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시즌이 시작되면 감독들은 하루하루가 스트레스와 바쁜 일정 소화에 힘든 날들을 보내야 한다.
전문 직업인의 운명이기에 견뎌야 할 과정이지만 실제 그 강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특히 연패에 빠지고 팀 성적이 예상과 달리 성적이 곤두박질치면 책임을 지는 자리인 감독의 입장에선 엄청난 심리적 부담이 느껴진다. 가끔 기사에 프로스포츠 감독들의 돌연사는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로 기인했으리라 짐작된다. 나 역시 프로농구 감독을 하면서 15 시즌 동안 심각한 위기가 있었는데 첫 번째는 코리아텐더에서 KTF로 팀이 인수되어 기대감에 모든 지원을 해주는 새로운 구단에 성적이 오르지 않아 숙소인 해운대의 호텔방에서 창문을 열고 뛰어내리고 싶은 마음이 많이 들었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팬들의 응원 욕구가 도를 넘어 별의별 얘기를 사이버 공간에 올려놓으면 내가 보지 않더라도 가족과 친구와 팀 선수들은 분위기를 알 수 있다. 그래도 시즌이 마무리될 무렵 그래도 플레이 오프에 나가면 어느 정도 위안이 되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확정된 지 이틀 정도만 지나면 효과가 사라진다. 플옵에서 준비는 감독의 능력을 진정 시험하는 무대이기 때문이다.
프로 스포츠에서 플레이 오프의 진출은 사회에서 빗대어 표현하자면 자격증이다. 올 시즌은 나쁘지 않았어요 하는 생명 연장의 링거라 할까 감독들은 계약을 유지하기 위해 최소한의 성적표인 것이다.
플레이 오프는 정규리그와 달리 경기의 변화되는 정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게임 플랜을 세워놓고 와도 궤도에서 이탈된 경기 내용을 수정하고 대응을 해야 하는 시간이 촉박하다. 뭐 그러지 않은 감독이나 팀도 있겠지만 내 경우는 일단 모든 경우의 수를 대비하고 대응 매뉴얼을 코치들과 만들어 경기를 준비하는 편이었다.
일반적으로 정규리그라면 게임을 어느 정도 준비하는지를 알려드리고 싶다. 새삼 그때로 돌아가 심장이 뛰기 시작한다.
우리 프로농구 경기는 한 시즌에 54경기를 한다. 여기서 반은 홈인 자신들의 연고지에서 나머지 반 27경기는 상대팀에서 경기를 한다. 10개 구단이니 각각의 구단과 6번씩 맞붙어 싸워야 한다. 이렇게 10월부터 다음 해 3월까지 정규리그를 한다. 그러면 감독들은 경기 준비를 어떻게 할까?
먼저 앞의 경기를 마치고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일정으로 예를 든다면
지금 하고 난 경기의 리뷰를 해야 한다. 특히 패하였다면 면밀히 분석한다. 어떤 점이 패배의 원인이었을까?
개인의 매치, 전술상의 미스, 흐름을 놓친 타임 사용 등등
이런 리뷰를 마치면 다음 경기를 준비한다. 먼저 상대팀의 최근 2~3경기를 분석팀이 편집한 것을 보기도 하고 전 라운드에서 우리 팀과 경기를 보기도 한다. 전력분석팀 코칭스태프들의 분석의견을 듣고 게임 플랜을 만들어 간다.
코치는 감독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냉정하게 조언해 주어야 한다.
1 스타팅 (이것을 나는 변화를 많이 안주는 편이다)
2 스타팅의 매치( 우리 팀 에이스는 될 수 있으면 상대 에이스를 수비하지 않도록 한다. 체력적인 배려와 미국 교과서에서 배운 대로..ㅎ 하지만 마이클 조던과 코비 브라이언트는 상대 에이스 수비를 자처하는 경우가 많다. 이래서 이들을 슈퍼스타라고 하는가 보다.)
