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 현실과 꿈 사이에서

꿈과 현실 사이, 한 청년의 이야기

by 앤희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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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렸을 때부터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는 스물넷, 민성이다.

친척들이 모이는 자리가 되면 춤을 추고 재롱을 부리며 노래를 마구 불러댔다. 그 모습을 본 한 친척은 웃으며 말했다.
“우리 민성이는 나중에 커서 TV에서 볼 수 있겠네.”

물론 지금까지 아이돌처럼 잘 나간 건 아니었다. 하지만 혼자 조용히 노래를 부르면 마음이 편안해졌다. 누군가 내 노래를 듣고 감동을 받았다고 말해준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건 거기까지였다. 노래를 좋아한다는 사실만으로는 더 이상 나아갈 수 없었다.

집안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 음악을 한다고 돈을 달라고 말할 수도 없었다. 오히려 내가 돈을 벌어 가족에게 보탬이 되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길을 걷다 버스킹 하는 청년을 보았다. 많은 사람은 아니었지만, 모여든 이들이 손뼉을 치며 목소리 너무 좋다, 노래 참 잘한다 라는 말을 건넸다. 어떤 여성은 휴대폰으로 그 모습을 촬영하기도 했다. 화려한 무대는 아니었지만, 묵묵히 노래하는 그 청년의 모습이 내심 부러웠다.


나는 그런 기회조차 없었다. 아니, 기회를 만들려 하지 않았던 게 맞았다.

그날도 어김없이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아다녔지만, 마음은 간절하지 않았다. 집에 있자니 답답해서, 그저 취업자리를 찾는다는 핑계로 거리를 서성일뿐이었다. 집중해서 무언가를 찾아내기엔 내 마음이 온통 음악에 가 있었기 때문이다. 현실과 꿈 사이, 늘 그 경계에서 나는 서성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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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내려앉은 밤,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겠다 싶어 버스정류장으로 향하던 길. 문득 환한 불빛이 시선을 끌었다. 사방은 컴컴한데, 그 문구점만은 유난히 밝게 빛나고 있었다.

집으로 곧장 가기는 싫었다. 구경이라도 할까? 하는 마음에 나는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늦은 오후, 문구점 문이 살짝 열렸다. 조용한 곳이라 그런지 들어서는 발자국 소리가 유난히 크게 느껴졌다. 나는 조심스레 안으로 들어갔다. 노트와 펜이 가득한 진열대를 둘러보다가 한참을 망설인 끝에, 결국 주인처럼 보이는 사람에게 다가가 입을 열었다.

“저는… 사실 노트를 사러 온 게 아닙니다.”


앤희베르는 민성의 눈빛 속에 담긴 무거움을 읽어내듯 고개를 끄덕였다.

민성은 깊은숨을 내쉬더니 이야기를 시작했다.

“어릴 때부터 노래 부르는 걸 좋아했어요. 잘 나가는 아이돌이나 유명 가수까지는 아니어도, 혼자 조용히 노래를 부르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누군가는 제 노래를 듣고 감동을 받았다고 말해준 적도 있었으니깐요. 그런데 거기까지였어요. 더 이상 나아갈 수가 없어요.”


민성은 고개를 숙이며 말을 이었다.

“집안 형편도 좋지 않아서 음악을 한다고 돈을 달라고 할 수가 없었어요. 오히려 제가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이에요. 그래서 노래는 그냥 마음속에 묻어둔 채 살아왔거든요. 그런데 며칠 전 길에서 버스킹 하는 청년을 봤는데… 큰 무대도 아니었는데 사람들은 환호하며 ‘목소리 너무 좋다’, ‘노래 참 잘한다’라고 말하더군요. 부러웠습니다. 그런데 돌아보니 저는 그런 기회조차 만들지 않았다는 거죠…”

민성의 눈빛이 흔들렸다.

“저는 지금 너무 혼란스러워요. 꿈을 좇아야 할까요? 아니면 현실을 택해야 할까요? 저는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도 정말 모르겠어요.”


앤희베르는 잠시 나를 바라보다가 차분히 말을 건넸다.

“꿈과 돈은 마치 반대편에 서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같은 길 위에 있죠. 어느 쪽을 먼저 선택해야 한다는 정답은 없어요. 다만, 지금의 당신에겐 ‘두 가지를 균형 있게 붙잡고 가는 방법’이 필요해요.”

그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오전에 직장을 다니며 생계를 지탱하세요. 그건 가족에게도, 당신 자신에게도 꼭 필요한 바닥입니다. 하지만 저녁에는 카메라를 켜고 노래를 불러보세요. 유튜브에 올리든, 작은 무대에서 부르든, 당신의 노래를 세상에 내놓으세요. 꿈을 좇는다는 건 모든 걸 버리는 게 아니라, 현실을 지키면서도 날개를 펼칠 수 있는 순간을 만드는 것이니까요.”

민성은 숨을 고르며 그의 말을 곱씹었다. 앤희베르는 조금 더 힘을 실어 말했다.

“다만 잊지 마세요. 꿈은 집중을 필요로 합니다. 여러 갈래로 흩어진 힘으로는 이룰 수 없어요. 몇 년 동안은 노래라는 목표 하나에 집중하세요. 퇴근 후 피곤해도, 주말에 시간이 없어도, 그 한 걸음을 꾸준히 이어가는 게 중요합니다. 결국 그 과정이 당신의 이야기가 되고, 그 이야기가 노래가 되어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게 될 겁니다.”

앤희베르는 노트 한 권을 꺼내 첫 장에 이렇게 적어 건네주었다.

“돈은 당신을 버티게 하고, 꿈은 당신을 살게 한다. 오늘의 작은 선택이 내일의 무대를 만든다.”
나는 그 글귀를 오래 바라보다가,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앤희베르의 노트

꿈노트


✔ 꿈은 현실을 도망치는 통로가 아니라, 현실을 새롭게 만드는 시작점이다.

✔ 작은 무대에서 부른 한 곡이 언젠가 큰 무대의 첫 곡이 된다.

✔ 돈이 부족해도, 시간이 부족해도 꿈을 향한 단단한 의지는 그 어떤 결핍도 이겨낸다.

✔ 오늘 한 발짝 내딛는 용기가 내일의 무대를 불러온다.

✔ 꿈은 기다리는 게 아니라 매일 살아내는 습관 속에서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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