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사회에는 질서가 있다. 1) 지속가능성

좋아하는 일을 오랫동안 지켜가기 위하여 만든 질서

by 쿠요

이제부터 언덕 위 지나다니는 사람 없는 동네에서 지니엄이 실제로 어떤 질서를 가지고 운영이 되고 있는지를 살펴보겠다.

질서의 기준은 앞서 말했듯이

1. 긍정적 경험

2.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3. 대안

4. 가치제안

을 토대로 원칙들이 구성된다.


우리가 정한 질서는 크게 3가지의 카테고리로 구분된다.

- 지속가능성

- 매장 서비스의 원칙

- 손님 응대 원칙


그중 지속가능성에 들어가는 부분을 살펴보자.


1인 1 음료

많은 매장들이 이미 가지고 있는 원칙 중 하나다. 그럼 우리는 왜 1인 1 음료의 원칙을 세우게 되었을까? 단지 많은 매장들이 그렇게 하고 있으니까 세운 원칙은 아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

처음에 지니엄은 커피 로스터리로 시작했지만 시간이 지나 쿠키가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고 디저트를 먹으러 오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만약 지니엄의 포지션을 디저트카페로 설정했었다면 아마 음료를 드시는 부분이 매장 이용에 필수적인 부분이 되진 않았을 거다. 다만 우리가 지니엄을 시작했던 건 디저트카페를 만들기 위함이 아닌 이 공간에서 손님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주고 소망을 주는 가치 있는 문화를 만들어 내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상에 친숙하게 들어갈 수 있는 커피 한 잔, 음료 한 잔의 포지션을 잃지 않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다. 한국은 매일 같이 집에 들어가기 전 디저트를 사 먹는 문화보다 매일 같이 커피를 한 잔씩 마시는 게 더 친숙한 문화다. 어쩌다 특별하게 사 먹는 디저트보다, 일상적으로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커피 한 잔의 포지션이 지니엄엔 중요했다.


이를 위해 유연성을 발휘할 수는 있지만, 그렇게 되는 경우 우리가 설명하고 대처하기 어려워 결국 제공하게 될 서비스가 안정적으로 지속되기 어려운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판단했다. 원칙이 세워지지 않아 마음이 어려워지고 손님들과 갈등이 예기될 수 있는 상황을 미리 예방하기로 했던 것.


3명이 와서 2개의 음료랑 케이크를 하나 시키는 경우 '음료도 시켰다.'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한 번 허용되고 나면 결국 3명이 와서 디저트 3개만 시키는 경우에 대한 설명이 어렵고 우리가 원하는 포지션이 세워지지 않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었다.


즉 우리가 원하는 건 분명했다.

지니엄이 만들어내고 싶은 문화를 위해 일상에 친숙하게 들어갈 수 있는 커피의 포지션을 잃지 않는 것


이를 위해 1인 1 음료를 원칙으로 설정했다.

그리고 손님들께 이렇게 요청드린다.

"매장에서 드시고 가시는 경우"에 1인 1 음료로 메뉴 주문을 요청드리고 있습니다.

* [매장이용] 이란 단어는 지양한다. 우리가 제공하고 싶은 공간적 서비스는 비인격적이며 물리적인 공간이 아니라, 정서와 인격성이 느껴지는 유기적인 경험이 포함된 서비스이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 스스로가 "매장을 이용한다"는 표현을 쓰면 전하고 싶은 가치가 격감될 수 있다. 그 어감이 주는 뉘앙스가 불편하기 때문에 매장이용 보다 매장에서 드시고 가시는 경우라는 표현을 쓴다.


우리의 대안

우리가 원하는 것을 말씀드리고 나면 이제 손님들과의 협상이 들어간다.


"제가 지금 속이 안 좋아서... 음료는 안 시키면 안 될까요?"

대표적으로 많이 나오는 말이다. 커피를 많이 마셔서, 속이 안 좋아서, 밥을 많이 먹고 더부룩해서 등 양해를 바라는 요청이 때때로 오곤 한다. 음료를 마시는 것이 부담되는 상황. 누구라도 충분히 그런 상황에 처할 수 있다. 그 부분을 먼저 공감하고, 우리는 손님분들께 대안을 말씀드린다.


그러시군요. 속이 많이 안 좋으시군요. 그렇다면 저희가 준비한 3가지 차가 있는데 이 차를 따뜻하게 드시면 속이 좀 더 편안해지실 거예요. 속이 불편하신 분들께 추천해 드리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손님들이 꽤 흔쾌히 따뜻한 차를 드시고 만족스럽게 돌아가신다. 심지어 한 손님께서는 이런 우리의 대안을 듣고 이런 말씀을 하셨다.

"내가 카페 다니면서 1인 1 음료로 기분이 나쁘지 않았던 건 처음이네요."


우리의 메뉴를 팔아야겠다는 마음이 아니라, 지니엄을 손님들이 더 잘 즐기실 수 있도록 도와드려야겠다는 마음으로 우리의 메뉴를 권하고, 그것을 손님들에게 설득시킬 수 있어야 한다. 상술은 상업하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당연한 기법인데 이는 돈계산을 치밀하게 하는 기술을 말하는 게 아닌 구매를 원하는 소비자를 도와주는 기술이다. 우리는 손님의 사정을 헤아리고, 그 선택을 도와드리기 위해 우리의 메뉴를 자신 있게 권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우리가 선택한 차에 대해서는 나중에 "맛"에 대한 매뉴얼에서 설명하겠다.


