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사회에는 가치 있는 맛이 있다 3 Balance

우리는 반드시 효율성의 균형을 배워야 한다.

by 쿠요

Better. 어제보다 오늘 더 좋은 맛을 만들어 내고자 노력하는 자세.

Value. 건강하고, 맛있고, 즐겁게 우리가 맛을 만들어 내는 기준.

그리고 나면 그다음은?

균형이다. 즉, 지속가능성을 위한 효율성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




지니엄은 많은 것들을 직접 만든다. 시럽도, 바닐라시럽도, 페이스트도, 잼도, 빵도. 웬만한 건 거의 다 직접 만들다 보니 때때로 손님들은 우리가 모든 작업에 모든 에너지를 다 쏟고 있다는 오해를 하곤 한다. 어찌 보면 굉장히 멋진 말이다.


"우리는 모든 순간에 우리의 모든 에너지를 다 쏟고 있다."


그러나 이런 마음으로 일을 하게 되면, 그 일은 결코 지속가능하지 못하다. 사람에게 결국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고, 내가 어느 곳에 에너지를 쓰고 빼야 하는지를 알지 못하면 결국 너무나 쉽게 번아웃이 오고 마니까. 그래서 중요한 건 균형이다.


"우리는 힘을 집중해야 할 때와 힘을 빼야 할 때를 알아야 한다."




이전에 견과류를 전처리할 때 원하는 과자의 식감을 만들어 내기 위한 크기로 견과류를 전부 하나하나 칼질을 해서 사용했었다. 피칸이 씹히는 쿠키에서 기존에 통으로 넣긴 너무 크고, 분태로 넣긴 너무 작아서 결국 반태로 하나하나 잘라서 사용했다. 호두 역시 마찬가지였다. 통으로 넣긴 크고, 분태로 넣긴 작아서 또 계속 썰기 시작했다. 그렇게 했던 이유는 딱 하나. 맛의 차이가 크게 느껴진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함께 일하는 친구들을 계속해서 설득했었다.

"견과류를 자르는 건 힘든 일이지만.. 그렇게 자르면서 맛이 더 좋아질 수 있다면 기꺼이 이 과정을 하겠다는 우리의 마음이 들어가 있는 거야. 그러니까 이 과정도 의미가 있어."

그리고 정말 고맙게도, 그 과정을 계속 함께 일하는 페어리들이 믿고 따라와 주었다.


그런데 그 뒤로 몇 년이 지나고 나니 조금 새로운 관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정말로, 그 과정이 맛에 의미가 있는가? 하나하나 자르는 그 행위 자체로 맛이 좋아졌다고 안심하고 있는 거 아닐까?'

그 양이 과자를 한 두 개 만드는 거면 상관이 없지만, 100개 이상을 만들어 내야 하다 보니 견과류를 자르는 데 시간이 많이 들어가기 시작했고 그걸 한 시간 동안 계속 자르고 있어야 하는 노동력의 체감이 쉽지 않음을 느꼈다. 그래서 이것저것 도구를 찾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함께 했던 페어리들은... '사장님이 초심을 잃은 건 아닐까?'라는 의문이 들었던 듯싶다. 그도 그럴게, 이전에는 견과류를 하나하나 자르는 걸 고집하다가 몇 년이 지난 후에는 좀 더 효율적으로 견과류를 자르기 위해 질문을 던지는 게 바뀌었다 생각할 수도 있었을 거다.


그래서 그 당시 이런 말을 했다.


"몇 년 전에는 내가 맞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시간이 지나 나도 실력이 늘고, 제과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기 시작하면서 의문을 갖기 시작한 거야. 정말 그 방법이 맞았을까?라는 의문 말이야. 그래서 바꿔보는 거지. 몇 년 전에 내가 느꼈던 것과는 다르게 더 효율적이고 빠르게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했는데 맛의 차이가 별로 없을 수도 있잖아."


그리고 그때 다시금 테스트를 했던 결과, 우리는 피칸은 계속 칼로 자르기로 했고 호두는 도구를 사용해 더 빠르게 자르기로 했다. 시간은? 훨씬 줄었다.





노력휴리스틱.

어떤 대상의 품질이나 가치가, 그걸 만들어 내는 데 사용된 나의 노력의 양으로 결정되는 법칙이다. 그리고 우리는 꽤 많은 부분에서 그런 오류에 빠지곤 한다. 내 수고가 한 번 더 들어가면, 내가 좀 더 힘들면, 더 맛있어지지 않을까 라는 그런 마음 말이다.



물론 음식은 손이 갈수록 맛있다는 그 말도 맞다.

그래서 하루만 팔고 말 거라면 그렇게 온 힘을 다해 손이 가는 제품을 만드는 것도 좋다.

종종 그런 제품들도 있다.

* 지니엄의 야간개장

솜사탕을 사용한 메뉴

샤도네이를 사용한 샴페인

프렌치바닐라 밀크티

* 이벤트성의 이주일 나왔던 러블리 쿠키

이스파한(로즈, 라즈베리, 리치)을 사용


마음 놓고 하고 싶은 걸 하기도 한다. 대놓고 손 많이 가는 시간인 거다.


다만 평상시에 계속해서 만들어야 하는 메뉴에서는 우리는 늘 효율성과 맛 그 사이에서 저울질을 해야 한다.


내가 이 과정을 하나 더 했을 때 들어가는 노력과

그에 비례하는 맛에서 선택해야 하는 순간들이 늘 온다.


노력이 들어가는 것에 비해 맛이 더 뛰어나면 그건 해야 하는 일이 된다.

거기에 원가절감까지 된다면? 더할 나위 없다.


그런데 원가절감도 크지 않고, 노력이 많이 들어가는데 맛이 좋아지긴 하지만 그렇게 크게 좋아지는 게 아니라면?

과감하게 포기한다.




모든 열정에는 효율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효율은, 나의 부지런함의 순도를 높여가는 일이다.


사람은 100%의 에너지로 24시간을 보낼 수 없다. 그렇다면, 내가 집중해야 하는 부지런함의 때에 순도를 높이고 그 외에는 힘을 뺄 줄도 알아야 한다.


지니엄이 가지고 있는 가치를 더 선명하게, 오랫동안 드러내기 위해서 우리는 반드시 효율성의 균형을 배워야 한다. 무조건 효율성만 따질 수도 없고, 무조건 맛의 퀄리티만도 따지지 않는 균형을 맞췄을 때 결국엔 지속가능하기 때문에.


그런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직 잘 모르겠다면?


그 일을 함께 하는 믿을 만한 동료와 대화를 많이 해볼 것.

일을 오랫동안 잘하고 싶어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동료들이라면, 서로 대화하기만 해 봐도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효율성의 균형이 생기기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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