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은 한 번도 나를 떠난 적이 없다

사막과 바다를 건너도 열리지 않던 문, 그리고 그 이유

by 앤희베르
한국미모의 여성이다.끝없이 펼쳐진 사막 한가운데, 한 소녀가 어깨에 가방을 메고 서 있다. 주변엔 아무것도 없고 바람만 불고 있다. 소녀의 얼굴은 살짝 불안하지만,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다..jpg



요즘은 문구점이 꿈에 나타나지 않는다. 아니, 사실은 그 문구점을 생각할 시간조차 없다.

매일 아침, 출근길은 여전히 무겁고 분주하다.
사무실에 도착하면 끝없는 업무와 성과의 압박이 나를 기다린다.
프로젝트 마감일, 끊임없이 쌓이는 메일, 회의 속의 요구사항들. 내 머릿속은 늘 복잡하고, 하루하루가 빠르게 지나간다. 그리고 매달 찾아오는 공과금, 카드대금, 대출금과 생활비가 현실을 무겁게 짓누른다.

그래도 마음 한편에는 늘 그 꿈이 있다.
‘진짜 나’를 찾아가는 여정, 내가 진심으로 원하는 삶을 향한 갈망. 하지만 꿈을 좇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싸움이다. 점점 무뎌지는 감각, 늘어나는 피로와 초조함 속에서 꿈은 점점 희미해지고,‘내일은 또 어떻게 버텨낼까’ 하는 질문이 더 크게 다가온다.

두렵다. 나는 지금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

언젠가부터 회사에서의 나와 내가 정말 되고 싶은 나 사이에 분명히 있었던 경계선이 흐려졌다.

내가 잃어버린 건 단순한 휴식이 아니다. 나 자신과 진짜 마주하는 시간, 내 마음속 깊은 목소리를 듣는 시간이었다.


지친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나는 문득 내 마음속에서 작은 속삭임을 들었다.

마치 내 안에 두 사람이 싸우는 것처럼, 서로 다른 목소리가 부딪히고 있었다.

한쪽은 말한다.
“그냥 포기하고 편하게 살아. 꿈이라는 건 너무 먼 이야기야. 너 자신도 아직 부족하고, 지금 가진 것에 만족하는 게 현명해.”

다른 쪽은 속삭인다.
“아직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작은 불꽃이라도 꺼뜨리지 말자. 네가 진짜 원하는 삶을 포기하지 말자.”


그 두 목소리가 내 안에서 부딪힐 때마다, 나는 혼란스럽고 아팠다. 하지만 그 싸움 속에서, 나는 조금씩 나를 알아가고 있었다.



한국소녀가 깜깜한 바다에서 혼자 보트를 타고 노를 젓고있고 저기 멀리서 빛이 보이는 문구점이 떠다니고있다 그소녀는 있는힘껏 노를 저어 바다에 떠다니는 문구점에 가고싶지만 문구점은 점점 멀어진다..jpg


그리고 그날 밤, 나는 또다시 꿈을 꾸었다. 이번엔 하늘도, 구름도 아니었다. 내 앞에 펼쳐진 것은 끝이 보이지 않는, 깊고 검은 바다였다. 물결은 잔잔하지 않았다. 숨을 고르기도 전에, 묵직한 어둠이 나를 덮쳐왔다.

나는 작은 보트 위에 혼자 있었다. 사방이 물 뿐이었고, 어디가 동쪽인지 서쪽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
바다는 낮게 으르렁거리듯 파도를 일으켰고, 그 소리만이 이 고요한바닷속에서 유일한 배경음이었다.

섬뜩했다. 그리고 무서웠다. 바람이 스칠 때마다 등줄기로 한기가 내려앉았다.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 이렇게까지 나를 무너뜨릴 줄 몰랐다.

그때였다. 멀리서 아주 희미한 빛이 보였다.
처음에는 파도 위에서 깜박이는 별빛인 줄 알았다.
하지만 곧 그것이 내가 그토록 찾아 헤매던 문구점이라는 걸 알아챘다.

빛은 파도 위에 길을 만들듯 번져갔고, 그 빛의 끝에 문구점이 있었다.
나는 눈을 크게 뜨고, 그곳을 보고 있었다. 희망을 파는 문구점...
무섭고 낯선 바다 위에서 만난 문구점은, 마치 어둠 속의 등대처럼 나를 부르고 있었다.

“가야 해. 저기까지… 꼭.”

나는 힘껏 노를 저었다. 팔과 어깨가 타는 듯한 고통이 밀려왔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그곳에 닿기만 하면, 모든 두려움이 사라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파도는 생각보다 집요했다. 내가 앞으로 나아가려 하면 할수록, 거대한 물결이 보트를 뒤로 밀어냈다.
손에 힘이 빠지고, 팔은 점점 말을 듣지 않았다. 숨은 가빠졌고, 온몸이 축 처져 갔다.

그리고 그 순간, 문구점은 천천히 멀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온 힘을 다해 소리쳤다.

“나 두고 가지 마! 제발… 떠나지 마!”

목이 메었고, 시야가 흐려졌다. 뜨거운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 눈물이 바닷물에 섞이는 순간, 문구점의 빛은 점점 희미해졌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거리. 그 문구점은 마치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내게 다가왔다가, 손끝이 닿을 즈음, 다시 멀리 달아나버리는 것만 같았다. 그때 눈이 번쩍 떠졌다. 이마와 볼이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꿈에서 깼는데도, 눈물은 여전히 흐르고 있었다. 나는 한동안 그대로 앉아 있었다.

