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 파릇함, 그리고 5도 낮은 물 온도
짱구에서 우붓으로 넘어왔다. 멀지 않은 거리인데 공기가 다르다. 파릇파릇하고 약간은 습한 정글 같은 느낌.
“그래, 이게 발리지!” 그 말이 절로 떠올랐다. 알고는 있었지만 다시 한번 느꼈다. 짱구보다 훨씬 조용하고 카페나 식당 가격도 반값 수준이며 사람들 옷차림도 느긋하고 뭔가를 꾸미기보다는 그냥 살고 있는 사람들 같았다.
몽키포레스트에 가서 원숭이들을 구경하며 함께 사진도 찍고 라이스필드 카페에 앉아 논밭과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며 과일주스를 마셨다. 대단히 특별한 걸 하지 않아도 그냥 좋았다.
수영장 물은 짱구보다 훨씬 차가웠다. 하지만 그 차가움이 오히려 정신을 번쩍 들게 했다. 몸은 놀랐지만, 마음은 단단해졌다.
밤엔 우붓의 작은 라이브 바에 갔다. 해피아워라 사람은 거의 없었지만 락 밴드가 등장했다. 기타 소리가 울리고, 보컬이 호텔 캘리포니아를 부르기 시작했다. 아는 노래가 그거뿐이어서 그런 건 아니고… 그냥, 이상하게 울컥했다. 눈물이 났다. 락 음악은 보통 울리는 장르는 아닌데 말이지.
왜 울었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그날의 조명, 공기, 기분… 다 설명은 안 되지만 그 감정은 진짜였다. 눈물의 이유를 꼭 알아야 하는 건 아닐지도 모른다. 중요한 건, 그 순간의 내가 나의 감정에 솔직했다는 것.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울고 싶으면 울 수 있었던 곳. 우붓은 그런 걸 허락하는 곳이었다.
특별히 뭔가를 많이 하진 않았다. 걷고, 먹고, 칵테일 마시고… 그게 전부였다. 근데 이상하게도 그 모든 게 다 생생하게 기억난다. 별일 없던 하루가, 나에겐 깊은 날이었다.
우붓은 나를 바쁘게 만들지 않았다. ‘뭘 해야 하지?’라는 생각보다 ‘지금 이대로도 괜찮지 않아?’라는 마음이 자꾸 들었다. 앞만 보고 달리던 한국 생활과는 달랐다. 처음 느껴보는 종류의 감정이었다.
예쁜 수공예품들도 많았고 발리 감성의 가게들도 한가득이었지만 이상하게 소유하고 싶은 마음은 안 들었다. 예쁜 것들 사이에서 진짜 필요한 건 하나도 없다고 느끼는 순간, 내가 조금이나마 성장했음을 느꼈다.
사람 소리는 적고, 생각 소리는 커지는 곳. 그래서인지 혼자라는 게 더 또렷하게 느껴졌지만, 이상하게도 그 외로움마저 괜찮다고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