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화.엄마가, 너를 제일 잘 알아!

사랑과 기대 사이에서, 엄마가 뒤에서 지켜주는 이야기

by 앤희베르



나는 외아들을 키우고 있는 48세, 수연이다.
나에게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아들이 있다. 고3이다.
언제 이렇게 컸는지, 볼 때마다 크는 게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왜 이렇게 빨리 크는 거야… 아직 내 품에 있는 것 같은데.”
신랑은 다 큰 아들 보고 “아들, 아들, 그만 좀 해”라고 하지만, 내 눈에는 아직도 어린 나의 아들이다.


외아들이라 외롭지 않게 키우려고, 우리 부부는 아들에게 헌신적이었다.
그런데 돌아보면, 나는 아들의 삶에 너무 많은 관여를 했던 것 같다. 특히 공부 쪽에서는 더 그랬다.
“제발 조금만 더 집중해 줘… 엄마가 바라던 만큼만 해주면 좋겠는데…”
아들이 흥미를 보이지 않아도, 나는 억지로 유명한 학원에 데려가고, 잔소리를 반복했다.


친구들을 만나면 자연스레 아들 얘기를 더 많이 한다.
“너희 아들은 어디 대학 붙었어?”
“와, 우리 애는 이런 재주가 있더라.”
다른 자식들의 소식은 잘 모르지만, 잘된 자식 얘기만 귀에 들어온다.그럴 때마다 나는 마음 한편이 묵직해진다.
‘왜 내 아들은 관심도 없는 것 같지?’


오늘 카톡이 왔다.
오늘 좀 늦어요. 기다리지 마세요.
고3이 학원에서 늦는 것도 아닌데, 어디에서 뭘 하고 늦는다는 걸까?
아들, 어디 있는 거야? 뭐 하고 있는 거야?
카톡을 여러 번 보냈지만 읽지도 않았다. 순간 화가 났다.
왜 답이 없지… 조금만이라도 말해주면 안 되나?
집에 있으면 너무 답답해서, 산책이라도 할 겸 밖으로 나갔다.걷다 보니 새로운 문구점이 생겼는지 빛이 나고 환했다.희망을 파는 문구점, 앤희베르에 도착했다.
아들에게 권할 수 있는 좋은 책이 있을까… 아니면 아들 문구가 떨어진 것 같은데, 여기서 살 수 있을까?
그런 마음으로 문을 열었다. 그런데 그곳에는 내가 기대한 물건은 없었다.

그저 눈이 따뜻해 보이는 한 여인이 서 있을 뿐이었다.


“여기… 볼펜하고 노트 좀 보려고요.”
“잘 오셨어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당신은 마음이 여기로 오라고 알려주고 있었죠.”

앤희베르는 다정한 말투로 말을 걸었다.

그 순간, 나는 무언가 모를 느낌이 내 인생의 바퀴를 톡, 터뜨린 듯한 충격을 받았다.


‘내 마음이 여기로 오고 있었다고? 아니… 난 그냥 아들 문구를 사주려고…’ 나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사실… 지인들에게 고민 상담을 하고 싶었던 적도 있었지만, 아들 이야기가 누군가에게는 약점이 될까 봐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왜 알지도 못하는 이곳에서 내 마음을 보여주고 싶은 걸까?


앤희베르는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수연 씨, 이미 그 마음속에 모든 답이 들어 있어요. 아드님이 공부에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했던 건, 사랑과 기대가 뒤섞였기 때문이죠. 그 마음, 이해돼요.


나는 한숨을 내쉬며 속으로 말했다.

“맞아, 나는 다른 엄마들처럼 공부에 관심이 많은 엄마이고 싶었고, 우리 아들을 사랑해서 진심으로 잘되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어. 하지만 아들을 ‘어쩜 이렇게 잘 키우셨어요?’라는 그 한마디를 듣고 싶어서 그랬던 것 같아. 결국 나는 ‘아들을 잘 키운 엄마’라는 타이틀이 필요했던 건 아닐까?


앤희베르는 내 손을 잡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수연 씨, 아드님을 사랑하는 마음은 이미 충분히 보이고 있어요. 그 마음 때문에 잔소리도 하고, 조급해지기도 했겠지만, 진짜 중요한 건 결과가 아니에요. 아이가 자신의 속도로 걸어갈 수 있도록 믿어주는 것, 그리고 언제든 돌아와 쉴 수 있는 엄마가 되어주는 거예요.”


나는 눈을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가 뒤에 있어, 쉬었다 가도 돼… 그런 존재가 되는 거군요.”
앤희베르는 미소를 지으며 덧붙였다.
“맞아요. 아드님이 고민하고, 실수하고, 포기하고 싶을 때도 분명 있을 거예요. 그때마다 수연 씨가 뒤에서 기다려주고 있다는 걸 알려주세요. 아이가 힘들 때, 잠시 멈춰 쉬고 싶을 때, 언제든 와서 마음을 채울 수 있는 공간이 되어 주세요. 그게 바로 진짜 사랑이고, 아이에게 주는 가장 큰 선물이랍니다.”


나는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마음속이 조금 가벼워지는 걸 느꼈다.
‘맞아… 내가 바꿀 수 있는 건 아들이 아니라, 내 마음이었구나.’

그날, 나는 앤희베르의 다정한 말에 마음을 내려놓고, 아들이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동안 뒤에서 묵묵히 지켜봐 주는 엄마가 되겠다고 다짐하며 문구점을 둘러보았다.

눈에 띄는 선반 위에는 다양한 노트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손이 자연스럽게 한 권의 노트에 닿았다. 부드러운 표지에 작은 문구가 적혀 있었다.
“아들에게 전하는 엄마의 편지”

나는 그 노트를 집으며 미소 지었다.

그렇게, 나는 아들뿐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한 작은 희망과 위로를 품고 문구점을 나섰다.
오늘은 이 노트와 함께, 나의 하루를 조금 더 따뜻하게 마무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앤희베르의 노트

자식에게 전하는 부모의 편지


✔너의 속도대로 걸어가도 괜찮단다. 엄마는 언제나 네 뒤에 있을게.

✔실수하고 넘어져도, 그것이 성장의 한 걸음이란 걸 기억해.

✔포기하고 싶을 때, 잠시 쉬어도 돼. 엄마가 널 지켜보고 있어.

✔네가 좋아하는 것을 찾는 과정이, 가장 값진 배움이 될 거야.

✔사랑은 결과가 아니라, 네가 걸어가는 길을 믿어주는 마음에서 시작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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