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을 안고 걸어가는 내일
저는 이별을 끝내지 못한 채 살아가는 24살 선아입니다
언니와 나는 친구이자 자매였다. 어릴 때부터 우린 쌍둥이 같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우리 부모님은 늘 “너희는 자매 같기도 하고 친구 같기도 하다”라고 말씀하셨다.
함께했던 시간들은 나에게 너무나도 행복한 순간이었다.
때론 내 옷을 입고 나갔다며 다투기도 했지만, 우리는 서로를 깊이 아끼고 믿었기에 언제나 하나였다.
그렇게 우린 성인이 되었다. 성인이 되어서도 언니는 나의 제일 친한 친구였다.
그날, 언니는 친구를 만나러 나간다고 분주히 준비하고 있었다.
“오늘 어디 같이 가려고 했는데…”
“응, 다음에 꼭 같이 가자.” 나는 그렇게 언니를 배웅했다.
하지만 언니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날, 언니는 어느 차에 치여 하늘로 떠났다.
그 순간, 내 세상은 무너졌다. 사실 지금도 그날 이후로 세상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그저 내가 변했을 뿐이다.
장례를 치르는 나날, 우리 가족 모두가 아파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장례를 치르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아직도 언니의 온기가 방 안에 가득 남아 있는 듯해 나는 또 한 번 무너지고 말았다.
장례를 치르고 한없이 슬퍼할 수만은 없었다. 아버지는 슬픔을 뒤로한 채 소리 없는 울음을 견디며 생계를 위해 일터로 나가셨다. 어머니는 우울증과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었다. 나 역시 매일 눈물로 하루를 견뎠다.
그때 우리는 서로를 보듬을 힘조차 없었다. 각자의 아픔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특히 어머니의 슬픔은 하늘마저 함께 울게 할 만큼 깊었다.
나는 그 슬픔 앞에서, 내 마음을 부모님께 기대거나 털어놓을 수 없었다.
‘내가 느끼는 이 아픔이 부모님의 것보다 클 리 없으니까…’
그렇게 부서진 마음을 안고 우리는 어느덧 3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살아가고 있다.
가족들은 언니에 대한 이야기를 조용히 피한다. 그 말들이 아직은 너무 무겁게 느껴진다.
그날도 나는 이유 없이 걸었다.
집 안에 있는 것보다 밖에 나와 걷는 시간이 나에게 주어진 유일한 빛이었다.
가끔 신호등 앞에 서서 기다릴 때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저 사람들은 모두 행복할까?다들 웃고 있는데 나만 홀로 슬픈 것 같아…”
그런 생각이 자주 떠올랐다. 아마 많이 지쳐 있었던 모양이다.
길을 걷다 문득 오늘은 다른 골목으로 가고 싶어졌다.
익숙하지 않은 그 길을 따라 걷는데, 어느새 따스한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희망을 파는 문구점, 앤희베르.’
그 이름만으로도 왠지 모르게 마음이 끌렸다.
그냥 들어가고 싶었고,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싶은 마음이 자연스레 생겨났다.
문을 조용히 열었다. 역시 따뜻했다. 그리고 따스한 미소로 나를 맞아주는 이가 있었다.
나는 문득, 말을 하고 싶어졌다.
“걷다 보니 이곳에 도착했어요. 아직도 언니를 보내줄 수가 없어요. 어떻게 보내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슬픔이 사라지면, 마치 내가 언니를 잊어버린 것 같아서 그럴 수가 없어요.
하지만 저도… 살고 싶어요. 이 마음들이 서로 뒤엉켜서 가끔은 숨 쉬는 것조차 버거울 때가 있어요.
그래도 이렇게 희망을 파는 문구점 앞에 서니 조금은 용기를 내보고 싶어 져요.
살아가는 일이 결코 쉽진 않지만, 그래도… 저는 살아야 하니까요.”
선아 씨, 많이 힘드셨죠. 선아 씨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저절로 눈물이 납니다.
얼마나 힘들었을지, 얼마나 외로웠을지, 얼마나 보고 싶었을지, 얼마나 그리웠을지
조금은 알 것 같아요. 하지만 언니와의 추억을 그냥 우리 안에 꼭 안고 살아가요.
언니와 함께한 시간들은 선아 씨 삶의 일부니까요. 눈에 보이지 않아도 마음으로 볼 수 있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지 못해도 마음으로 서로 대화할 수 있을 만큼 선아 씨는 충분히 강하고 씩씩한 사람입니다.
언니와 선아 씨는 헤어진 게 아니에요. 끝이 아니에요. 항상 함께 있는 거예요.
그러니 선아 씨도 오늘 하루, 내일 하루 조금씩 더 살아내 보아요.
제가 하는 말이 큰 위로가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선아 씨가 조금 더 웃고, 조금 더 행복해지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그리고 부모님께 선아 씨는 너무나 사랑스러운 딸이니까, 힘들어도 엄마에게는 아직 어린아이처럼
투정도 부리고, 사랑한다는 말도 거리낌 없이 전해 주세요. 다시 어린아이로 돌아가 엄마와 아빠를 꼭 안아 주세요. 그분들도 매일매일 힘겹게 하루를 살아내고 계세요.
선아 씨의 작은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그분들의 하루를 포근하게 감싸 줄 수 있으니까요.
선아 씨가 그 따뜻한 손길이 되어 주세요.
선아는 깊은 위로를 받았다. 돌이켜보니, 나는 슬픔을 끝내고 싶지 않았다.
그렇지 않으면 진짜 언니를 보내주는 것 같아서, 이 슬픔을 계속 안고 살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알게 되었다. 언니와 헤어진 적은 없다는 것을. 원래부터 헤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슬픔은 멈추고, 좋은 기억은 계속 간직할 것이다. 그리고 나도 점점 좋아질 거라고 믿는다.
선아는 문구점을 나오기 전에 빛이 나는 노트 한 권을 들었다.
따스한 기억 노트
선아는 문구점을 나서며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아직 언니를 완전히 보내지 못했지만, 그 슬픔 속에서도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기로.
언니와 함께한 따스한 기억들을 간직하며, 그 기억들이 나를 지켜줄 거라는 믿음을 품기로.
살아가는 것이 힘들 때도 있겠지만, 포기하지 않고 하루하루를 살아내기로.
그리고 언젠가는, 이 아픔마저도 부드럽게 품어 그리움 속에서 웃으며 언니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날이 올 거라 믿기로 했다. 선아는 그렇게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앞으로의 걸음을 내디뎠다.
따스한 기억 노트
✔️ 함께한 모든 순간이 내 마음속 가장 따뜻한 불빛이다.
✔️ 가장 깊은 상처 안에 가장 진한 사랑이 숨 쉬고 있다.
✔️ 눈물 뒤에 숨어 있는 작은 빛이 나를 다시 일으킨다.
✔️ 눈에 보이지 않아도 마음으로 언제나 함께할 수 있다.
✔️ 오늘도 나는 따스한 기억을 안고 한 걸음 내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