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이 ‘좋아요’에 흔들릴 때
나는 인스타가 내 삶의 일부이고, 나의 추억인 스물일곱 수지다.
나는 오늘도 새로 산 가방을 들고 셀카를 올렸다.
#오늘도성공적
#나를위한선물
#너무예쁘죠
사람들은 내가 아주 잘 사는 줄 안다.
부모님도 제법 재력가이신 줄 알고, 강남 오피스텔에 살 것 같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는 허름한 다가구 주택, 그중에서도 햇빛 한 줄기 들지 않는 반지하에 살고 있다.
비싼 월세는 아니지만, 매달매달 갉아먹히는 내 카드값을 생각하면
‘나는 카드값 때문에 다이어트를 한다’는 말이 진짜 내 사정이다.
점심값도 아끼기 위해 점심도 굶는다. 몸매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며 다이어트를 한다는 핑계를 댄다.
그리고 아침이면 꼭 비싼 커피숍에 일부러 들른다.
누군가 마주치길 바라듯, 늘 그 브랜드 로고가 잘 보이도록 커피를 들고 출근한다.
‘나, 괜찮은 여성이에요.’
그렇게 보이고 싶었다.
어쩌면 나는 내가 나를 신뢰하지 못하는 마음을 커피브랜드 하나에 기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이렇게 살아가고 있다.
퇴근 후에도 인스타그램을 본다. 내 피드는 누구보다 화려하다.
가방, 향수, 호텔, 명품 립스틱, 조명 좋은 카페.
좋아요가 올라갈수록 나는 잠시 살아 있는 기분이 든다.
‘그래, 나도 괜찮은 사람이야.’
하지만…
가방을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엔 늘 어깨가 무겁다.
“이 가방 다음엔 뭐가 필요하지?”
“좋아요가 떨어지면, 나도 같이 작아지는 걸까?”
내가 채우고 싶은 건 마음인데, 나는 자꾸 물건으로 그 공백을 막고 있다.
“희망을 파는 문구점, 앤희베르”
그곳은 작은 골목 안, 그 누구도 쉽게 지나치지 않을 듯한 곳에
마치 나만을 위해 열린 문처럼 조용히 빛나고 있었다.
문 안에는 묘하게 따뜻한 공기가 감돌았고 따뜻한 음색의 목소리로 나에게 말을 건넸다.
“수지 씨, 오늘은 무엇이 당신을 가장 외롭게 했나요?”
나는 대답하지 못하고, 조용히 그 자리에 앉았다.
수지 씨는 참 예뻐요. ^^
굳이 예뻐 보이려 애쓰지 않아도, 수지 씨는 이미 참 예쁜 사람이에요.
그걸 몰라서가 아니라, 너무 오래 외롭고 불안해서 자꾸 잊어버린 거예요.
좋아요보다 소중한 건, 오늘도 마음을 다치지 않고 견뎌낸 당신이에요.
카드값보다 더 무겁게 누르는 건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살아가려는 삶이에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잊어버릴 만큼 누군가에게 ‘괜찮아 보이는 사람’이 되기 위해
얼마나 애쓰며 살아왔는지, 나 알고 있어요. 하지만 이제는,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이야기가 아니라
내 안의 진짜 이야기를 써볼 시간이에요. 조금 느리게 가도 괜찮아요. 조금 비워도 괜찮아요.
당신은 그 자체로 이미 괜찮은 사람이니까요.
수지 씨, 오늘은 당신이 당신에게 말 걸어줄 차례예요.
나는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보여주지 않아도 괜찮은 삶을 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노트 한 권을 집었다. 거기엔 이제, 진짜 나로 살기로 했다.
코팅되지 않은 무광 질감의 노트. 표지는 아주 단순했지만, 그 안의 문장들은 오래도록 그녀 마음 어딘가를 쿡 찔렀다.
이제, 진짜 나로 살기로 했다.
✔️ 나는 타인의 기대가 아닌, 나의 목소리를 따라 살아간다.
✔️ 보여주는 삶을 멈추고, 느끼는 삶을 시작한다.
✔️ 외로움을 소비로 덮는 대신, 내 마음에 다정하게 말을 건넨다.
✔️ 가방보다 무거웠던 ‘비교’를 이제는 내려놓는다.
✔️ 나는 나로 살아갈 용기를 이미 가지고 있다. 지금 이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