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지로 먹는 스테이크
나의 어머니는 아주 요리를 잘하시는 분이었다.
어려서부터 다양한 식재료로 영양 가득한 식탁을 준비해 주셨다.
초등학교 때부터 키가 160이 넘었는데
키가 크고 덩치도 컸던 나는
미스터리 편식대장이다.
어렸을 때는 정말 많이 먹었는데
아무도 내가 편식을 하는 걸 알지 못했다. 심지어 나 자신도....
왜냐하면
난 고기를 좋아하지 않았을 뿐이니까....
다른 사람들이 즐기지 않는
시금치며 콩나물 도라지 등등은 접시째 먹고
돼지고기 잔뜩 넣은 김치찌개는 김치만 건져 먹었으니까.
어느 날
학교에서 갑자기 쓰러진 나를
병원에서 '영양실조'를 선고했다.
그 소리를 들은 엄마의 황당해하던 표정을
잊을 수 없다.
기가 막혀서..... 네가?
엄마가 해주는 식사를 누구보다 잘 먹는 큰딸이었으니까...
사실
영양실조라기보단 영양불균형이 맞는 상황이다.
40여 년 전이니까
엄마는 좀 창피하셨을 것이다.
가난한 집에서 먹을 게 없어서도 아니고
무능력한 부모에 대한 질책으로 느껴졌으리라.
그 후론 돼지고기 손도 안대는 나를 위해
차돌박이를 따로 준비하셨다.
50대 중반의 나는 여전히
편식쟁이다.
콩이며 달걀 각종 생선들로
단백질을 섭취해도
억지로 빨간 고기를 먹아야 할 몸의 신호가 감지되면
장바구니에 스테이크라도 억지로 집어넣어 본다.
하지만 고기 홀대는
냉장고 안에서도 마찬가지인데...
도무지 손이 가질 않는다.
먹고 싶지 않으니 제일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시기를 놓치는 건 당연하고
채소가 물러져 버리는 일보다
고기를 버리는 일이 더 많다.
오늘 스테이크를 구우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이 나이에 쓰러지면
골치가 아파지니
먹어야 한다.
늙어가니 고쳐야 할 편식인데...
쉽지 않다.
먹는 게 점점 즐겁지가 않다.
노화의 과정일 것이다.
잘 먹고사는 일은
참 어려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