3 그다음은 전술적인 부분이다. 먼저 젤 중요한 투 맨 게임의 수비 방법을 정한다.
4 그리고 외국인 선수들의 위력이 높은 포스트 수비 방법을 정한다. 우리 외국인 선수가 부족하다 싶으면 트랩을 , 트랩은 어떤 식으로 할 것인가 등이다.
5 다음은 상대팀에 맞는 패턴을 정한다. 보통 패턴은 얼리, 세트 오펜스, 퀵 히터, 존 오펜스 사이드 아웃, 베이스라인, 등 각 각 5개 정도가 있지만 주로 사용할 패턴을 압축하고 상대에 맞게 변형도 한다.
6 이런 과정이 끝나면 이런 것들을 효과적으로 훈련시간에 맞게 훈련 계획을 세워서 드릴을 만들거나 훈련 일정을 첨삭해서 한 시간에서 두 시간 사이에 훈련이 진행되도록 훈련계획을 확정한다. 여기서 한 가지 꼭 하는 것은 비디오 미팅이다.
앞선 경기의 수정할 점, 다음 경기의 강조할 포인트를 요약해서 시청각적으로 효과 있게 분석팀이 편집하고 수석 코치가 설명을 한다.
대충 이런 것들이 게임을 준비하는 kbl 팀 이거나 나의 경우였다.
감독의 입장에서 가장 힘든 부분은 패 한 경기를 다시 보는 시간이다. 약속된 계획을 이행 안 한 선수, 타이밍이 늦은 타임 요청, 판단의 오류, 심판의 오심, 수많은 장면을 보며 고통을 견뎌야 한다. 그중에서 감독은 패하고 이기는 경기를 가장 단순하게 짚어내는 판단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다음 경기의 게임 플랜이 빨리 세울 수 있다. 자신의 판단이나 결정이 경기의 패인이 되었다면 정말 뜬 눈으로 밤을 새운다.
경기가 평일은 저녁 7시에 시작해 보통 9시에 마치고 숙소에 다시 오면, 11시쯤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위에서 기술한 과정을 진행한다. 만약 밤을 새워서라도 이것을 하지 못한다면 다음날 훈련은 무의미하게 지나갈 수밖에 없다. 만약 다음 날 지방으로 이동을 한다면 도착 직후 훈련을 바로 하기에 시간이 매우 소중 하다. 감독들의 체력은 이래서 중요하다. 수면부족과 스트레스는 승률이 낮은 감독들은 건강과도 직결된다. 원형 탈모가 생기고 위장병 등등 감독들은 체력과 건강을 항상 관리해야 한다.
나 역시 팀을 맡을 때는 지독한 골초였다. 술로 스트레스를 푸는 감독도 있지만 나는 술을 잘 못한다. 감독들의 스트레스는 그때마다 풀지 않으면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 가끔 미국 대학농구 NCAA 챔피언 토너먼트에 파이널 포에 가면 미국 농구코치 협회는 감독 들의 건강을 위해 스트레스 관리를 위한 세미나 주제를 다룬다. 스트레스는 감독들의 암 발생에 유기적 관계가 있다고 한다. 아마 미국에서는 일반인들보다는 높은 것 같다.
정말 많은 준비를 하고 훈련을 해서 게임을 하더라도 그것들이 경기에서 플레이로 연결되는 것은 반도 안 되는 것 같다. 어떤 감독들이라도 대패를 하면 이런 노력들이 무용지물이 된다. 언론의 질타와 팬들의 성난 목소리는 언제나 감독들이 안고 가야 할 운명인 것 같다. 하지만 선전과 승리는 감독보다 선수들에게 비치는 얄궂은 숙명처럼 보인다.
모두가 준비한 경기는 한쪽만 승리를 가져간다. 그렇지만 감독들끼리는 안다. 누가 경기준비를 정말 잘했고 좋은 아이디어로 게임을 주도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