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처리가 깔끔하고 일인 미디어 같은 회사를 운영해서 의사결정이 빠르고 간소화돼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우리가 연락을 안 취한 지도 약 5년이 흘렀다.
무슨 일로...
네 지난번 책 있잖아요. 그거 재 인쇄를 들어가야 해서요.
아니 재인쇄 라면 그게 다 팔렸다는 건가?
"그거 누가 사갔나요?"
"네 조금씩 나가더니 다 나갔어요"
순간 나는 헐 이럴 수가 이 책을 낼 때
"누가 보는 책인가요?"
"농구코치들요?
"농구코치가 우리나라에 몇 명이나 있어요?"
"한 삼백 명 되려나요?"
그럼 대충 최소 단위로 찍을게요
이랬다.
나는 책을 세권 냈다. 전부 농구에 관한 책이었다. 첫 번째 책은 내가 상무 즉 국군체육부대서 처음 지도자
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다. 농구를 배우고 싶어도 볼 전문서적이 없었다
몇 개 있는 책들은 원서를 일본 사람들이 번역한 것을 다시 우리 선배들이나 누가 번역해서 만든 책으로
용어도 못 알아보겠고 책의 지은이가 불분명했다.
그리고 동아리 수준의 농구 책이 전부였다.
당시 미국에 유학 중인 고등학교 선배에 부탁해 농구 책 좀 사다 달랬더니 NBA서 잔뼈가 굵은 델 헤리스란 분이 쓴 전술 서적을 사 가지고 왔다.
첫번째 쓴 위닝 디펜스라는 책이다.
델 헤리스 그는 미국 포츠머츠캠프서 우연히 그를 만났다. 당신의 책이 한국에서 나왔다 했더니 정말 기뻐하며 주위의 농구인들에게 나를 소개해 주었다.
신세계를 본 느낌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쓰는 용어가 아닌 농구 용어가 너무 많았다. 대충 하루에 한 두 페이지를 읽어야겠다고 계획했지만 이들 용어에 발목이 잡혀 한 페이지가 한 달이 갔다.
그러던 중 미국에서 농구를 하던 선수가 입대를 해서 술술 풀어 나갔지만 조금 고급 용어는 잘 몰랐다.
읽고 지나친 페이지는 따로 번역문을 만들고 메모를 했다. 그리고 대학들에서 미국에서 대학농구를 하던 선수들이 한국에 들어왔다. 연습경기를 하면서 이 학생들에게 또 그런 용어를 알아갈 수 있었다.
이런 작업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상무농구단은 경기수가 너무 적어 가용할 시간이 많았다. 첫 대회가 전국체전이고 두 번째 대회는 농구대잔치였다. 농구 대잔치는 과거와 달리 프로가 출범하면서 대학과 같이 하면서 6경기 정도면 우승까지가 다 였다. 그래서 책 볼 시간이 많았다.
이런 메모나 해석을 한 노트를 보면서 책으로 내야겠다고 생각이 바뀠다. 나와 같이 지도자 생활을 시작하는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다. 코치 감독과 같은 지도자들의 교육시스템은 찾아볼 수 없고 거의 가 도제교육 같이 옆에서 보고 배우지 않으면 기회가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었다.
이래서 좀 더 정확한 해석과 표현에 정성을 쏟았다. 이게 책으로 나간다고 생각하니 누가 보고 형 편 없구나 이런 말을 듣고 싶지 않았다. 정말 용기를 낸 결정이었다. 나중에 어찌 되든 일단 해석이 중요했다.
대학의 커뮤니티 사이트에 공고를 냈다.
농구 잘알고 영어 잘 아는 분 알바 구함!
이래서 모대학 농구 동아리서 활약하는 서수홍 이라는 학생과 마지막 감수를 했다.
농구를 너무 좋아해서 그렇지 체육부대를 왔다갔가 하는게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제대로 내고 싶어 미국의 출판사에 연락을 해서 저작료를 지불하려는데 출판사가 도산을 해 또 한 번 고비를 넘겼다.
이래저래 해서 만든 책이 "위닝 디펜스"라는 책이다.
두 번째는 맨투맨 디펜스라는 책인데 오리온스와 계약하기 전 2년간의 공백기에 만든 책으로 나름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수비에 관한 생각들을 정리한 전술 서적이다.
두 번째 쓴 책 맨투맨 디펜스
이번에 재인쇄에 들어간 " 심장을 뛰게 하라는"는 전술적인 책이 아니라 농구 지도자들이 꼭 필요 상황별 대처법, 농구의 기본적인 철학 그리고 지도자들이 지녀야 할 리더십 등을 그간 지도자 생활을 하면서 경험한 내용을 가미해서 썼는데 정말 코치들에 필요한 내용 중 미국 농구 코치협회(NABC) National Association Basketball Coaches)의 지도 서중 발췌한 부분도 있다.
아무튼 나는 겁 없는 짓을 했지만 이 마지막 "심장을 뛰게 하라"는 책은 발간을 미뤄왔다. 스스로가 우승도 못한 코치가 이런 책을 내는 것이 수치스러웠다.
재인쇄를 한 "심장을 뛰게 하라"
그리고 2015-2016 시즌 우승을 한 뒤 이 책을 발간했다. 하지만 이 책이 재 인쇄 까지라니..
사주신 분들 너무 고맙습니다.
사실 글을 쓴 다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안다.
그리고 진짜 글을 쓰시는 분들한테는 너무 죄송하다. 이렇게 브런치에 블로그에 쓰는 것도 며칠 지나면 누가 봤을까 낯 뜨거울 때가 많다. 남들의 글을 읽으면 정말 조리 있게 재밌게 생전 접해보지 못한 단어들과 표현으로 어찌 그리 맛깔 나게들 쓰시는지.. 너무 부럽다. 내가 쓴 글을 읽어 보면 맞춤법이 틀린 게 허다하고 표현이 너무 고루하다. 그리고 무슨 단어 하나를 생각해서 쓰고 싶은데 왜 이리 끄집어내기가 어려운지..
얼마나 내가 이런 글들을 계속 쓸지는 모르겠으나 이런데 흥미가 있으신 분들 이렇게 못 쓰는 사람도 책도 내고 글도 올린다고 용기를 내주셨으면 한다..