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루와뚜에서 뜯은 피자 꽁다리의 교훈

폭우 속 복귀, 그리고 결심 “디지털 노마드가 되겠다!”

by gogogigi

원래는 사누르로 가려고 했다. 조용한 바닷가에서 여행을 마무리하려 했지만, 평온함은 우붓에서 이미 충분히 느꼈다. 그래서 급하게 일정을 바꿔 울루와뚜로 향했다. 2시간 넘게 차를 타고 도착한 이곳은 확실히 또 다른 발리였다. 짱구의 ‘힙’함도, 우붓의 고요함도 아닌, 여긴 제대로 된 휴양지였다. 파란 하늘과 깨끗한 바다, 선셋을 등지고 멋지게 파도를 타는 서퍼들. 호주인들이 많은 것도 그 분위기에 한몫했다. 대부분의 바다는 절벽 아래에 있어 계단을 한참 내려가야 했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 파도는 거칠었지만 바다는 맑고 에메랄드빛으로 빛났다.


수건 하나 깔고 바닷가에 누운 사람들도 있었지만, 한국인인 나는 역시 선베드와 파라솔을 대여했다. 눈앞에서는 외국인들이 비치볼을 하고 있었고, 여자들도 함께 어울리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영화 ‘탑건: 매버릭’의 해변 장면 같았다.


저녁엔 피자를 먹으러 갔다. 마침 1+1 행사 중이어서, 두 판을 받아 당황했다. 결국 남은 피자는 포장해 호스텔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다음날, 공항으로 가기 전까지 시간이 남아 비치클럽에서 과일주스를 마시며 마지막 선셋을 봤다. 그 순간, 모든 감정이 밀려왔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압박감, 끝나버리는 자유, 그리고 짧지만 깊었던 시간들. 어쩔 수 없지. 돌아가야 하니까.


나는 전날 남은 피자 박스를 들고 공항행 택시에 올랐다. 택시 안에서 피자 박스를 열었다. 전날엔 1+1 이벤트에 혹해서 피자 두 판을 받아 놓고, 평소처럼 꽁다리는 전부 버렸었다. 그땐 몰랐다. 그 꽁다리의 소중함을. 그런데 돌아가는 길에 배는 살짝 고프고 피자는 반도 안 남았고… 결국 어쩔 수 없이 꽁다리를 하나 집어 들었다. 그리고 한 입 베어 물었다.

…어라? 맛있는데?

기름기 쏙 빠진, 쫀득한 끝부분에서 되려 짠하고 진한 맛이 났다. 그 순간, 뭔가 상징적으로 느껴졌다. 버려졌던 것, 무심코 지나쳤던 것이 끝내 나를 채워줄 수도 있다는 걸! 아마 그 꽁다리는 울루와뚜에서 내가 받은 마지막 교훈이었을까.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낯선 익숙함이 밀려왔다. 익숙한 거리인데도 왠지 더 바빠 보이고 표정은 무표정하고 하늘은 회색이었다. 발리의 햇살과 대비되며 나는 괜히 더 우울했다. 게다가 집에 도착하자마자 폭우까지... 참 타이밍도 기가 막혔다. 그렇게 여행이 끝났고 나는 며칠 동안 정신을 못 차렸다.


하지만 분명해진 게 있다. 나는 디지털 노마드가 되어야 한다.
내 삶엔 변화가 필요하다. 그래서 지금 이 난리를 치고 있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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