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사회에는 질서가 있다 0. 질서의 기준

협상의 원칙

by 쿠요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지니엄에 면접을 보러 오는 친구들 중 대부분이 하는 말이다. 우리의 면접은 좀 독특해서, 면접이 아니라 심리상담처럼 1~2시간 정도가 훌쩍 지나간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면 우는 친구들도 정말 많은데 그 친구들을 만나다 보면 대부분 깊은 마음속 본심이 나오곤 한다.


예전에 한 친구를 면접 봤을 때도 그랬다. 커피일을 하고 싶어 하는 친구였는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진짜로 커피일을 하고 싶은 건지, 아니면 아직 무슨 일을 해야 할지 혼란스러워서 커피일을 하고 있는 건지에 대해 구분이 가기 시작했다. 유익한 시간이었지만 결국 서로의 길을 응원하기로 하면서 커요는 면접자에게 메일을 하나 보냈다.


무슨 일을 해야 할지 고민이 될 때, 다음의 기준들을 세우고 진지하게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1.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2. 내 욕망이 정당한가.
3. 내 욕망이 세상에 이로운가.

위의 세 질문에 스스로 대답할 수 있다면, 자신을 믿고 나아가세요.


그리고 위의 세 가지 기준은 늘 커요가 쿠요에게, 구성원들에게 말해왔던 것이기도 했다.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그 질문에서부터 시작해야 해.




협상의 원칙

하버드 협상법은 하버드 협상 프로젝트의 로저 피셔와 윌리엄 유리가 말한 "원칙에 입각한 현상(principled negotiation)"접근법이다. 이해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승패가 아닌 공동문제해결로 바라보는 원칙적 협상에서 제시된 여러 가지 방법들이 실제로 우리가 지니엄을 운영하면서 사용하고 있는 방법들과 일맥상통하는 것이 너무 많았다.


협상이라. 화합할 협에 헤아릴 상. 화합하고 헤아리는 것.

언뜻 들으면 거창해 보이고 무거워 보이는 단어일 수 있지만 생각해 보면 우리는 꽤 많은 부분에서 협상이 필요하다. 부부가 서로 갈등을 조절할 때, 대인관계를 맺어가는 과정에서, 일을 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상호 간에 말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관계성이 완전히 바뀐다.


'아. 커요가 지니엄에 질서를 세웠던 부분들이 이런 큰 틀들이 있었구나.'


지니엄에서 숨 쉬는 적용하고 있던 여러 가지 질서들은 어떻게 보면 협상, 즉 화합하고 헤아리는 방법들이었고 그게 숨 쉬듯 매장의 원칙으로 녹아들어 있었다.


하버드 협상법에서 제시되었던 여러 가지 방법들을 토대로 지니엄이 적용했던 협상의 원칙들은 다음과 같다.


1. 관계에 대한 긍정적 경험들을 쌓을 것 (사회 교환 이론)

평상시에 사용하는 언어, 태도, 습관 등 사소하게 쌓이는 긍정적인 경험들은 갈등 상황의 쿠셔닝 역할을 해준다. 이는 매장을 방문하는 손님들에게도 마찬가지다. 매장을 처음 들어오는 순간 눈을 마주치며 인사하는 것, 목소리의 톤, 웃음, 음악 이 모든 전체적인 매장의 분위기들이 손님들에게 긍정적 경험들을 쌓게 한다. 그렇기에 손님을 응대하는 바리스타들은 평상시 언어와 자세를 늘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일하는 구성원들끼리는? 일하는 시간 외에 가볍게 치팅을 한다던지 간단한 시간을 기꺼이 보내는 긍정적 경험들이 쌓여야 일을 할 때 서로 원만하게 갈등을 해결해 나갈 수 있다. 그래서 함께 밥 먹는 시간은 중요하다.

2. 정확한 의도 (관심 기반 협상. 본질적 욕구와 동기의 파악)

"진짜로 원하는 게 무엇인가?"

스스로가 분명히 알아야 한다. 그러려면, 스스로에게 던져야 하는 질문이 있다.

"나는, 지금 왜 이 상황이 불편한가."

그 불편함의 정의를 스스로 내릴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상대와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아, 지니엄은 손님들이 상호 배려하며 정리되어 있는 매장 분위기를 원하는구나. 아, 나는 지금 좀 쉬고 싶구나. 나는 이런 일들을 하고 싶구나. 나는 남편이 지금 나에게 이런 말을 해줬으면 좋겠구나 등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가 분명하게 파악하는 것이 핵심이다.


3. 대안 (바트나. BATNA : Best alternative to negotiated agreement)

원하는 것을 분명하게 파악했다면, 그다음은 상대를 배려하는 대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대안 없이 원하는 것만 말하는 것은 선택을 상대에게 강요하는 협박과 같다. 결국 관건은 어떻게 이 대안을 가장 합리적으로 잘 제안할 수 있는가이며 이 부분은 훈련의 영역이다. 내가 말하는 이 대안은 정당한가? 상대를 고려했는가? 이 작은 차이가 협상의 큰 차이를 만든다. 지니엄에서 매장의 질서를 만들 때 우리는 대안이 정말 중요했고, 그 부분들을 실제로 적용했던 사례를 곧 소개해 보겠다.


4. 그 결과가 세상에 유익이 되는가? ( frame : Negotiation Framing)

관계를 향한 긍정적 경험과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알고

함께 논의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할 줄 알고 나면

결국 이 모든 결과가 더 좋은 상호 간의 존중을 만들어 내고 문화, 가치, 미래를 위한 것이라는 가치부여가 되어야 한다.



의도가 파악되지 않은 채 가치 frame 만 먼저 제시가 되면 꽤 많은 오해와 혼란, 심리적 피로가 느껴질 수도 있다. 지니엄에서 손님들에게 목소리를 낮춰주시길 요청드릴 때 왜 목소리가 낮춰지길 바라는지 파악하지 못한 채 '그냥 그게 매너이고 문화 아닌가요!'라는 프레임만 씌워 말을 전달한다면 그때부터 본격적인 갈등의 시작이다.


프레임만 제시되었을 때는 마치 그 프레임에 동의하지 않으면 이상하고 나쁜 사람을 만드는 것처럼 들릴 수 있게 때문이다.



자, 그럼 이제 실제로 어떤 방법들로 지니엄에서 매장의 질서들을 세웠는지 차근차근 우리들의 질서를 이야기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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