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사랑만으로는, 가끔 모자랄 때가 있어요

말이 오가지 않아도, 마음이 닿는 순간을 기다리며

by 앤희베르




요즘은, 아무 말 없이 마주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눈을 마주치고도, 입을 떼지 않았다.
마치 우리가 서로가 아닌, ‘피해야 할 감정’이라도 되는 듯이. 서로에게 의미 없는 대화만 주고받은 지 꽤 되었다. 꼭 필요한 이야기만 할 뿐 정작 중요한 말은, 언제부턴가 서로 피하고 있었다.

나는 감정이 복잡해지면 꼭 말로 꺼내야 풀리는 사람이고, 그 사람은, 말하지 않고 넘기는 게 익숙한 사람이었다. 나는 터뜨려야 괜찮아지는 사람이었고, 그 사람은 잠잠해야 진정되는 사람이었다.

예전엔 사소한 것도 이야기했고, 잘 맞는 줄로만 알았다.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고, 항상 그 사람이 나보다 더 행복하길 바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사소한 것’들이 우리를 다르게 만들었다.


“이해해보려고 했어.”
“나도 그랬어.”


말은 했지만, 마음은 닿지 않았다. 나는 말하고 싶은데, 그 사람은 조용히 돌아서고,

나는 속이 답답해 터질 것 같은데 그 사람은 “지금 말하면 더 커질까 봐”라는 눈치로 침묵했다.

사랑해서 시작했는데, 사랑만으로는 지켜지지 않는 날들이 분명히 있었다.


그날도 말없이 저녁을 먹고, 말없이 하루를 보냈다.
마치, 큰소리 없이도 천천히 부서져가는 느낌.
그러다 문득, 함께 걷게 된 골목에서 작은 불빛이 눈에 들어왔다.

‘희망을 파는 문구점’이라는 이름. 우린 아무 말 없이 문을 열고 들어섰다.
묘하게 따뜻한 공기, 나지막한 음악, 그리고
우리 사이엔 처음으로 편안한 정적이 흘렀다.

그때, 점원도 아닌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느껴지는 이가 다가와 말했다.


“한쪽은 ‘왜 아무 말 안 해?’ 하고, 다른 한쪽은 ‘괜히 말 꺼냈다가 더 악화될까 봐’
그냥 참고 넘기는 게 낫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런 마음도 다 사랑에서 비롯된 거예요.

서로를 잃고 싶지 않고, 상처 주고 싶지 않아서 서로를 조심하는 거죠.


그래서 말이에요,
‘말하지 않아서 멀어진다’고 쉽게 단정 짓기보다, 서로 다른 방식으로 아픔을 감싸고 있다는 걸 기억해야 해요.


그리고 정말 중요한 건, 당신들이 서로에게 기대고 싶어 한다는 사실이에요.
말은 적어도, 마음은 여전히 연결되어 있어요.

때로는 대화를 나누기보다, 조용히 곁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걸 참아내야 하는 건 아니에요.

가끔은 솔직해져도 괜찮아요.

“나 지금 힘들어”라고 말하는 게 부끄럽거나 무서워도, 그 마음을 꺼내 놓는 순간,
비로소 서로가 다시 서로를 제대로 볼 수 있거든요.


그리고 기억하세요. 서로가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다만, 서로에게 조금 더 너그러워지고, 서툰 표현도 조금은 이해해 주는 연습이 필요할 뿐이에요.


그렇게 조금씩, 서로의 마음에 손을 내밀다 보면,다시 가까워질 수 있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조용히 그 사람을 바라봤다.

“나는 말해야 풀리는 사람이야.”
그리고 조금 뒤, 그 사람이 답했다.

“… 나는, 말하면 더 멀어질까 봐 겁이 나.”

그 말이, 오래된 얼음을 깨는 듯 가슴을 조용히 울렸다.

우리는 한참을 말없이 앉아 있었다.
하지만 그날의 침묵은, 더는 무거운 것이 아니었다.

문을 나서기 전, 진열대에 놓인 노트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표지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다르게 아픈 마음, 함께 지켜내는 연습”

그 노트를 가방에 넣으며 나는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우린 여전히 사랑하고 있고 , 서로에게 기대고 싶어 한다는 걸




앤희베르의 노트

“다르게 아픈 마음, 함께 지켜내는 연습”


✔️ 상대가 침묵한다고 해서, 나를 외면하는 건 아닐 수 있다.
✔️ 표현의 방식이 달라도, 아픈 마음은 같은 무게다.
✔️ 멀어졌다고 느껴질 때, 내 방식만 옳다고 믿지 말자.
✔️ 오늘은 먼저 다가가, 조용히 손을 잡아보자.
✔️ 우리 둘 사이의 ‘말 없는 시간’도 다시 시작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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