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직 2일 차, 통제 불가 변수의 탄생

이런 게 마녀사냥인 건가? 사탄도 이 정도면 억울하겠다.

by gogogigi

복직 이틀째 되는 날, 평소보다 조금 이른 시각에 사무실에 도착했다.
전날 있었던 불편한 면담과 그 여진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 밤새 뒤척였고, 눈은 평소보다 훨씬 이른 새벽에 떠졌다. 출근 준비를 하며 ‘오늘은 제발 아무 일 없이 지나가길’ 바랐지만, 그런 바람은 늘 허무하게 깨지곤 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평온한 척, 아무렇지 않은 척, 그렇게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섰다.

그날 아침, 가장 먼저 마주친 사람은 나와 다른 팀에 속한 한 중간관리자였다. 가볍게 인사를 건넸고, 그는 조심스럽게 전날 내가 겪은 강압적인 면담에 대해 물었다. 나는 웃으며 “뭐, 그저 그런 일이 있었죠” 하고 넘기려다 결국 상황을 간략히 설명했다. 그는 본인이 느낀 점과 개인적인 조언을 들려주었지만, 그 대화 끝에 남은 건 묘한 거리감이었다. 그 역시 나를 ‘불편하고, 다루기 어려운 사람’으로 보는 듯한 뉘앙스가 분명 느껴졌다. 말은 조심스러웠지만, 시선은 조심스럽지 않았다.


이어서, 나보다 높은 직책의 한 간부에게 조용히 인사를 건넸다. 전날 그가 내게 했던 조언을 밤새 곱씹어봤고, 부족한 점도 인정하고 싶었다. 그래서 아침 첫인사는 “어제 조언 감사했습니다. 저도 좀 더 성찰해 보겠습니다”라는 진심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여전히 조직과의 ‘관계 회복’을 믿고 있었던 것 같다.
적어도, 그렇게 노력하면 뭔가 달라질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잠시 후, 오전에 예정되어 있던 또 다른 간부와의 면담을 위해 회의실로 향했다. 나는 전날 있었던 강압적 면담과 최근 상황에 대한 개요, 그리고 조직 내 갈등 해소를 위한 개인적인 개선 의견을 정리한 문서를 출력해 가져갔다. 그는 문서를 건네받아 읽었고, 나는 차분하게 설명을 덧붙였다. 그러나 면담은 생각보다 일찍 끝났다. 그는 문서를 내려놓고 내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두 사람 다 사회생활 못할 정도로 감정적이었고, 감정만 부딪혔다.”
“둘 다 퇴사할래?”

나는 순간,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몰랐다. 어떤 감정을 느껴야 하는지도 혼란스러웠다.
분노? 당황? 슬픔? 억울함?
그 말 한 줄이, 내가 꾹 참고 복귀까지 견뎌온 모든 시간과 노력을 무너뜨렸다.


병가에서 돌아온 직원에게 툭 내뱉듯 건넨 “퇴사할래?”라는 말 한마디에 나는 이 조직이 나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날 다룰지를 선명히 깨달았다.

그는 “이해는 한다, 다시 시작하자”라고 했고, “하지만 조직이 틀렸다는 식으로 나오면 너를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말은 겉으로는 조언처럼 보였지만, 사실상 조직은 변하지 않을 거고, 네가 맞춰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이었다. 나는 그 순간,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했다. 해명할 의지도, 업무에 대한 동기도 함께 꺼져버렸다.


조용히 자리에 돌아오며, 가슴이 답답해졌다. 책상이 그대로인데 세상이 바뀐 것 같았다. 내가 여기서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아니, 내가 여기서 시작하길 원하는 사람은 있는 걸까?

그날 오후, 또 다른 간부가 “행사 관련해서는 마지막 날만 참석하면 된다”라고 통보해 왔다. 나는 그냥 “알겠습니다”라고 답했다. 묻지 않았다. 따지지도 않았다.
왜냐하면 이미 하루 전, 누군가가 “그 사람은 행사에 안 간다”라고 말을 했다는 걸, 그리고 그것이 암묵적인 ‘선 긋기’였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또 하나의 선이 그어졌다.


복직 이틀째 되는 날. 나는 조직에 돌아왔지만, 조직은 이미 나를 ‘문제’로 정의한 뒤였다.
모두가 웃으며 나를 대했지만, 나는 그 웃음 안에 숨겨진 거리감과 피로함을 느꼈다.

회의실 문은 열려 있었지만, 마음의 문은 단단히 닫혀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닫힌 문 앞에서 혼자 서 있었다.


이제 나는 더 이상 조직의 ‘오해받은 구성원’이 아니라, 그들이 정의한 ‘통제 불가한 변수’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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