매장 내 빨대 및 코스터

완전 초창기 때부터.... 지니엄에는 플라스틱 빨대가 없었다. 지금처럼 친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도 전에, 스타벅스가 종이 빨대를 사용하기도 전에 지니엄에서는 아주 비싼 PLA 빨대 초창기 버전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마저도... 매장에서 이용되는 아이스 잔은 전부 노빨대로 바꿨다.


우리가 원하는 것

우리가 원하는 건 분명했다. 결국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환경적인 고민은 필요하다는 것. 지속가능한 삶은 사람만 생각하는 게 아닌 환경적인 부담까지도 함께 생각해야 진짜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고, 소비가 많은 빨대와 일회용품에서부터 우리가 할 수 있는 대체가능한 영역들을 찾고 싶었다. 그래서 빨대는 옛날부터 지금까지 전부 생분해성 PLA 빨대를 사용하며, 테이크아웃 잔도 플라스틱잔에서 전부 종이컵으로 바꿨다. 다만 대체가능한 영역이 커피 본연의 맛을 해치거나 손님들에게 불편함을 너무 크게 초래하는 경우에는 따로 대체하진 않았다. (아이스잔은 종이컵으로 대체하되, 뚜껑은 플라스틱 뚜껑을 사용한다. 빨대를 꽂는 부분이 종이뚜껑으로는 너무 불편해지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건 사람이지만, 큰 불편을 초래하는 부분이 아니라면 대체가능한 부분은 지속가능한 환경을 위해

비용을 들이기로 했던 것이다.

지속가능한 환경을 위한 문화 만들기


우리의 대안

* 매장에서 빨대를 사용하지 않기 위해서 아이스잔을 전부 낮은 잔으로 바꿨다.

* 음료의 특성상 목이 긴 잔을 사용해야 하는 경우(에스프레소 토닉과 같은) 에는 빨대를 제공한다.

* 아메리카노 같은 경우 빨대 없이 바로 마셔도 맛이 느껴질 수 있도록 샷과 물을 충분히 잘 섞은 후 서비스 한다.

* 라테나 레몬에이드처럼 중간중간 섞어서 드셔야 하는 경우 빨대 대신 나무숟가락을 함께 제공한다.

* 매장에 처음 방문해서 아이스커피를 드시는 경우 꼭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저희 매장에서 드시는 아이스커피는 빨대를 제공하고 있지 않습니다. 혹시 필요하신 경우 편하게 요청해 주세요.

빨대를 절대로 쓰지 않겠어! 가 아닌, 불필요한 사용을 하지 않을 뿐이다. 요청하시는 경우 PLA 빨대를 제공한다. (지금은 조금 독특한 빨대를 시범운영 중이다. )


그리고 아이스커피를 서비스하면서 꼭 다음과 같은 설명을 덧붙인다.

그리고 커피를 드실 때 코스터가 습기 때문에 붙어 올라오다가 떨어져서 놀라실 수 있어요. 그러니 코스터는 잡고 잔을 들어주시면 됩니다.

잔이 낮고 넓다 보니 얼음이 상온과 만나면서 컵에 물기가 많이 맺힌다. 그러다 보면 잔 아래 깔린 코스터가 잔과 넓은 면적에 붙어 함께 딸려 올라오다가 커다란 소리를 내며 떨어지곤 한다.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걸 사전에 말씀드림으로 손님들도 조금 덜 당황해하신다.



영업시간

주 5일 근무. 직장인들에겐 당연한 말이지만, 자영업자들에게는 당연한 말은 아니었다. 지니엄 초창기 주 5일을 결정하게 되면서 수많은 지탄(?)을 받았지만 커요와 쿠요 두 사람이 가게를 오랫동안 운영해 나가기 위해서는 꼭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는 우리가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해나가기 위한 하나의 안전장치였다. 그렇게 주 5일을 일하게 되면서 우리는 그 외의 시간에 방향성, 가치, 집중해야 하는 것들을 집중하며 꾸준히 지니엄을 운영해 올 수 있었다. (아마 그게 아니었으면 우리는 지니엄의 뿌리를 깊게 내리기 어려웠을 거다.) 우리와 함께 일하는 구성원들이 늘어나는 경우에도 모두가 주 5일을 근무할 수 있는 체제를 갖기 전까지는 영업일과 영업시간을 늘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지금 한 순간의 이익을 위해 생각하고 쉬어야 하는 시간을 포기해 버리면 지속가능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지금 지니엄은 주 6일 체제로 변화를 앞두고 있다.

"내가 그토록 좋아하는 곳을 언제든 갈 수 있다는, 언제든 가도 된다는 사실에 기인한 안정감"을 손님들에게 주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함께 하는 구성원들이 모두 주 5일제로 근무 가능한 체제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조금씩 시도해 보면서 우리의 바람을 이루어갈 예정이다.


우리가 원하는 것

손님들에게 언제든 갈 수 있다는 안정감을 주고 싶다.


우리의 대안

함께 일하는 구성원들이 모두 주 5일제로 근무 가능한 체제 만들기


종종 손님들께서 이렇게 물어보신다.

“카페가 왜 이렇게 빨리 닫아요?”

그럴때면 이렇게 대답하자.

“저희가 좋아하는 일을 오랫동안 잘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가고 있거든요.
이전 05화안전한 사회에는 질서가 있다 0. 질서의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