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내면이 깨어나는, 마법 같은 일상
문구점을 만난 이후, 그리고 그 다이어리에 내 마음을 쓰기 시작한 이후 나는 문득 깨달았다.
나는 너무 오랫동안, 사람들과의 관계에 지쳐 있었다는 걸.
아마도 내가 바뀐 것들 중 가장 큰 변화는 이거였다.
나는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되려는 마음’을 내려놓았다.
그동안 나는 누군가의 눈살이 찌푸려질까, 상대가 실망할까, 말 한마디, 표정 하나에도 늘 조심스러웠다.
사실 나는 ‘좋은 사람’이 아니라,‘미움받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거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그렇게 모든 사람에게 괜찮은 사람이 되려 애쓰는 사이, 나는 나에게 점점 더 낯선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는 걸. 그걸 인정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인정하고 나자, 묵직하게 눌러왔던 마음이 조금 가벼워졌다.
누군가가 나를 오해해도 괜찮고, 내가 모든 약속을 지키지 않아도 세상은 멀쩡히 돌아간다는 걸 알게 되자
마음 한구석에서 오래 잠들어 있던 나 자신이 조용히 일어나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미움받을 용기가 생긴 거다.
그 용기는 소리를 내지 않았고, 드라마틱한 변화도 아니었지만 그저 내 안의 어떤 균형이 맞춰지는 듯한, 낯설지만 깊은 평온함을 느낄 수 있었다.
‘모두에게 좋은 사람’은 더 이상 내 목표가 아니었다.
그보다도 이제는 “내가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리고 변화는, 그뿐만이 아니었다. 회사에서도 늘 ‘그냥’ 다니던 내가 조금씩, 욕심이라는 걸 갖기 시작했다.
성과를 내고 싶었다. 이 일을 그냥 버티는 게 아니라, 진심을 담고 싶었다.
진짜 나답게 살기 위해선,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조차도 허투루 흘려보낼 수 없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 순간부터 나는 집중하기 시작했고, 눈에 보일 만큼 업무 성과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누구에게 보이기 위한 변화가 아니라, 나에게 솔직해진 결과였다.
그날도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조용히 다이어리 앞에 앉았다.
오늘도 나는 내 마음을 적었다.
“나는 점점 나에게 가고 있어. 조금만 더 기다려. 내가 꼭 갈 테니까.”
그 말을 적고 나서야, 마음이 살짝 따뜻해졌다.
그리고 그대로 잠에 들었다. 그날 밤, 다시 이상한 꿈을 꿨다.
이번엔 지난번과는 완전히 달랐다. 폭신한 감촉. 은은하게 퍼지는 맛있는 냄새.
몽글몽글 부드럽게 나를 감싸는 공기. 눈을 떠보니, 나는 구름 위에 누워 있었다.
구름은 마치 솜사탕 같았고, 그 위에 가만히 누워 있는 기분은…
말로 다 설명할 수 없을 만큼 행복했다. 잠에서 깨고 싶지 않을 정도로.
그런데 그 순간, 푸른 하늘 어딘가에 문이 하나 열렸다.
문구점.
내가 그토록 찾아 헤맸던 그곳이었다. 그것은 하늘 위에 떠 있었고, 은은하게 빛을 내며 나를 향해 미소 짓는 것만 같았다.
“드디어… 나에게 다시 와주는 거야?”
“이번엔 들어갈 수 있는 거야?”
나는 마음이 들떴다. 폴짝폴짝 구름 위를 뛰며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닿으려 손을 뻗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내가 점점 더 높이 뛰면 뛸수록, 문구점은 점점 더 멀어졌다.
하늘 저 위로, 마치 피하듯, 천천히 올라가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당황했고, 곧 화가 났다.
“왜… 왜 이러는 건데?”
“처음에 네가 내 눈앞에 나타났잖아. 내가 보여달라고 한 적 없잖아. 네가 먼저 나타났잖아!”
문구점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고, 그 찰나, 꿈에서 깨어났다.
숨이 조금 가빴다. 눈을 감고 누운 채, 꿈을 되짚었다.
이런 꿈을 흉몽이라고 하는 걸까?
왜 잊을 만하면 다시 나타나는 걸까?
왜… 들어갈 수는 없는 걸까?
나는 다이어리 앞에 다시 앉았다. 그리고 조용히 속으로 되뇌었다.
“왜 자꾸 보여주기만 하는 거야? 진짜 나를 찾고 싶어서 여기까지 왔는데…”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혹시, 그 문구점은 내가 다다르기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내가 충분히 준비될 때까지 기다려주는 건 아닐까?
문이 열리기만을 바랐던 나는, 정작 그 문 안으로 들어갈 ‘내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지 않았던 걸지도 모른다.
그리고…그 구름 위의 포근한 공간이 말해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네 안에도 이런 따뜻한 감정이 있다는 걸 잊지 마.”
그녀는 점점 용기를 내고 있습니다. 예전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말들을 이제는 조심스럽게 꺼낼 수 있게 되었고, 모든 사람에게 ‘괜찮은 사람’으로 남아야 한다는 믿음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습니다.
혼자의 시간을 외로움이 아닌,‘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시간’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타인의 기준보다 자신의 감각에 귀 기울이려 애쓰고 있습니다. 그 변화는 아주 작고 느리지만, 그녀는 지금, 분명히 자신에게 가고 있습니다. 구름 속 문구점은 어쩌면 그녀가 완전히 자신을 받아들이기 전까지는 들어갈 수 없는 마음의 방인지도 모릅니다. 그 문은 그녀를 피한 것이 아니라, 그녀가 ‘진짜 나’를 만날 준비가 될 때까지 천천히 기다려주고 있었던 거죠.‘나로 산다는 것’은 누구도 대신 풀어줄 수 없는 수수께끼 같은 여정이고, 그 여정은 때로 기쁨보다 외로움과 두려움을 먼저 데려오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이제 스스로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중입니다.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은 마음의 조각들을, 하루하루 다이어리에 조용히 옮기며 ‘나는 누구인가’를 스스로에게 묻고 있습니다. 그 문구점은 사라진 게 아닙니다. 그녀가 조금씩, 조금씩 자신을 온전히 품게 될 때, 그 문은 마침내 열릴 것입니다. 바깥세상의 문이 아니라, 자기 안에 감춰져 있던 문이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