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그럼에도, 나는 행복한 사람

가장이라는 이름 아래 감정을 눌러온 어느 날

by 앤희베르
한국 부부이고 한아이를 안고있어 환하게 웃는 모습 그려줘.jpg


[37세 가장 정우 씨]


나는 행복하다.
착하고 지혜로운 나의 와이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나의 아들.
그들과 함께하는 매일이 나의 전부다.
나는 행복하다, 정말 행복하다.


회사에서도 나는 더 높이 올라가고 싶다.
더 인정받고, 더 성장하고 싶다.
가정에서도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되고 싶다.
그 꿈을 위해 나는 오늘도 최선을 다해 일한다.

누구보다 일 잘하는 사람, 언제나 가정을 챙기고 따뜻함을 잃지 않는 남편과 아빠.
나는 정말 잘 해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내 마음 한편이 무겁고 어두워졌다.
마음속 감정을 눌러야만 했고, 표현하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버텼다.


“내가 우울증이라니…”

나는 혼란스러웠다.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데,
왜 나만 이리 아픈 걸까?

내가 행복하다고 믿었던 그 모든 순간이 어쩌면 나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했던 건 아닐까?


가장들의 마음은 늘 복잡하다.
자신의 꿈은 뒤로 미룬 채 가족을 위해, 사회를 위해
끝없이 달려야만 한다는 강박 속에서 홀로 외로움을 견뎌야 한다.


나는 그 무게를 감당하다가 문득 멈춰야 할 때를 놓쳐버렸다.


나는 퇴근 후 집으로 가지 않고 어둠 속을 걷다가 어느새 따스한 빛 하나를 발견했다.

홀린 듯, 무심코 걸음을 옮겼다. 그 빛은 희망을 파는 문구점, 앤희베르 였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차분한 향기와 따뜻한 온기가 나를 감싸 안았다.
주인은 부드러운 미소로 나를 맞이했다.


“안녕하세요...
제가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많이 힘들어요.”


A painting in a warm, Impressionistic style depicting a Korean couple, beaming with joy, holding their toddler child. The parents are dressed in stylish, modern casual clothing, and the child is playfully clutching.jpg



“정우 씨, 정말 대단하세요.
가장으로서, 부모로서, 그리고 직장인으로서 하루하루 무거운 책임감을 안고
묵묵히 길을 걸어오셨잖아요. 매일 회사에서 인정받기 위해,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가기 위해

쉼 없이 달려야 했고, 집에서는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언제나 따뜻한 남편이자 아빠가 되기 위해
자신을 내려놓고 애써왔던 그 시간들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 힘든 순간들마다 혼자 감당해야만 했던 마음의 짐이 얼마나 무거웠을지 생각하면
저절로 마음이 무겁고 아파옵니다.

하지만 정우 씨, 그 모든 무게를 혼자 짊어질 필요는 없습니다.
누구나 지치고 흔들릴 때가 있고, 때로는 말없이 멈춰 서서 자신을 다독여야 할 때가 있답니다.

부담을 내려놓아도 괜찮고,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이미 충분히 잘해왔고, 그 자체로도 가치 있는 사람임을 잊지 말아 주세요. 이제는 스스로에게 조금 더 따뜻해지길 바랍니다.

부드러운 위로 한 마디가 지친 마음에 작은 빛이 되어 조금씩 어둠을 걷어낼 거예요.

정우 씨가 앞으로 걸어갈 길에 늘 희망과 사랑이 함께하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나는 다시 생각했다. 다시 생각해도, 난 행복한 사람이었다.
그 마음이 자꾸 희미해질 때쯤 앤희베르에서 나는 다시 느꼈다.
‘나는 여전히 행복한 사람이다.’ 그 순간, 나는 조용히 노트 한 권을 집었다.

표지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그럼에도 당신은 행복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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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희베르의 노트

그럼에도 당신은 행복한 사람


✔️ 오늘도 살아냈어요. 완벽하진 않았지만, 나는 충분히 잘했어요.

✔️ 누군가를 위해 웃고, 참아내고, 그런 내가 참 대견해요.

✔️ 평범한 하루 속에도 감사할 순간이 있었어요. 나는 그것을 놓치지 않는 사람이에요.

✔️ 힘든 날에도 포기하지 않았어요. 그건 내가 여전히 삶을 사랑한다는 증거예요.

✔️ 나는 부족한 게 아니라, 그저 조금 지쳐 있었을 뿐이에요. 그리고 그럼에도, 나는 행복한 사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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