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이라는 이름 아래 감정을 눌러온 어느 날
나는 행복하다.
착하고 지혜로운 나의 와이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나의 아들.
그들과 함께하는 매일이 나의 전부다.
나는 행복하다, 정말 행복하다.
회사에서도 나는 더 높이 올라가고 싶다.
더 인정받고, 더 성장하고 싶다.
가정에서도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되고 싶다.
그 꿈을 위해 나는 오늘도 최선을 다해 일한다.
누구보다 일 잘하는 사람, 언제나 가정을 챙기고 따뜻함을 잃지 않는 남편과 아빠.
나는 정말 잘 해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내 마음 한편이 무겁고 어두워졌다.
마음속 감정을 눌러야만 했고, 표현하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버텼다.
“내가 우울증이라니…”
나는 혼란스러웠다.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데,
왜 나만 이리 아픈 걸까?
내가 행복하다고 믿었던 그 모든 순간이 어쩌면 나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했던 건 아닐까?
가장들의 마음은 늘 복잡하다.
자신의 꿈은 뒤로 미룬 채 가족을 위해, 사회를 위해
끝없이 달려야만 한다는 강박 속에서 홀로 외로움을 견뎌야 한다.
나는 그 무게를 감당하다가 문득 멈춰야 할 때를 놓쳐버렸다.
나는 퇴근 후 집으로 가지 않고 어둠 속을 걷다가 어느새 따스한 빛 하나를 발견했다.
홀린 듯, 무심코 걸음을 옮겼다. 그 빛은 희망을 파는 문구점, 앤희베르 였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차분한 향기와 따뜻한 온기가 나를 감싸 안았다.
주인은 부드러운 미소로 나를 맞이했다.
“안녕하세요...
제가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많이 힘들어요.”
“정우 씨, 정말 대단하세요.
가장으로서, 부모로서, 그리고 직장인으로서 하루하루 무거운 책임감을 안고
묵묵히 길을 걸어오셨잖아요. 매일 회사에서 인정받기 위해,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가기 위해
쉼 없이 달려야 했고, 집에서는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언제나 따뜻한 남편이자 아빠가 되기 위해
자신을 내려놓고 애써왔던 그 시간들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 힘든 순간들마다 혼자 감당해야만 했던 마음의 짐이 얼마나 무거웠을지 생각하면
저절로 마음이 무겁고 아파옵니다.
하지만 정우 씨, 그 모든 무게를 혼자 짊어질 필요는 없습니다.
누구나 지치고 흔들릴 때가 있고, 때로는 말없이 멈춰 서서 자신을 다독여야 할 때가 있답니다.
부담을 내려놓아도 괜찮고,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이미 충분히 잘해왔고, 그 자체로도 가치 있는 사람임을 잊지 말아 주세요. 이제는 스스로에게 조금 더 따뜻해지길 바랍니다.
부드러운 위로 한 마디가 지친 마음에 작은 빛이 되어 조금씩 어둠을 걷어낼 거예요.
정우 씨가 앞으로 걸어갈 길에 늘 희망과 사랑이 함께하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나는 다시 생각했다. 다시 생각해도, 난 행복한 사람이었다.
그 마음이 자꾸 희미해질 때쯤 앤희베르에서 나는 다시 느꼈다.
‘나는 여전히 행복한 사람이다.’ 그 순간, 나는 조용히 노트 한 권을 집었다.
표지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그럼에도 당신은 행복한 사람
그럼에도 당신은 행복한 사람
✔️ 오늘도 살아냈어요. 완벽하진 않았지만, 나는 충분히 잘했어요.
✔️ 누군가를 위해 웃고, 참아내고, 그런 내가 참 대견해요.
✔️ 평범한 하루 속에도 감사할 순간이 있었어요. 나는 그것을 놓치지 않는 사람이에요.
✔️ 힘든 날에도 포기하지 않았어요. 그건 내가 여전히 삶을 사랑한다는 증거예요.
✔️ 나는 부족한 게 아니라, 그저 조금 지쳐 있었을 뿐이에요. 그리고 그럼에도, 나는 행복한 사람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