아직도 마음속엔 그 바다의 차가움과, 멀어져 가던 문구점의 빛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그것은 희망이었을까, 아니면 잔인한 장난이었을까.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나는 아직, 그 문 안에 들어가지 못했다는 사실이었다.


그렇게 나는 사막에서 길을 잃고, 구름 위에서 닿을 듯 닿지 않는 그토록 원하던 문구점을 만났다.

그리고 끝이 보이지 않는 깜깜한 바다 위, 작은 보트를 타고 외롭고 무서운 마음으로 항해하던 중에도 문구점은 멀리서 나를 부르고 있었다.

바람과 파도가 나를 밀어내려 애썼지만, 나는 그 빛나는 문구점에 닿고 싶은 마음 하나로 노를 저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구점은 언제나 가까워지려 할 때면 멀어졌고, 나는 잡힐 듯 잡히지 않는 희망 속에서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정작 내가 그 문구점에 들어가려는 노력을 얼마나 했을까?

혹시 그곳에 들어가게 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두려움에 마음 한편이 무거워지진 않았을까?

가고 싶지만 정말 갈 수 있을까?라는 의문..

문을 열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는 막연한 불안이 나를 머뭇거리게 했다.


저 내면의 불안감 속에서도, 나는 다이어리를 펼쳤다.

복잡한 감정들, 불안과 두려움, 그리고 희망의 작은 불씨까지, 그 모든 것을 글로 적어 내려갔다.

내 마음을 숨기지 않고, 있는 그대로 마주하며. 그 순간 나는 분명히 알았다.

어렵고 힘들어도, 나는 내가 진짜 원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것을. 포기하지 않고, 조금씩 나아가고 싶다는 것을.그래서 오늘도 나는 쓰고, 내일도 그렇게 걸어갈 것이다.







그녀는 사막에서도, 구름 위에서도, 그리고 깊고 어두운 바다 위에서도 문구점을 보았다.
하지만 단 한 번도 그 문 안으로 들어간 적은 없었다. 그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었다.


사막은 그녀 안의 결핍이었다. 끝없이 걸어도 끝이 보이지 않는 황량함 속에서, 그녀는 ‘목표’를 붙잡으려 애썼다. 연금술사 속 산티아고가 보물을 찾아 사막을 건넜듯, 그녀도 사막을 건너고 있었다.
하지만 산티아고가 깨달았던 것처럼, 보물은 목적지가 아니라 여정 속에 있었다.
그녀는 그 사실을 알기 전까지, 사막에서 문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구름 위는 그녀의 희망이었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감촉, 안도감과 포근함이 가득했지만, 그 안에는 또 다른 어려움이 숨어 있었다.

그녀는 여전히 ‘완벽히 준비된 상태’만을 기다리며 스스로의 부족함을 인정하지 못했다.

마치 데미안 속 싱클레어가 ‘자기 세계’로 나아가기 전, 보호받는 껍질 속에 머물러 있던 것처럼.

구름은 그녀를 감싸 주었지만, 동시에 그녀를 머무르게 하는 울타리 역할도 했다.


그리고 바다는 그녀의 두려움이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문구점은 유일한 빛이었다.
하지만 두려움 속에서 붙잡으려는 ‘희망’은 파도처럼 미끄러져 나간다. 그녀는 아직 파도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파도가 부서지는 소리 속에서, 그 안에도 길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 전까지는. 그녀가 다이어리를 통해 끊임없이 자기와 대화를 나누고, 작지만 분명한 변화를 이루어낸 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문 안에 들어가지 못한 이유는 단 하나 그녀가 찾는 문구점은 바깥에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막, 구름, 바다. 그 모든 풍경은 그녀 자신의 마음이었다.
그녀는 그 안에서 길을 잃었고, 그 안에서 길을 만들고 있었다.


연금술사는 이렇게 말한다.

“네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찾을 때, 온 우주는 너를 돕는다.”

하지만 그녀는 아직 그 ‘진짜 원하는 것’을 완전히 찾지 못했다.

삶의 변화는 시작되었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 진정 원하는 바를 분명히 마주하고 받아들여야만 우주는 그다음 걸음을 함께할 준비를 한다. 지금은 우주가 그녀에게 도움을 주고 있지만, 그 문을 열고 그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온전히 그녀의 몫이다.


데미안은 또 이렇게 속삭인다.
“새는 알에서 나오기 위해 싸운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세계를 파괴해야 한다.”
이 말처럼, 진정한 변화를 이루려면 지금까지 익숙했던 세계를 깨고 나와야 한다.
하지만 그녀는 아직 그 알을 깨뜨릴 만큼 간절하지 못했다.
두려움과 불안, 완벽하지 않은 자신을 받아들이는 일 앞에서 머뭇거렸다.

문구점은 사막 끝에도, 구름 위에도, 바다 너머에도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그녀를 떠난 적이 없었다. 그 문은 외부가 아닌, 아주 오래전부터 그녀 안에 존재해 왔다.
그 문을 열기 위해서는, 세상의 틀을 깨뜨리고 알을 깨려는 진정한 갈망과 용기가 필요하다.
그 갈망이 온전히 그녀의 마음속에 자리 잡을 때, 비로소 문은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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