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잠시 멈췄어요.
[10년 넘게 다닌 회사를 퇴사한 서른여섯의 민정]
"괜찮은 결정이었을까?
진짜 내가 원했던 걸까?
사직서를 냈던 날부터, 나는 매일 아침 그렇게 스스로에게 물었다.
조금만 더 참아볼 걸 그랬나?
아무 준비 없이 그만두는 건 너무 무모했나?
지금 이 공허함은… 자유의 기쁨일까, 막막함일까.
10년 넘게 다닌 회사를 그만뒀다.
‘나답게 살고 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녔지만
막상 회사를 나온 지금, 나다운 게 뭔지 모르겠다.
아침 9시. 출근하지 않는 평일이 처음엔 낯설고 좋았다.
밀린 잠도 자고, 커피도 여유 있게 마셨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자꾸 마음이 불안해졌다. 시계가 오후를 가리킬 즈음이면 나는 멍하니 창밖을 보며, 내 인생이 멈춘 것 같은 기분에 빠졌다.
친구들은 “잘했어!” “용기 있다!”
말로는 응원했지만, 어느새 나를 걱정 어린 눈으로 바라봤다.
"그래서 이제 뭐 할 거야?"
그 말이 칼날처럼 느껴졌다.
나는 뭘 하고 싶은지도, 뭘 잘하는 지도 모르겠다.
그날도, 무작정 걷다가 작은 문구점 앞에서 발이 멈췄다.
은은한 불빛, 포근한 공기, 조용한 음악.
유리창 너머로 비친 그 공간은 왠지 모르게 ‘괜찮다’고 말해줄 것 같았다.
그곳은, 희망을 파는 문구점 앤희베르.
나는 아무 말 없이 문을 열고 들어섰다.
그 순간, 나를 향한 미소와 따뜻한 차 한 잔이 건네졌다.
잠시 머뭇이다가, 나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냥… 모르겠어요.
사직서까지는 썼는데, 그다음이 너무 막막해요.”
앤희베르는 내 말을 가만히 듣고 나서
천천히,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민정 씨,
지금 이 시간은 ‘길을 잃은’ 게 아니라,
잠시 멈춘 거예요. 회사에서 나왔다는 건
누군가가 그어준 선 위에서 벗어났다는 뜻이죠.
처음엔 불안하고 어색하고,
마치 내가 쓸모없는 사람이 된 것 같기도 해요.
근데요,
지금 그 막막함은 ‘내가 진짜 원하는 삶’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증거예요.”
지금은 잠시 멈춰 선 시간이지만, 이건 단순한 ‘쉼’이 아니에요.
내면으로 여행을 떠나는 시간이에요.”
“그동안 우리는 해야 할 일에 쫓기느라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게 뭔지’
‘어떤 순간에 숨이 트이는지’
잊고 살았잖아요.
민정 씨, 하루에 딱 10분만이라도 사람들 말에서, 세상의 소음에서 조용히 벗어나 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창문을 열고 바람이 얼굴에 닿는 느낌을 느껴보고, 차를 천천히 마시면서
입 안에 퍼지는 향을 음미해 보기도 하고, 예전부터 좋아했던 노래를 다시 틀어놓고 가만히 들어보기도 해 보세요.”
“그건 아무 의미 없는 시간이 아니라, 민정 씨 마음 깊은 곳에 숨어 있던 진짜 나를 만나러 가는 시간이에요.”
“그 시간을 매일 조금씩 쌓아보세요. 그 안에서 분명, 다음 걸음이 어디로 이어지는지 조용히 들려올 거예요.”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눈물이 날까 봐, 입술을 꾹 눌렀다.
“빈 시간, 빈 공간, 그게 꼭 허무한 게 아니에요.
그 위에 민정 씨만의 문장을 새롭게 써 내려가면 돼요.
오늘은, 무언가를 이루지 않아도 괜찮아요.
그냥 좋은 음악 하나 듣고, 천천히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그건 사치가 아니라, 민정 씨가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예요.”
그 말을 들은 후 나는 한참을 앉아 있었다.
그리고 문을 나서기 전, 진열대에 놓인 노트 하나를 집어 들었다.
표지엔 이렇게 쓰여 있었다.
“흔들려도 괜찮은 나에게”
그 노트를 가방에 넣으며 나는 오늘 하루,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다짐했다.
그게 지금의 나에게 가장 필요한 일이니까.
“흔들려도 괜찮은 나에게”
✔️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하루도 내 삶의 일부다.
✔️ 멈춘 것 같아도, 나는 여전히 나아가고 있다.
✔️ 남들이 가진 것을 기준 삼지 말자. 나는 나만의 길을 간다.
✔️ 지금 불안한 건, 내가 무언가를 진심으로 바란다는 증거다.
✔️ 오늘 하루는 ‘해야 할 일’이 아닌, ‘하고 싶은 일’ 하나만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