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의 무대가 막을 내렸다.

하나에 깊게 오래 집중했던 경험은 나에게 뭐든 하면 된다는 생각을 남겼다

by 쿠요

2017년. 아니, 2016년일까.

지니엄을 시작하기도 전에 나는 쿠키를 만들었다. 베이킹의 '베'도 제대로 성립되지 않았던 내가 만들 수 있는, 가장 접근성이 쉬운 게 바로 쿠키였기 때문이었다.


2017년 20대 후반. 지니엄을 시작했다. 계속 쿠키를 만들었고, 구웠고, 손님들에게 선보였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부족한 것 투성이었지만 그 당시에는 세상에 이것보다 더 맛있는 쿠키는 존재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다. 내가 잘했다는 게 아니라.. 그만큼 작고 소중한 누구나 만들 수 있는 쿠키에 나만의 특별한 애정이 듬뿍 담겨 있었다.


20대 후반에 시작했던 쿠키 만드는 일이 어느새 30대 중반을 넘어서는 시간까지 계속해서 이어졌고 발전했다. 그리고.... 지니엄을 지금까지 이끌어주었던 쿠키를 이제는 그만 만들기로 했다.


큰 무대가 막이 내렸다.



8년. 자그마치 8년이다.

지난 8년 동안 내 머릿속에는 언제나 쿠키가 있었다.


8년 동안 함께해 왔던 어띵쿠키를 이제 그만 만들기로 결정했던 2025년 11월 29일. 지니엄에서 이어져 어바웃유어유스과자점으로 이어져온 어띵쿠키는 이제 영업종료와 함께 생산을 멈췄다. 마지막 영업을 마치고, 함께 오랜 시간 일을 해왔던 페어리의 퇴사 송별회를 마치고 남편과 산책을 하며 말했다.


"여보. 나는 정말 여한이 없나 봐."


처음부터 잘 만든 게 아니다.

계속 끝까지 파고 파고 파다 보니 지금 여기까지 왔다. 그렇게 8년의 시간을 마무리하는 이 시점이 나에게는 또 다른 터닝 포인트로 느껴졌다.


'무엇이든 할 수 있겠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쿠키가 아닌 다른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것에 두려움이 있었는데, 지난 8년 동안 쿠키를 쭉 파고 그 맺음을 지게 된 지금 이 순간 결국 난 또 무언가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고 그렇게 집중했을 때도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낼 수 있겠다는 마음이 든다.


"여보. 쿠키가 맺음 지어지지 않았을 때는... 무언가에 잘 집중하지 못하는 느낌이었거든. 언제나 내 머릿속엔 쿠키가 있었으니까. 그런데 한 번 이걸 완성시켜 놨던 경험이 생기니까... 나, 앞으로 뭐가 주어져도 그냥 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솔직히 나보다 케이크 잘 만드는 사람도 많고,, 디저트를 더 기가 막히게 만드는 사람들 많은데,, 옛날 같았으면 그런 사람들과 나를 비교했을 거거든? 근데 지금은 나도 시간을 들여서 나의 길을 가면 된다는 생각이 들어. 그렇게 또다시 8년이란 시간을 쌓으면 또 무엇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기대가 되기도 하고."


"그게, 자기 긍정이야."

남편이 손을 꼭 잡아주며 말했다.


한 가지에 집중해서 쭉 팠던 경험.

포기하고 싶고, 도망치고 싶을 때가 수도 없이 많았다. 그렇지만 도망치지 않았고, 마주했고, 앞으로 나아가다 보니.. 8년 만에 나는 '하면 된다.'는 생각을 얻었다.


그래서 여한이 없다.

쿠키가 종료된 만큼, 난 앞으로 개척해 나갈 수많은 영역들이 생긴 거니까.



그래서 고맙다.


쿠키 덕분에 지니엄에 손님이 왔다.

쿠키 덕분에 베이킹의 실력이 늘었다.

쿠키 덕분에 작업실이 생겼다.

쿠키 덕분에 함께 일하는 구성원이 생겼다.

쿠키 덕분에 사람이 연결되었다.


그렇게 쿠키 덕분에... 지니엄의 시즌 2부터 시즌 5가 이어졌다.


그리고 그다음부터는, 쿠키로 가지 못하는 길이었다.



그러니 이제 다시 새롭게 가보자.

2026년 새로운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써보자.

그 길이 어떤 길이든 결국 엎치락뒤치락 우린 또 방법을 찾아나갈 거다.

아무리 시간이 오래 걸려도,

우리에게 지난 8년이 그랬듯.


지난 이야기의 무대가 막을 내렸으니

이제는 새로운 무대의 등장인물들이 나올 차례일 뿐이다.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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