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을 벗고 마주한 나의 진짜 마음
나는 고등학교를 끝내 졸업하지 못한 25살 정우다.
나는 인상이 별로 좋지 않다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학창 시절엔 그 말이 오히려 듣기 좋았다.
뭔가 세 보이고, 힘 있어 보이고, 내가 지나가기만 해도 주위 애들이 눈치를 봤다. 항상 무리 안에 중심이었던 내가 참 좋았다. 하지만 지금은… 오래 함께할 것 같던 친구들도 이젠 직장을 다니느라 바쁘고, 날 그렇게 쫓아다니던 여학생들도 하나같이 좋은 직업 가진 남자, 돈 많은 남자 만나느라 나를 떠나갔다.
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셨고 나는 어머니와 함께 산다.
어머니는 그런 나를 여전히 많이 사랑해 주신다.
그 사랑이 때로는 고맙고, 때로는… 미안하다.
예전엔 그렇게 강하던 내가 지금은 한없이 초라해 보인다.
성격이 한 성깔 하다 보니 다니는 회사마다 몇 달 못 가고 그만두기 일쑤였다.
어느 곳에서도 나를 오래 받아주는 곳은 없었다. 그래서 지금은 오토바이로 배달 일을 한다.
어릴 적부터 즐겨 탔던 오토바이를, 이젠 생계형으로 타고 있는 거다.
느낌이… 묘하다.
어릴 땐 그렇게 자유롭고 멋져 보이던 바이크가 지금은 내 삶의 무게를 그대로 싣고 달리는 기계처럼 느껴진다.그런 어느 날, 배달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에 불빛이 반짝이는 작은 문구점을 봤다.
희망을 파는 문구점, 앤희베르.
뭔가 나랑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너무 따뜻해 보이는 공간. 들어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나는 결국 문을 열었다. 궁금했다.작은 종소리가 울리고, 낯선 따뜻함이 공기처럼 스며들었다.
그곳은…따뜻했다. 환했다. 그리고, 이상하리만치 위협적이지 않았다.
어떤 곳들은 괜히 눈치를 주고, 괜히 어깨를 웅크리게 만들지만
이곳은 아니었다. 정우는 그저 말없이 문 안으로 들어왔을 뿐인데 안심이 됐다.
잠시 머뭇거리다가, 그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냥… 그냥 왔어요.”
“이유 없어요. 그냥…”
그는 말끝을 흐리다가, 문득 자신의 굳은 인상을 떠올린 듯 멋쩍게 웃었다.
“제가… 인상이 이래 보여도요…”
“… 나쁜 사람은 아니에요.”
정우 씨, 여기 오신 걸 환영해요. 여긴 누구도 평가하지 않는 곳이에요. 당신이 어떤 모습이든, 어떤 마음을 안고 오든, 그냥 ‘지금 이대로의 당신’이 소중한 곳이죠. 어떤 이유든 괜찮아요.
‘그냥’이라는 말이 때론 가장 진실된 시작일 때가 있으니까요.
천천히, 편안하게 앉아서 마음 가는 대로 이야기해 주세요.
여기서는 당신의 이야기가 가장 빛나는 희망이 될 테니까요.
앤희베르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처음부터 그렇게 강한 사람이었나요? 아니면… 강한 척, 살아내고 있었던 건가요?
정우는 그 질문을 들은 순간 가슴 한편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꺼내고 싶지만 꺼내기 싫은, 그 무언가를 입 밖에 내기 시작했다.
나는 처음부터 강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저…평범한 학생이었다. 그저 평범하게 졸업하고, 좋은 사람 만나 결혼도 하고, 엄마에게 손주도 안겨드리고, 그렇게 살아가고 싶었던 그냥… 그런 아이였다.
그런데 아버지가 너무 일찍 돌아가셨다. 내가 누군가에게 기대는 건 허락되지 않는 일이 되었다.
엄마는 너무 연약했다. 눈물로 참는 걸 배운 사람. 그래서 나도 울 수 없었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쎄 보여야 살아남는다’
‘강해야 버틸 수 있다’
그렇게 믿으며 살아왔다. 내가 쎄 보여야, 사람들이 나를 쉽게 보지 않을 거라 믿었다.
겁도, 눈물도, 외로움도 표정 뒤로 감췄다. 그런데 이제 와서 보니, 그 ‘강함’이라는 게, 어쩌면… 나를 가장 외롭게 만든 가면이었던 것 같다.
“당신은, 약해서 그런 모습이 된 게 아니에요. 오히려… 너무 애썼기 때문에, 그렇게 된 거예요.”
사람들은 강한 얼굴만 봤겠지만 나는 당신 마음속 아이를 봤어요.살고 싶어서, 지키고 싶어서, 외롭지 않기 위해서 애써온 그 작은 마음을.
강한 척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이제는 누군가의 무서운 사람이 아니라, 누군가의 따뜻한 사람이 되어도 돼요.
가장 먼저, 그 ‘누구’는 바로 당신 자신이어야 하고요.
그런데 이제는요, 그 강함을 조금 다른 쪽으로 써보면 어떨까요?”
세상을 향해 날을 세우던 힘을, 이제는 따뜻함으로 바꿔서 사람을 지키는 데 써보는 거예요.
당신을 아껴주는 어머니를, 그리고 언젠가 만나게 될 당신의 사람들을 포근하게 안아주는데 말이죠.
강함은, 무서움이 아니라 따뜻함이 될 수 있어요. 당신이 그걸 배울 준비가 되었다면…
이제 진짜의 인생이 시작되는 거예요.”
정우는 그 말을 듣고 겉으로는 티를 내지 않았다. 하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가슴이 울고 있었다.
그가 듣고 싶었던, 진심으로 필요했던 따뜻한 말이었기에 그 말들이 그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살아갈 힘을 새롭게 불어넣어 주었다. 그리고 문구점을 나서기 전, 조용히 노트 한 권을 집었다.
그 노트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당신은 따뜻한 사람입니다.”
당신은 따뜻한 사랍입니다.
✔️ 당신의 마음은 차갑지 않습니다. 그 따뜻함이 주변을 비춥니다.
✔️ 때로는 눈물이 강함의 증거입니다. 그 눈물로 다시 일어설 힘을 얻으세요.
✔️ 당신이 내민 손길이 누군가의 온기가 됩니다.
✔️ 겉으로는 몰라도, 당신 안엔 늘 사랑이 가득합니다.
✔️ 오늘도 당신은 사랑을 전하는, 진짜 따뜻한 사람임을 기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