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압적 면담, 열린 문, 닫힌 마음
한 달간의 병가를 마치고 회사에 돌아왔다.
전날 밤, 긴장 반 기대 반으로 잠을 설쳤지만 출근길엔 의외로 마음이 고요했다. 다시 돌아간다고 뭐가 달라질까, 그런 체념이 나를 차분하게 만든 것 같았다. 입구에서 시계를 확인하고 바지 먼지를 툭툭 털었다. 오늘은 그냥 일하러 가는 날이 아니라 나를 지키러 가는 날이었다.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섰다. 반갑게 인사해 주는 얼굴도 있었고 피하듯 눈길을 거두는 얼굴도 있었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들이 아니라 내가 어떤 얼굴로 이 자리에 앉느냐였다.
그리고 오전 11시 47분.
그가 다가왔다. “잠깐 이야기 좀 하시죠?”
회의실로 향했고, 문은 열려 있었다.
겉으론 투명하고 개방적인 대화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문은 누구도 들어오지 않는 ‘통제된 쇼윈도’ 같았다. 말 그대로 닫힌 건 문이 아니라 분위기였고 그 사람의 의도였다. 자리에 앉자마자 쏟아졌다.
“병가 신청 전에 왜 직속 상사에게 보고하지 않았냐”, “회사 규정을 어기신 거다”
그런데 이상했다. 병가를 낸 건 5월 중순, 그가 말한 규정은 6월 자로 개정된 내용이었다.
소급도 안 되는 조항을 들고 와서, 마치 큰 잘못이라도 저지른 사람처럼 몰아붙였다. 난 그 개정 사실을 알지도 못했다. 누구에게도, 어떤 전달도 받지 않았다. 회사 공지를 확인할 틈도 없었다.
그 순간 느꼈다. 이건 ‘규정’의 문제가 아니라, 나를 죄책감과 당혹감에 몰아넣기 위한 장치였다는 걸. 그리고 그 모든 장치는 문 하나 열어둔 채 실행됐다. 누군가 보길 원했겠지! 누군가는 들어서길 바랐겠지! 목소리는 낮지 않았다. 또렷하고, 권위가 실려 있었다. 침착한 척 말하면서도 멀리 퍼지기를 바라는 말투, 계산된 톤인 것을 나는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무너지지 않고 되물었으며, 똑바로 바라봤다. 무너진 건 그쪽이었다. 논리는 없고, 감정은 격앙되었으며, 남은 건 억지스러운 체면뿐...
“○대리! ○대리!”
내가 자신의 예상과 다른 반응을 보이자, 그는 순간 눈빛이 달라졌고 말을 끊으며 내 직급을 반복해서 불렀다. 그건 설득이 아니라, 무언의 ‘위계’ 상기였다. 면담이 끝났고 자리에 돌아갔지만, 달라진 건 없었다. 아니, 오히려 나는 어느새 ‘하극상’을 일으킨 문제 직원처럼 취급받고 있는 느낌이었다.
말하지 않아도 눈빛과 거리감으로 전해지는 묘한 공기 속에서, 나는 더 이상 ‘복직자’가 아니라 ‘불편한 존재’가 되어 있었다.
업무는 배정되지 않았으며 소통도 없었다. 눈앞의 사람들은 나를 투명인간 취급했고 책상 위는 비워진 채 그대로였다.
하지만 그 덕분에 나는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었다. 움직이지 않아도 들리는 것들,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것들, 고립은 때로 감각을 예리하게 만든다. 그리고 나는 알게 되었다.
내가 복직하자마자 받은 첫 선물은 ‘배제’였다. 그 배제를 껴안고, 나는 담담하게 자리에 앉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